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소값?’ 삼겹살 값 변천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1:26:24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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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한우보다 비싸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대륙을 휩쓸며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며 외식업계가 양돈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삼겹살의 역사와 가격 변동에 대해 알아봤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감염 시 100%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중국은 올해 안으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3분의 1이 달하는 1억3000만 마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살처분에 의한 공급 부족으로 중국의 돈육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삼겹살 외식 가격도 벌써 요동칠 움직임이 보인다.

해외로 수출
지금은 수입

삼겹살은 해방 전까지 세겹살이라고 불렸다. 삼겹살의 사전적 의미는 ‘돼지의 갈비와 붙어있는 살로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기’다.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방신영 이화여대 교수가 쓴 <조선요리제법>이란 책에 처음으로 세겹살이란 말이 등장한다. 이 고기는 돼지의 뱃바지, 즉 배에 있는 고기로 돼지고기 중 가장 맛있는 고기라고 표기됐다.

1934년 <동아일보>에도 세겹살이란 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까지 '뱃바지 고기', 혹은 '삼층저육' 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인 1956년 이후에야 삼겹살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삼겹살로 바뀐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개성 상인들에 의해 삼겹살로 변했다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조선서 키우던 돼지는 육질이 질겼다. 개성 사람들이 이 돼지를 두고 개성 명물인 인삼을 곁들어 먹였다고 해서 삼겹살이라 불렀다고 한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당시 돼지 부산물과 기름이 많아 인기가 없던 삼겹살은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유통됐다. 1970년대 무렵 강원도 태백과 영월 광부들은 작업장서 먼지를 많이 흡입해 매달 고기 교환권을 받았는데, 가장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부위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냉동삼겹살 구이식당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이 식당들은 저렴한 삼겹살을 소주 안주로 판매했다.

시초는 세겹살…주로 서민들 즐겨
유통비 증가로 2011년부터 급상승

삼겹살은 1980년대 이후 일본 수출이 뜸해지지만 돼지고기 가공 공장이 늘어나고 프로판 가스 불판 도구가 생기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일로 싼 불판위에 얇게 썰어낸 삼겹실이 인기가 높았다. 대패삼겹살은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초기의 대패삼겹살의 원형은 지금처럼 돌돌 말려서 나오는 방식이 아닌 한 입 크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삼겹살 외식 문화가 대중화 된 이유에는 한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양돈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제주산 오겹살이 서울에 등장했다. 제주 사람들은 뼈를 제외한 돼지의 모든 부위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 기존 삼겹살은 비계를 제거했지만, 제주산 돼지는 비계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오겹살로 재탄생한 것이다.

1997년 IMF 위환위기에도 삼겹살 가격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지만 삼겹살이 국민외식으로 자리 잡고 있던 중 2000년 3월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때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되면서 축산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003년 말 광우병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 삼겹살 전문점이 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와인삼겹살이 유행을 일으켰다. 이후 삼겹살을 숙성하는 재료에 따라 허브, 녹차, 매실 등 다양한 삼겹살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200g 기준) 외식 물가가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삼겹살 가격이 1만원대를 돌파했으며 2012년까지 약 5000원이 인상됐다.

삼겹살 가격은 유통 접점마다 관계하는 주체가 많고 영세해 유통비용(직접비, 간접비, 유통이익)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이익율은 2009년 11.7%, 2010년 10%, 2011년 8.9%, 2012년 16.5%로 조사됐으며 2011년 유통이익이 줄어든 것은 구제역 발생으로 도축두수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2012년 유통이익은 16.5%로 삼겹살의 현지가격은 충분히 하락 정상화됐다. 반면 소매 가격의 인하는 유통이익의 일부로 잠식된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자협의 분석결과 삼겹살(200g 기준) 외식비용이 최근 5년간 37% 가격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서울지역 개인서비스 외식가격 중 삼겹살의 외식가격이 지난 5년간 37%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상승으로 삼겹살 외식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상승했다.

