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②안동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내앞마을, 임청각

독립운동의 성지에 가다

▲ 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추모벽에 새겨진 경북 출신 독립 유공자의 이름

1919년 3월1일 경성(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의 함성은 독립을 염원하는 기운을 타고 3월13일, 경북 안동에 이르렀다. 이날 울려퍼진 만세 소리는 보름간 계속됐으며, 14회에 걸쳐 약 1만여명이 조국의 광복을 부르짖었다. 100년 전 만세 함성을 따라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을 찾았다.
 

▲ 안동의 독립운동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전경

일제강점기 많은 사람이 독립운동에 나선 안동은 시·군 단위로 전국에서 독립 유공자(약 350명)가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그동안 역사의 뒤편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동의 독립운동사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으로 가자.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까지 줄기차게 이어진 안동과 경북 독립지사의 투쟁을 문헌과 자료, 영상으로 소개한 곳이다. 전시 관람은 해설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의병항쟁과 대구의 국채보상운동, 만주 지역의 항일투쟁, 의열단과 광복군 전투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며, 깊이 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 안동과 경북 독립지사의 투쟁을 문헌과 자료, 영상으로 소개한 실내 전시

불꽃 같은 독립운동

안동은 본래 유학이 뿌리 깊은 지역이지만, 의병 활동이 실패한 뒤 신학문을 받아들인 혁신 유림이 생겨난다. 혁신 유림은 국권을 빼앗긴 이후 만주로 건너가 항일투쟁을 이어가는데, 가족과 친지 등 이들을 따라 망명한 사람이 1911년에만 2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험난한 상황에 물심양면 독립군을 도운 이들이 없었다면 만주의 항일투쟁은 더욱 어려웠을지 모른다.
 

▲ 전시관에 마련된 일제의 벽관 고문 체험 코너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낯익은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도쿄에서 법정투쟁을 벌인 문경 박열, 의열단 김시현은 안동이 고향이다. 김시현은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다.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안옥윤(전지현)도 영양 출신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모델로 했다. 남자현은 1933년 하얼빈 감옥에서 풀려나 숨을 거두면서도 “독립은 정신으로 이뤄진다”는 말을 남겼다.
 

▲ 협동학교 교사(校舍)로 쓰인 내앞마을 김대락의 집, 백하구려

전시관에는 일제의 고문 시설인 벽관 체험을 비롯해 독립선언서 등사하기, 비밀 요원이 돼 미션 수행하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아이들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야외에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린 추모벽이 있다. 전국의 독립 유공자 1만5000여명 가운데 경북 출신이 약 2160명이다. 추모벽에 끝없이 새겨진 이름을 하나씩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 임청각 대문에 걸린 ‘국무령 이상룡 생가’ 현판
▲ 임청각 내부에 마련된 전시관에는 이상룡과 그 가족이 걸어온 험난한 여정이 자세히 기록됐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바로 옆에는 의성 김씨 집성촌 ‘내앞마을’이 있다. 안동 지역 애국 계몽운동의 산실인 협동학교가 이곳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내앞마을은 신학문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취한 독립운동가의 요람이었지만, 지금은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내앞마을 사람들은 일제 치하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싸웠다. 이 가운데 ‘만주벌 호랑이’로 불린 김동삼과 일가를 데리고 만주로 망명한 김대락이 있다. 자기 집을 내주며 협동학교를 후원한 김대락은 나라를 잃은 뒤 만주로 떠났는데, 이때 마을에서 150여명이 그와 함께 망명했다고 한다. 김대락은 힘겨운 상황에도 만주의 생활과 활동을 기록한 <백하일기>를 남겼다. 마을에는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는 듯 일송 김동삼의 생가와 협동학교 교사(校舍)로 쓰인 ‘백하구려(白下舊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집 앞마당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도가 놓이는 바람에 수십 칸이 강제 철거된 임청각 전경

안동의 독립운동 명소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임청각’이다. 활짝 연 임청각 대문에는 ‘국무령 이상룡 생가’ 현판이 걸렸다. 고성 이씨 종택인 이곳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이자, 3대가 독립투쟁에 나선 명실상부 독립운동가의 집이다. 지난해 이상룡의 손부 허은 여사가 건국훈장 애족장에 서훈돼 이 집에서 독립 유공자가 10명이나 배출됐다. 임청각 안에 있는 군자정에는 퇴계 이황이 쓴 현판과 독립유공자 증서가 나란히 걸렸다. 임청각 내부에 마련된 작은 전시관에는 이상룡과 그 가족이 걸어온 험난한 여정이 자세히 기록됐다.
 

▲ 뜨끈한 아랫목에서 고택 체험이 가능하다.

전국에서 독립 유공자 가장 많은 지역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다양한 체험으로

임청각은 원래 민간 살림집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99칸 가옥이지만, 지금은 절반가량이 남았다. 독립운동가가 많은 임청각을 눈엣가시로 여긴 일본이 맥을 끊겠다며 집 앞마당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도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때 대문과 행랑채 등 수십칸이 강제 철거됐다. 이 사연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다행히 임청각 복원이 결정돼, 몇 년 뒤에는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아름다운 야경을 품은 월영교
▲ 월영교 앞 음식점에서 헛제삿밥을 맛볼 수 있다.

