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피살 전말&의문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10:43:15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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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뭐라고…죽음을 부른 채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아 감옥에 있는 청담동 주식부자이희진이 없는 사이, 이씨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김모씨는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해 이씨 부모를 살해하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현금 5억원 탈취, 시신유기를 하는 등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범행 후에도 모친 행세를 하거나, 이희진씨 동생을 만나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일요시사>는 사건의 전말과 함께 의문점을 살펴봤다.
 

▲ 이희진씨 ⓒ이희진 페이스북

김씨는 인터넷으로 고용한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25일 이희진의 부모를 살해한 뒤 현금 5억원과 이씨 아버지의 차 벤츠를 훔쳤다. 범행 이후 김씨는 이씨의 엄마 휴대전화를 이용해 엄마 행세를 하며 이씨의 동생 이희문씨와 연락을 취하는 등 신고를 최대한 늦췄다.

이희문씨는 엄마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씨의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후 CCTV를 분석해 용의자인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가 살해혐의로 체포된 후에도 미스터리한 점이 많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김씨는 과거 미국서 요트판매대행업체 사업을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귀국했다. 요트 임대업 경험을 가지고 다시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고 이씨 아버지를 여러 번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의 권유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상태였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씨 아버지가 거주한 경기도 안양 집을 찾아갈 계획을 세웠다. 김씨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 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했다.

지난달 25일 이씨 부모의 집을 찾은 김씨와 공범자 3명은 오후 351분쯤 이씨 부모의 부재 중인 집을 찾았다. 15분 뒤인 오후 46분 집으로 들어온 이씨 부부는 이희문씨가 부가티 베이런을 팔고 난 일부 금액인 5억원이 들어 있는 스포츠 가방을 갖고 왔다. 가방 안에는 100만원권 수표와 지폐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부검 결과 이씨의 아버지는 두부외상과 목 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어머니인 황씨는 목 졸림으로 인한 질식으로 각각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 3명이 5억원을 어떻게 분배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김씨를 제외한 용의자 3명은 오후 1151분 인천발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 김씨는 자신의 친구인 A에게 싸움이 났는데 중재해달라고 불렀지만, 친구 A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인인 BC에게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2명은 현장에 갔다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해 김씨에게 신고를 권유하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사건 당일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장롱으로, 아버지의 시신은 냉장고로 옮긴 후 집안을 깨끗이 치웠다.

다음 날인 26일 오전330분경 김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은 렉스턴 차량을 운전할 테니 이씨 아버지의 벤츠를 운전해 따라올 것을 부탁한 후 경기도 평택시에 임대해놓은 창고(보증금 1500만원, 월세 150만원) 인근에 주차하도록 했다. 김씨는 벤츠 차량 트렁크에 범행 당시 피해자들의 피가 묻은 이불 등을 실었다가 대리기사가 떠나자 이불을 꺼내 불로 태운 뒤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조작 실형 사는 사이 살해
시신 유기하고 현금 5억원 탈취

현장에 돌아온 김씨는 이삿짐 센터를 불러 이씨 아버지의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베란다로 빼낸 다음 평택 창고로 옮겼다.

그 후 김씨는 집에서 가져온 이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이희문씨와 카카오톡을 하며 어머니 행세를 했다. 이희문씨는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부모님 집으로 찾아갔다.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들어가지 못한 이씨는 어머니에게 카카오톡과 전화로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자 실종신고를 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신고를 받은 안양동안경찰서는 오후 6시경 안양 자택 옷장서 이씨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CCTV 분석으로 의심 차량을 추적해 17일 오후 317분 수원의 한 편의점 앞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의 자백을 들은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경 평택 창고 안에 있는 냉장고서 이씨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다.

피의자 김씨는 이씨 아버지가 주식투자를 권유해 투자했는데 이 돈을 모두 잃었다고 진술했다. 이씨 아버지는 김씨에게 보유하고 있는 2000만원으로는 사업이 힘들다며 주식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투자 성과가 나오지 않자 둘의 관계는 악화됐다고 전해진다.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수차례 돈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김씨로부터 회수한 돈은 1800만원이었다.
 

▲ 이희진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씨

하루가 지난 20일 김씨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경호목적으로 아르바이트처럼 3명을 고용한 것이라며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제압하려고만 했지만 옆에 있던 공범 중 한 명이 남성(이씨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여성(이씨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범행 과정을 본인이 세운 것은 인정하지만 살해는 공범자가 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이씨 부모를 포박하고 돈을 요구하던 중 부부가 소리를 지르자 중국 동포가 살해해 본인은 말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5억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 피해자들에게서 탈취한 5억원을 고용비로 나눠준 것이 아니라 공범자들이 주도적으로 돈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청부살인업자?
중국 어디로?

김씨는 범행 9일 전인 지난달 16일 재외 동포 구인·구직 사이트에 개인 경호팀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글 내용에는 20세부터 35세의 신체 건강한 남성을 우대하며 교포나 외국인뿐 아니라 불법체류자도 지원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뿐만 아니라 군인 출신 및 운동선수, 깡 있는 분을 우대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주요 업무로 시설 경호, 개인 신변 보호, 범죄예방, 행사 경호로 급여에는 월 300만원서 월 1000만원까지이며 일당이 가능하다고 게시했다.

