‘1수업 2교사제’ 찬반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13 11:19:31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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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눈치 학생들도 눈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수업 2교사제에 대한 찬반이 뜨겁다. 한 교실에 교사 2명을 배치해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책임진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학생, 학부모, 현직 교사 등 각 입장서 본 1수업 2교사제의 문제점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1수업 2교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책임교육의 가치를 반영한 이 공약은 배움이 느린 학생을 학교서 끝까지 돌보겠다는 취지였다. 1수업 2교사제란 학생 간 학력차 간극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수업에 2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핀란드서 모티브를 얻어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반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7년 8월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서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졸업 준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과 특별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교대 학생들은 서울지역 공립초등학교 교사 선발인원을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당시 조 교육감은 ‘1대 1 맞춤형’ 수업을 실현하기 위해 1수업 2교사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교사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1수업 2교사제는 희망을 갖게 하는 정책 중 하나”라며 “이미 정책 추진이 예고돼있어 교육부에 조기 추진을 요청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예비 교사들과 교육생들은 1수업 2교사제에 대해 반발했다. 전국 10대 교육대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은 성명서를 제출해 1수업2교사제 도입 철회를 주장했다. 교대련 측은 “1수업 2교사 수업법은 교사의 교육관 충돌, 비정규직 강사의 양산 등 비판을 받을 수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 선발 정원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1수업 2교사제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 유·초중고 현직교사 6822명을 대상으로 한 구글 설문조사 결과 ‘1교실 2교사제’에 대해 80.3%가 반대한다고 집계됐다. ‘찬성’은 10.7%,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7.7%였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에 대해 ‘정규직 전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반발에도 올해부터 1수업 2교사제를 각 지자체서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3개 시범학교를 운영해 온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1수업 2교사제를 100개 학교로 확대하기로 결정해 저학년 국어, 수학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교사를 추가 지원된다. 

특별학생 지원… 낙인 우려
혼내도…더 말 안 듣게 돼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1수업 2교사제에 대해 비관적이다. 주교사와 함께 수업을 이끄는 보조교사의 경우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하는 취지지만 한 교실에 특정 학생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은 오히려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공동대표는 “표시나지 않게 특별지원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백현 광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1수업 2교사제가 학습부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습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통해 5학년 김군이 면담서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께서 계속 붙어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 눈치를 보게 돼요.”

자신이 학업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동급생과 협력교사에게 들키기 싫어했을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 학업 능력이 부족해 지원을 받는 학생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자운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권병찬 학생은 초등학생 잡지 ‘위즈키즈’ 공식카페에 “1수업 2교사제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마다 수업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며 “어린 아이들은 특히 규칙이 중요하다. 선생님의 가치관에 따라 규칙이 다르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게시했다.

이어 “주교사와 보조교사 2명이라고 해도 1명의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 가게 돼 나머지 1명은 수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의 시각서도 2명의 교사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입장도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민혜 학부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초등학생 2학년이 딸이 집에 와서 한 선생님이 너무 우리를 혼내니까 다른 선생님 말만 듣기로 했다”며 “아이들이 벌써 정치를 배우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시행학교 증가

물론 1교사 2수업제의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교사는 아이들의 작은 언행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경북 상주시 화동초등학교 교사인 노미경씨는 “예전에 근무한 초등학교의 경우 한 반 학생이 10명 중 4명이 다문화 가정 자녀였다. 우리말 이해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혼자 수업을 이끌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며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는 대도시 학교보다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 보조교사가 있었으면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장단점이 극명한 1수업 2교사제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1수업 2교사제 시범학교는 지난해 42개교서 올해 61개교로 늘었지만 반대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습부진 학생’ 외국에선?

외국서도 학습부진 학생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가 있다. 핀란드는 일반지원, 집중지원, 특별지원 등 3단계에 걸쳐 교육을 시행한다. 교사는 평소에 교실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개인 및 그룹으로 1주에 1시간씩 지도한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전문성이 있는 특수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면 담임교사와 학생복지그룹과 함께 학생을 지원한다. 이 그룹에는 교감, 심리학자, 학교 간호사, 특수교육 교사, 복지사, 학생 어드바이저 등이 참여하게 된다. 

스웨덴은 3자 면담을 통한 계획을 세운다. 학기마다 학부모, 학생 교사가 면담을 통해 ‘개별 발달 계획’을 세운다.

학습부진 학생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의 현재상태, 생활 계획, 미래 계획, 가정의 지원계획, 학교의 지원계획 등을 함께 작성한다. 이후 과목별 성적표에는 단계별 성취 기준과 서술평가까지 기입한다. 

미국은 2004년 학습장애와 관련된 장애인교육법을 입법했다. 이 법은 언어, 학습, 지능, 시각, 청각 등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교육 전반을 책임진다. 학생의 학습부진을 측정할 때 지적 능력과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구성한 수업을 수강하게 한 뒤 반응과 학습 진전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히 지능이나 성취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학습부진이나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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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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