임청각은 내부 관람이 가능하며, 고택 체험도 운영한다. 독립운동가의 집이자 500년 역사가 있는 고택에서 묵어가는 하룻밤은 그야말로 특별하다. 한지를 곱게 바른 전통 한옥의 고풍스럽고 아늑한 기운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직 쌀쌀한 초봄, 뜨끈한 아랫목에 손발을 넣으면 추위에 움츠러든 몸도 사르르 녹는다. 이왕이면 이상룡 선생이 태어난 사랑채에 묵어보자. 긴 밤 꿈속에서 한평생 독립을 향한 길에 섰던 그의 삶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에는 임청각 뒤쪽 소담길을 걸어보자. 무궁화가 곱게 핀 길을 걷다 보면 이상룡 선생의 강인한 정신과 신념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 퇴계 이황이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서당

밤이 길게 느껴진다면 ‘월영교’를 추천한다. 안동댐 아랫자락에 놓인 월영교는 밤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늦은 시간에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월영교에는 ‘원이 엄마 편지’로 알려진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안동시 택지조성 중 발견된 무덤에서 무려 400년이나 된 미라 상태의 시신과 한글 편지가 발견됐는데, 병든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의 슬픔과 사랑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월영교에는 남편의 쾌유를 바라며 자기 머리카락을 넣어 미투리를 만든 원이 엄마의 마음이 담겼다. 미투리 모양을 본뜬 다리를 건너면 괜스레 마음이 애틋해진다. 월영교 앞에는 음식점과 카페가 있어 안동의 음식을 맛보며 쉬었다 가기도 좋다.
 

▲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 선생을 만나는 이육사문학관

다음 날은 도산서원과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보자. 도산서원은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 퇴계 이황을 모신 곳이다. 일찍이 관직에서 물러난 퇴계는 고향에 내려와 학문에 힘썼다.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한가로운 풍경 속에 이황이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서당과 퇴계 선생 사후에 제자들이 건립한 도산서원이 앞뒤로 자리한다. 1575년(선조 8)에 ‘도산’이라는 사액을 받았으며, 도산서원 현판은 명필가 한석봉이 썼다.
도산서원 곳곳에 이황의 교육과 학문에 대한 철학이 묻어난다. 제자들이 기거한 ‘농운정사’는 퇴계가 직접 설계한 건물이다. 농운정사의 평면은 일반적으로 잘 짓지 않는 ‘工 자형’인데, 공부(工夫)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옥진각에는 퇴계의 유품과 저서를 전시하며 그의 학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도산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육사문학관이 있다.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 선생과 만나는 공간이다. 독립과 민족정신을 담은 시를 쓴 이육사는 교과서에 실린 〈청포도〉 〈광야〉를 비롯해 수십편의 명시를 남겼다.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을 염원한 작품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활동을 보여주는 실내 전시

영화의 모티프

이육사는 국외를 오가며 독립운동에도 뛰어들었다. 본명은 이원록(李源祿)으로 ‘이육사’라는 필명에서 그의 투철한 독립의식과 굽힐 줄 모르는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이육사는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발 사건(장진홍 의거)에 연루돼 1년7개월간 옥살이를 했는데, 이때 수인 번호가 264였다. 이후 일본에 저항하는 의미로 이름을 이육사(李陸史)로 지었다. 대구형무소에서 첫 옥고를 치른 이래, 1944 년 베이징 감옥에서 순국하기까지 총 17차례 수감 생활을 한 그는 모진 고문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독립을 향한 불꽃 같은 열망은 그의 작품에 남아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시관 2층 끝에 이육사의 고향 마을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 ‘문학카페 노랑나븨’가 있다. 차 한 잔 마시며 이육사 시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글로 남겨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내앞마을→임청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내앞마을→임청각→월영교 
둘째 날: 이육사문학관→도산서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http://815gb.or.kr
- 임청각 www.imcheonggak.com
- 도산서원 www.dosanseowon.com
- 이육사문학관 www.264.or.kr

문의 전화
- 안동관광 문의 054)856-3013, 840-6591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054)820-2600
- 임청각 054)859-0025
- 도산서원(관광해설사 문의) 054)840-6599
- 이육사문학관 054)852-733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7회(06:00~ 22:3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1회(06:10~22: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11번 버스 이용, 천전(독립운동기념관) 정류장 하차.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안동터미널 1688-8228, www.andongtr.c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서안동 IC에서 서안동·경북도청 방면 오른쪽→서안동 IC 안동 방면 3시 방향→경서로→경동로→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숙박 정보
- 지례예술촌: 임동면 지례예술촌길, 054)852-1913, www.jirye.com
- 수애당: 임동면 수곡용계로, 054)822-6661, www.suaedang.com 
- 전통리조트구름에: 안동시 민속촌길, 054)823-9001, www.gurume-andong.com 
- 안동그랜드호텔: 안동시 관광단지로, 054)851-9000, www.andonggrandhotel.com
- 안동리첼호텔: 안동시 관광단지로, 054)850-9700, www.richell-andong.co.kr

식당 정보
- 까치구멍집(헛제삿밥): 안동시 석주로, 054)855-1056 
- 묵향(한우): 안동시 경동로, 054)840-7710 
- 안동대가찜닭(찜닭): 안동시 번영길, 054)856-7888, www.대가찜닭.kr 
- 안동간고등어직영식당(간고등어): 안동시 석주로, 054)859-2767

주변 볼거리
봉정사, 병산서원, 안동하회마을, 부용대, 하회세계탈박물관,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 안동물문화관, 안동시립민속박물관, 유교문화박물관,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유교랜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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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