공범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1151분 중국 칭다오로 출국해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범행 뒤 곧바로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공범 중 한 명인 D씨 가족은 사건 발생 이전에 중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발견됐다.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포함된 중국 동포 공범들은 가족들을 먼저 중국으로 피신시킨 뒤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떠난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중국 동포 3명이 모두 동갑내기 친구로 예전부터 국내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D씨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동포 2명은 가족 없이 혼자 한국서 지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인터폴 등을 통해 중국 체류 중인 것으로 추측되는 공범 3명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린 뒤 국내 송환을 요청했다. 또 이들의 입국을 대비해 인천공항 등에 통보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적색수배란 인터폴의 8가지 수배 유형 중 가장 높은 단계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게 내려진다.

이 사건은 범행동기와 범행 과정 등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김씨와 피해자 간의 채무 관계에 주목해 단순히 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살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씨는 진술 과정서 20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갔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00만원을 받으러 가기 위해 중국 동포를 데려가는 건 이상하다동원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인 세 사람을 고용하는 데 2000만원이 넘어 경호원을 고용해 사람을 살해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못 박았다. 범죄 관련 업계서도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을 높다고 봤다.

범행 동기·과정
계획 등 불분명

김씨 일당은 범행을 저지르고 5억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5억원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사건 당일 오전 이희문씨가 성남의 한 카센터서 부가티 베이런을 20억에 판매한 기록을 확인했다. 15억은 이희문씨 계좌로 송금됐고 나머지 5억은 부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일당이 이씨의 부모가 5억원을 갖고 올 것이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희문씨의 경우도 26개월 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다. 이씨의 부모는 그동안 두 아들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해 생활비 명목으로 5억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 ⓒ이희진 인스타그램

범행 과정서도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김씨는 이씨 부모가 집안에 없던 것을 이미 알고 비밀번호를 알아내 집 안에 먼저 잡입해 있었던 것인지, 근처에 숨어 있다가 이씨의 부모가 현관문을 열 때 밀치며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아직 밝혀진 사실이 없다.

김씨가 모친의 시신은 장롱에 두고 부친의 시신만 평택 창고로 옮긴 것도 의문이다.

지난 19일 안양동안경찰서 관계자는 특별한 동기가 있는 게 아니라 두 시신을 모두 옮기기에는 힘들 것으로 판단해 아버지 시신만 옮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기 위해서라면 아버지 시체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야 하는데 이 사건 전에 임대해둔 평택 창고에 시신을 유기한 것은 그럴 의도가 없어 보인다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5억을 노린 거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이희진씨한테 증권 주식 투자과정서 피해를 본 다수의 사람들이 이희진의 아버지를 창고에 압박한 뒤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쓴 방법일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되짚었다.

공범의 숫자가 많은 것도 의심스럽다. 중국 국적 공범 3명과 범행 후 뒤처리를 위해 요청한 2명 등이다. 살인사건의 경우 공범자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뒤처리를 위해 현장에 간 이들은 단순 폭행 사건인 줄 알고 갔는데 살인 사건이라 빨리 신고하라는 말만 하고 바로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공범 피의자 3명 출국
영원히 못 잡을 수도?

김씨는 범행 후 휴대전화를 이용해 엄마 행세를 했다. 김씨는 이 과정서 이희문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엄마 행세를 해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말로 유인한 뒤 고깃집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 사실을 털어놓고 사죄하려고 했지만, 입이 안 떨어져 미국 유학 생활 등 개인적인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피의자 김씨의 어머니가 5억원 중 25000만원을 가지고 경찰서에 출석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이날 오전 안양동안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하면서 김씨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지만,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이 가지고 온 돈을 받고 강도 살인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전긍긍하다가 김씨의 변호사에게 털어놨고, 변호사의 설득으로 자진 출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잔여금인 23200만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체포된 사람은 김씨 1명뿐이다. 현재 김씨의 진술만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서 김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체포 당시 수중에 가진 돈은 1800만원밖에 없다던 김씨였지만 어머니를 통해 25000만원을 반납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자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씨와 범행에 가담한 후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중국 동포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중국 동포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610분경 범행 현장서 빠져나와 택시로 자신들의 거주지인 인천으로 이동해 짐을 꾸린 뒤, 항공권 3매를 예약하고 다시 택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술만으로···
수사 난항

이들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거주지 관리인에게 전화로 월세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진술만으로는 수사가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는 형국이다. 중국 동포 3명을 이른 시일 내에 구속해 진술을 받아 조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은 누구?

이희진은 1986년생으로 안양서 태어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안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극단적인 시도를 할 만큼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이희진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4년 <한경TV>에 증시전문가로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20대의 주식전문가이자 자수성가한 캐릭터로 입지를 구축하며 Mnet <음악의신2>,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희진은 승승장구하다가 20169월 동생인 이희범씨와 함께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희진은 이희범과 함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투자 매매회사를 만들어 170억원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13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재판과정서 피해자 211명에 피해액이 2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5, 벌금 200만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10월 이희진이 활동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희진이 옥중서 쓴 자필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편지의 내용에는 회사를 잘 키워보려는 욕심이 와전돼 슬프다평생 회원들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회원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중국어, 베트남어, , 회계 공부를 병행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됐으며 지난 18일 부모 장례절차 준비로 구속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빈소를 지키고 발인식을 치른 후 다시 입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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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