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은 근로자·근로자단체(노동조합)와 사용자 간의 관계를 다루는 법률로 국민 대다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내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최대 주 52시간 근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발맞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가 있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이 강력히 반발하며 파업을 예고하는 등 향후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그간 노동계가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 기간 확대에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보다 장시간 근로자가 과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고, 또 하나는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실질적인 임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 우려와 관련해 경사노위에서는 근로자가 전후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통근과 수면 시간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휴식 시간은 보장되도록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근로기준법상 휴게 시간 규정도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줘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오전 9시에 출근, 오후 9시에 퇴근했다면 얼마의 휴게 시간을 주면 될까? 근로기준법에서는 이에 대해 규정한 바가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1시간만 부여해도 법 위반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근로자는 지나치게 과도한 노동을 할 우려가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특정한 날에 1일 8시간 이상 근로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되는 만큼 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시에 휴게 시간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일 8시간을 초과 근무하는 경우 초과 근로시간 1시간에 대해 15분의 휴게 시간을 줘야 한다’ 등의 조항을 둬야 한다. 그래야만 저녁식사라도 편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저하 우려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저하 방지 방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한 만큼 임금저하 문제는 완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규모 기업 등 근로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업체나 연장근로수당이 전체 임금서 차지하는 비율이 큰 사업체 종사자들을 위해 노사정과 입법부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논의를 거듭할수록 각 이해관계자들의 사정을 심도 있게 조정한 발전된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까지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도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를 신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투쟁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도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회적 합의가 대내외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