IMF 때도 안정적
09년 1만원 돌파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 발생 후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큰 폭으로 인상했고, 구제역 발생 파동 후 시간이 지나 삼겹살 가격은 평년수준을 회복했으나, 외식 가격만 상승을 유지했다.

1인분(200g)을 기준으로 서울 지역 삼겹살(외식) 가격은 2010년 1만1345원이었으나 2013년 국내 한돈생산 농가들의 돈가 하락에도 불구, 고기집 식당가격은 1만3818원으로 22% 상승한 바 있다. 2013년에는 국내 한동 생산 농가들의 돈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낸 결과다.

삼겹살 가격의 두드러진 상승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살처분된 가축 수가 346만마리를 돌파했던 구제역 발생 이후 형성된 고가의 삼겹살 가격이 2011년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3년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의 외식가격에 대해 인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배 이상 상승한 부분을 지적했다.

<농수축산신문>에 따르면 김정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회계사는 “구제역 발생으로 2011년 원재료인 삼겹살 정육 가격이 인상되면서 총 원가가 인상됐고 이는 삼겹살 외식가격에 반영됐다. 그러나 구제역 이후 삼겹살 정육가격은 안정적으로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외식가격은 인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진짜
특별한 날만?

최애연 전국주부교실중앙회 국장도 “삼겹살 소비자 구입가는 비싸고 농가는 적자라고 하지만 유통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유통서 가격하락 요인이 있다면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정하게 소비자 가격에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원가분석결과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가격은 서울 37%, 전국 32% 상승해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물가(매년 2월 기준)는 2014년 1만3743원, 2015년 1만4657원, 2016년 1만4992원, 2017년 1만5168원, 2018년 1만6296원이다. 삼겹살은 1만743원서 1만6865원으로 22.7% 올랐다. 삼겹살은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현황 ⓒ농립축산식품부

삼겹살 자영업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대포 늘리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공급가격이 부족해지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8일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증가에 따른 국내영향분석’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격 약세로 인한 모돈 감축,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된다. 중국의돼지 고기 수입량은 자국 내 돼지가격 하락과 미·중 분쟁 등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해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 수입량을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 등 전 세계 ASF비상
요동치는 양돈시장
···1인분에 얼마?

이현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돼지고기 수입 증가로 국내 수입 감소폭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총 공급량 감소로 돼지 가격은 전년보다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모돈이 늘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돼지 가격의 상승으로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해 총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4월 이후 돼지 도매가격은 돼지고기 공급량 감소로 전년수준은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돼지고기 수입여건이 예상보다 원활하지 못한 것을 대비해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은 더욱 확대돼 소비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농가 생산성향상을 통한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로 가격 급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면 돼지고기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므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며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중국, 미국, 유럽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100g의 25일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1980원이다. 이는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전보다 72원 상승, 1개월 전 1725원보다는 255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퍼질 경우 2분기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오른 1kg당 5200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예상한다.

수요 늘면서
가격 오름세

<이데일리>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돼지 앞다릿살은 국외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 확산함에 따라 수입산 대비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병에 5000원?’ 소주값 변천사

삼겹살과 함께 소주 가격도 매년 오르고 있다. 1974년 소주가의 출고가는 85원, 소비자가는 100원이었다. 출고가 기준 1980년 190.17원, 1985년 247원, 1990년 300.67원, 1995년 377.27원이었다. 소주가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적은 2000년 한국과 유럽연합 주세율 협정에 따라 소주 주세율이 35%서 72%로 인상될 때다. 2010년에는 출고가 960원, 소비자가 1080원이다.

5월부터 출고가는 1081.2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가격은 1650원 수준으로 최소 100원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병당 4000~4500원으로 판매되는 식당·주점에서는 소주 가격이 5000원으로 오를 곳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소주와 맥주를 공급하는 H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니 인건비가 올랐다”며 “매출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계산해보니 2016년과 2017년 27~29%에 비해 20%가 떨어져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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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