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③완도 소안도

항일의 땅, 해방의 섬

▲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모금으로 세운 사립소안학교는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항일 정신을 가르쳤다. 사진은 복원된 사립소안학교에서 종을 치는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

소안도는 아름다운 저항정신이 깃든 섬이다. 암울하고 참담한 일제강점기를 꿋꿋이 버텨냈다. 1년 내내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도 소안도의 자랑이다.

소안도에 가려면 완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소안항까지 하루 10~12회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여객선 3척이 운항하는데, 소안도의 항일정신을 기리려는 듯 이름이 대한호·민국호·만세호다. 어느 여객선을 타도 소안도의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화흥포를 출발한 여객선은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1시간 만에 소안도 소안항에 닿는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푯돌을 만난다. 가슴이 뭉클하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소안도는 어떻게 항일의 땅, 해방의 섬이 되었을까? 먼저 소안항일운동기념관으로 가자. 소안항에서 출발해 소안면 소재지를 지나면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이 지척이다. 가는 길에 태극기가 유난히 많다. 소안도는 일제에 저항한 정신을 드높이기 위해 태극기의 섬으로 거듭났다. 소안도 주민 1300여명의 집과 도로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다. 태극기 게양은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른 규정이 있다. 아무 때나 게양할 수 없기에 완도군은 소안도에서 365일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연중 펄럭이는 태극기가 무려 1500여기. 소안도가 태극기의 섬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 소안항일운동기념탑 전경

소안도는 예부터 달목도라 했다. 초승달처럼 허리가 잘록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안도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본래 남쪽과 북쪽에 각각 2개의 섬이었다. 파도가 실어온 퇴적물 덕분에 사주로 연결됐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이 사주에 있어 동서로 바다가 훤히 보인다.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모금으로 세운 사립소안학교가 있던 자리라 의미도 깊다. 기념관과 함께 소안항일운동기념탑, 복원된 사립소안학교가 있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끈질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녹여낸 곳이다. 기념관은 영상실과 전시실로 나뉜다. 영상실에서는 소안도의 항일운동 역사를 자세히 소개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전국 항일운동 지도가 보인다.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의 ‘3대 성지’로 불린다. 세 지역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항일운동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전시된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 디오라마

소안도에서는 평화적 시위와 무력항쟁, 교육운동과 노농운동, 비밀결사와 법정투쟁, 섬 주민의 자발적인 학교 설립 등 일제강점기 내내 다양한 항일운동이 전개됐다.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을 비롯해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 사립소안학교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완도 본섬에서 한참 떨어진 데다 인구가 6000여명밖에 안 되는 섬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 기록에 남은 독립운동가가 89명에 이르는 사실로도 항일운동의 성지가 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복원된 사립소안학교

전시관에서는 진(盡·온 힘을 다하다), 인(人·사람이 희망이다), 사(事·행동하는 양심, 역사가 되다), 대(待·힘을 모아 막아내다), 천(天·하늘이 내린 천직을 받들다), 명(命·힘을 보태 강해지다)을 테마로 항일운동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시관 중심에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된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의 디오라마가 있고, 천장은 다양한 태극기로 수놓아져 있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용한 교과서, 1920~1930년대 신문 지면을 장식한 소안도 기사, 독립운동가의 형사판결 원본 등 당시의 유물과 기록도 전시된다.
 

▲ 가슴 뭉클한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푯돌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은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작점이다. 1909년 일본은 본국을 향해 먼 바다로 나가는 상선을 돕기 위해 당사도에 등대를 세웠다. 소안도 출신 동학군 이준화를 비롯한 5명은 일본 선박의 남해 항로를 방해하기 위해 거친 해안 절벽을 기어올라 일본인 등대원 4명을 죽이고, 등대를 파괴했다. 당사도등대가 생긴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당시 불빛을 밝히던 등명기를 파괴하려 했지만, 너무 단단해 바다에 빠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등대 주변에는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항일전적비와 광복 후 파괴된 등대원추모비 일부가 역사의 증인처럼 오롯이 서 있다.
 

