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여행 ①이태원 우사단길

▲ 우사단길 ‘음레코드’ 옥상에서 본 서울 풍경

번화한 이태원 거리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를 끼고 살짝 들어서면 숨은 명소인 우사단길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보광초등학교 앞에서 길이 나뉘는데, 왼쪽 우사단로10길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우사단길 여행이 시작된다. 

우사단길 초입은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레바논, 인도 등지의 음식점과 아랍어로 적힌 간판, 히잡과 터번을 쓴 이방인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1976년 국내 최초로 개원한 이슬람 성원인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이국적인 정취에 정점을 찍는다.
 

▲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우사단길의 랜드마크다.

할랄 푸드

이슬람 성원이 있다 보니 주변에 할랄 푸드 전문점이 많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거치기 때문에 최근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할랄 푸드라고 낯설게 여길 필요는 없다. 우사단길에는 할랄 인증 한식 전문점도 있다. ‘이드’와 ‘마칸’이 대표적이다. 생선구이, 불고기, 비빔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낸다. 일반 한식과 똑같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 여행 중에 한식을 맛보고 싶은 이슬람교도들도 많이 찾는다.
 

▲ 생소하지만 낯설지 않은 파키스탄 음식

이국적인 할랄 푸드를 맛보고 싶다면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꽤 대중화된 케밥이나 인도 음식, 아직 조금은 낯선 파키스탄이나 이집트, 터키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팍인디아레스토랑’은 파키스탄 음식 전문점이다. 파키스탄 음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 주메뉴가 탄두리치킨과 커리, 난 등 인도 음식과 유사해 의외로 익숙한 맛이다.
‘케르반카페’도 추천할 만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우선 터키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키에서 가져온 장식품과 타일로 내부를 꾸몄다. 이곳에서는 달콤한 터키 디저트와 차, 파니니케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클라바부터 주문하자. 바클라바는 견과류를 넣은 달짝지근한 페이스트리로 터키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오리지널, 피스타치오,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하며 터키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린다. 이외에 각종 터키 디저트와 빵, 쿠키, 아이스크림이 있다.
 

▲ 터키 디저트를 판매하는 ‘케르반카페’

우사단길의 또 다른 매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적 정서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일대는 오래된 집과 골목이 오밀조밀 이어지는 주택가로, 2003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옛 동네의 정취를 풍긴다.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 보니,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예술가나 청년 창업자들이 우사단길로 들어와 개성 넘치는 공간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그렇게 지금의 우사단길이 자리 잡았다.
 

▲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우사단길

많은 가게와 공방이 들어섰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며 부침도 겪었다. 그래도 꾸준히 이곳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챔프커피’와 ‘오토’가 대표적이다.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인 챔프커피는 외관이 정겹다. 옛날 쌀집이나 구멍가게 같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가 들러 삼삼오오 담소했을 듯한 공간. 챔프커피는 실제로 우사단길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제일 큰 테이블은 주인장이 작업하는 공간이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이곳에 앉으면 단골이든 뜨내기손님이든 말을 섞는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다양한 얘기가 오간다. 길을 잘못 들어 후진하다가 이 동네를 발견하고 눌러앉았다는 챔프커피의 탄생 배경, 챔프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 입담 좋은 주인장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 ‘챔프커피’는 외관부터 정겹다.

이국적+한국적 분위기의 매력
다양한 음식·볼거리 한가득

챔프커피 근방의 오토(OTTO)는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에 소개된 김밥집이다. 로메인과 고추냉이소스가 들어가는 고추냉이김밥이 유명한데, 모양도 맛도 신선하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두루 좋아할 맛이라 다양한 나라의 손님들이 찾는다. 이곳은 김밥만큼 야외 테라스도 매력적이다. 볕 좋은 날, 우사단길이 내다보이는 자그마한 테라스에 앉아 김밥을 먹어보자. 인생 김밥으로 남을 운치와 맛을 선사한다.
 