▲ 복원된 사립소안학교 내 작은도서관에서 소안도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을 들어 보이는 어린이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도 같은 해 시작됐다. 소안도는 왕실에 세금을 내는 궁납전이었는데, 1905년 친일 매국노 이기용이 토지를 사유화하자 소송을 벌였다. 일본과 조선 왕실을 상대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13년의 법정투쟁 끝에 승리를 거뒀다. 소송 승리의 기쁨은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소안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1만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당시 소 한 마리 값이 70원인 점을 생각하면 꽤 큰 액수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립’을 강조하는 이유는 마을 주민이 스스로 세웠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사립소안학교에는 일장기가 없었고, 민족의식을 일깨우며 항일정신을 가르쳤다. 노화도를 비롯한 주변 섬뿐 아니라 해남과 제주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 천연기념물 339호로 지정된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 전경

1년 내내 태극기 휘날리는 ‘태극기의 섬’
일제강점기 내내 다양한 항일운동 전개

하지만 사립소안학교는 일제에 ‘항일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1927년 강제 폐교된다. 소안도 주민은 격렬히 항거했고, 학교를 다시 열기 위해 탄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이 일로 소안도 주민 6000여명 가운데 800명이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사람)이 돼 일제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고초를 겪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수의위친계, 배달청년회, 살자회 등 항일 비밀결사를 만들어 조직적인 저항운동을 벌였다. 감옥으로 끌려간 이웃을 생각하며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잤다는 일화가 있다.
 

▲ 물치기미전망대에서 본 풍경

소안도 항일운동의 중심에는 송내호 선생이 있다. 사립소안학교의 전신인 사립중화학원을 설립해 교육에 힘썼고, 이후 사립소안학교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1919년 경성(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나고 불과 2주 뒤, 완도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비밀결사 수의위친계를 조직했으며 배달청년회, 소안노농대성회, 살자회 등에 참여해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배달청년회 사건으로 수감돼 이듬해인 1928년 세상을 떠났다.
사립소안학교는 지난 2003년 복원돼 평생학습원과 작은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작은도서관은 시간 내서 들러볼 만하다. 아늑한 공간에 동화책, 소설책 등이 빼곡하다. 소안도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를 읽어보기 바란다.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주먹만 한 몽돌이 깔린 진산해변

이제 소안도를 한 바퀴 둘러보자.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앞으로 난 길은 소안도 남쪽 맹선리, 진산리, 소진리, 부상리, 미라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도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몽돌 해변, 제주 한라산과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전망대 등 진경을 볼 수 있다.
맹선리로 방향을 돌리면 가장 먼저 완도 맹선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40호)을 만날 수 있다. 해풍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물고기를 불러 모으는 어부림 구실을 하는 숲이다.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수가 빽빽하다.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구한말, 소안도 주민이 무단으로 들어와 살던 일본인 거주지를 불태운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맹선리를 지나면 소안도 남쪽 해안 절벽을 따라 고갯길이 이어진다. 고갯마루에 물치기미전망대가 있다. 당사도와 그 너머로 추자도가 보이고, 맑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당사도 왼쪽 끄트머리에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당사도등대가 보인다.
 

▲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의 거대한 해송

고갯마루를 내려가면 진산리다. 주먹만 한 몽돌이 깔린 진산해변은 둥글게 호를 그리는데, 잔잔한 가운데 몽돌을 파고드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진산리에서 부상리 마을을 지나 한 굽이 올라서면 잘 알려지지 않은 전망대가 나온다. 바로 해맞이일출공원으로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다. 숲길을 따라 200m 정도 가면 해안 절벽 꼭대기에 닿는다. 서쪽으로 대모도와 청산도, 완도의 끝 섬 여서도가 나란하고, 남쪽은 사수도 너머로 제주도가 가깝다. 벤치에 앉아 너른 바다와 섬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절벽 아래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가 은신한 해안 동굴도 있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미라리가 지척이다. 몽돌이 예쁜 미라해변과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39호)이 한데 어울려 있다. 미라리 상록수림은 해송이 가장 많고, 생달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특히 숲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거대한 해송과 2그루와 바다가 그림 같다.
 

▲ 보길도윤선도원림 동천석실에서 본 부용동

보길도 여행

소안도에서 완도로 갈 때 경유하는 노화도는 다리 하나로 보길도와 이어진다. 완도로 돌아가기 전 노화도 동천항에 내리면 보길도 여행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은둔의 삶을 찾아 제주도로 가다 운명적으로 만난 섬이다. 윤선도가 이곳에서 지낸 흔적은 보길도윤선도원림(명승 34호)에 고스란히 남았다. 흐르는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에 세연정을 지어 풍류를 즐겼고, 곡수당에서는 〈어부사시사〉처럼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켰고, 동천석실에서는 낙서재를 바라보며 유유자적 다도를 즐겼다. 85세에 화려한 삶을 마감한 고산이 기거한 낙서재까지 그의 혼이 배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10분 정도 산행해야 하는 동천석실은 꼭 가보자. 그곳에서 연꽃을 닮은 부용동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소안항일운동기념관→소안도 일주(완도 맹선리 상록수림-물치기미전망대-진산해변-해맞이일출공원-완도 미라리 상록수림)→가학산 등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소안항일운동기념관→소안도 일주(완도 맹선리 상록수림-물치기미전망대-진산해변-해맞이일출공원-완도 미라리 상록수림)→가학산 등산
둘째 날: 보길도윤선도원림(곡수당과 낙서재-동천석실)→예송갯돌해변→우암송시열글씐바위→완도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도문화관광 www.wando.go.kr/tour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http://bizjhp.cafe24.com

문의 전화
- 완도군청 관광정책과 061)550-5412
- 완도군관광안내소 061)550-5151~3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061)552-0516
- 보길면관광안내소 061)553-5177
- 보길도윤선도원림 061)553-563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7: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서 화흥포여객선터미널까지 셔틀버스로 이동.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완도공용버스터미널 061)552-1500
여객선: 완도-소안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10~12회(06:50~17:20) 운항, 1시간 소요(노화도 동천항 경유). 
*문의: 화흥포여객선터미널 061)555-1010 소안도여객선터미널 061)553-8177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서호학산 IC→지방도819호선 13.4km 직진, 학산교차로에서 강진 방면 국도2호선→월산교차로에서 완도 방면 국도13호선→완도대교 건너 원동교차로에서 군외 방면 국도77호선으로 좌회전, 8.5km 직진→청해포구촬영장 끼고 우회전, 510m 이동→청해진서로로 우회전, 약 1.9km 직진→화흥포길로 우회전→화흥포여객선터미널→소안도여객선터미널→소안로 따라 2.6km 직진→소안항일운동기념관

숙박 정보 
- 미라펜션: 소안면 소안로, 061)552-4711, http://061-552-4711.kti114.net
- 소안그린펜션: 소안면 소안로, 010-8070-1259, https://cafe.naver.com/soannhgreen
- 동남펜션: 소안면 소안로232번길, 010-3607-7938, http://동남펜션.com
- 미소펜션: 소안면 소안로538번길, 061)555-3667, http://soanmiso.com 
- 블랙스톤펜션: 보길면 예송로, 061)554-1009, http://blackstonepension.co.kr 
- 해그림펜션: 보길면 보길동로, 010-9194-6254, www.haegrim.co.kr 
- 전라남도완도자연휴양림: 완도읍 대야일구1길, 061)550-3570, http://forest.jeonnam.go.kr
- 두바이모텔: 완도읍 해변공원로, 061)553-0688
- 무릉도원한옥집: 군외면 청해진로, 061)552-4779, https://0615524779.modoo.at

식당 정보
- 소안도맛집(백반): 소안면 소안로, 061)555-9966
- 작은섬식당(백반): 소안면 소안로, 061)552-7088
- 바다를담은면(바다를담은해조비빔밥): 군외면 초평길, 061)555-9988, https://badam.modoo.at
- 은혜기사식당(백반정식): 완도읍 개포로130번길, 061) 552-2774

주변 볼거리
청해포구촬영장, 완도수목원, 완도타워와 완도모노레일, 장도청해진장보고유적, 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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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