▲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좋아하는 맛, ‘오토’의 고추냉이김밥

우사단길의 하이라이트는 도깨비시장 쪽 ‘음레코드’에 숨어 있다. 바이닐(LP) 문화를 쉽고 편하게 접하는 음레코드는 음료나 맥주를 마시며 LP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하다.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여 유명 가수들이 화보를 촬영하러 오기도 한다. 특히 옥상이 압권이다. 저 멀리 남산서울타워부터 가까이에 있는 우사단길 도깨비시장의 비닐 천막까지 한눈에 보인다. 그 사이를 오래된 주택과 골목이 겹겹이 채운다. 우사단길을 품은 서울이 아득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높은 곳에 올라앉은 우사단길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다.
 

▲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음레코드’ 실내

이태원의 특색 있는 길을 더 둘러보고 싶다면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로 가자. 미군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내놓은 가구를 사고팔던 데서 유래해, 지금은 국내 대표 앤티크 가구 매매 거리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을 구경하노라면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풍경

이태원의 빈티지한 매력은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PLASTIC)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이곳은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공간이다. 1층은 주로 LP, 2층은 CD를 전시·판매하며, 곳곳에 턴테이블과 카세트플레이어, CD플레이어가 비치돼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아날로그 음악이 친숙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곳이다. 
 

▲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바이닐앤플라스틱’

바이닐앤플라스틱 맞은편 골목에는 보물 같은 예술 공간이 숨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각기 다른 세 건축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이 한곳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소장품 역시 어마어마하다. 국보와 보물,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등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두루 전시한다.
 

▲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삼성미술관 리움
▲ 독서당로에 위치한 디뮤지엄

핫플레이스 ‘독서당로’

예술적 욕구를 더 채우고 싶다면 독서당로가 제격이다. 독서당로는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디뮤지엄을 비롯해 개성 넘치는 갤러리, 복합 문화 공간, 카페, 맛집이 많아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남동에서 옥수동으로 이어지는 언덕길, 독서당로를 따라 걸으며 예술·문화 투어를 즐겨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삼성미술관 리움→바이닐앤플라스틱→우사단길→독서당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삼성미술관 리움→바이닐앤플라스틱→우사단길→독서당로
둘째 날: 이태원 앤틱가구거리→국립한글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용산구문화관광 www.yongsan.go.kr/site/ct/index.jsp
- 이태원앤틱가구협회 http://itaewonantique.com
- 바이닐앤플라스틱 http://vinylandplastic.hyundaicard.com
- 삼성미술관 리움 www.leeum.org
- 디뮤지엄 www.daelimmuseum.org/dmuseum 

문의 전화
- 이태원역관광안내소 02)3785-0942(지하), 749-9221(지상)
- 이태원관광안내소 02)794-5579
- 바이닐앤플라스틱 02)2014-7800
- 삼성미술관 리움 02)2014-6901
- 디뮤지엄 070-5097-002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 7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한남2고가차도→북한남삼거리→이태원로→대사관로→이태원로36길→우사단로14길→우사단로10길→우사단길

숙박 정보
- 크라운관광호텔: 용산구 녹사평대로, 02)797-4111, www.hotelcrown.co.kr
- GV레지던스: 용산구 이태원로15길, 02)797-5800, http://gv-residence.com
- 임피리얼팰리스부티크호텔: 용산구 이태원로, 02)3702-8000, www.imperialpalaceboutiquehotel.com
- 해밀톤호텔: 용산구 이태원로, 02)3786-6000, www.hamilton.co.kr

식당 정보
- 오토(고추냉이김밥): 용산구 우사단로10다길, 02)794-0110, www.instagram.com/otto_kimbab
- 팍인디아레스토랑(탄두리치킨·커리):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790-1509 
- 마칸(마칸불고기·불고기비빔밥):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6012-2231
- 이드(소불고기):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70-8899-8210
- 케르반카페(바클라바·파니니케밥):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70-7532-1997 
- 숙이네닭발(닭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798-0838

주변 볼거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남산공원, 전쟁기념관, 경리단길, 블루스퀘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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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