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민주당에 경고 날린 안철수 속셈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6.26 16: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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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도움 되는지 생각해라!”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링 밖의 최강자’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을 향해 옐로카드를 빼들었다. 민주당 잠룡들이 연일 ‘안철수 때리기’에 나서면서다.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안 원장이기에 이 같은 경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상태다.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진 안 원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근래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안철수 원장에 대한 상처내기다. 그런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례적으로 작심발언을 날렸다. ‘안철수 창구역’으로 통하는 유민영 한림대 겸임교수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다. 유 교수는 안 원장 의중을 묻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변인의 말은 곧 안 원장의 말과 같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포문 날린 잠룡들

이는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계속된 ‘안철수 때리기’에 대한 불편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셈이다. 그간 민주당은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해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펼쳐왔다. 하지만 본격 대선정국이 눈앞에 다가오자 최근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안 원장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안 원장을 향해 가장 강하게 포문을 연 것은 문재인 의원이었다. 그는 지난 12일 대선주자초청간담회에서 확고한 대권의지를 밝히며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당정치가 근본으로 (원외인사에 대한 지지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 원장을 겨냥했다.


문 의원은 스스로의 경쟁력에 대해 안 원장과의 비교우위에서 우세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안 원장에 대한 국민 지지는 막연하다”면서 “당 후보가 단일화 시 전통이 깊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안 원장에 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주화시대 이후 최대의 야권통합세력이고 국민은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런데 ‘우린 힘없어요, 우린 바보에요, 우린 모자라요, 그러니까 이 사람(안 원장)이랑 손을 잡을 게요’ 그런 정당과 그런 리더를 왜 선택하겠나”고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잠재적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이해찬 대표까지 가세해 “지금도 출마가 좀 늦은 셈이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입당해서 함께 경선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때까지 입당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두 차례로 나눠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음달 20일까지는 민주당 입당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경선에 나설 경우 그 시한이 앞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음을 이 대표가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경선준비기획단으로부터 당내 대선후보 경선룰을 다음달 20일까지 확정하겠다는 보고를 18일 받았다”며 “가능하면 추석(9월30일) 전에 경선을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창구역' 유민영,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봤더니…
민주 잠룡들 잇단 '안 때리기'에 이례적 작심발언 "왜?"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민주당 당내경선에 참여하려면 조기에 등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당 경선 참여는 포기하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가 확정된 후 2단계 후보단일화를 거치자는 것이다. 조기에 등판할 뜻이 없으면 10월 이후 단일화일정에 맞춰 대선행보를 하란 압박이다.

최근 유 교수의 발언은 이같은 민주당 잠룡들의 직간접적인 안 원장 공세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불쾌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냄으로써 한번쯤 경고메시지를 날려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안 원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읽혔다는 점이다. 대권출마는 물론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유 교수의 메시지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운 것이라는 게 정계 안팎의 평이다. 잠룡들의 발언수위가 높아진 직후 터져 나온 예민한 반응으로 보아 정치권 진입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안 원장이 민주당에 동료의식 내지는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 교수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향해 안 원장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는 안 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양측의 정치적 연대 논의에 앞서 서로 상처내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우려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세력이 없는 안 원장으로선 최근 민주당 내에서 부쩍 제기되고 있는 ‘원샷 경선’ 압박에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의중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2위를 수성하고 있는 안 원장이 다가오는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현재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이기 때문이다.

대권출마 임박했나?

하지만 대선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사자인 안 원장은 이렇다 할 명확한 입장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계 석학인 최장집 교수마저 “무책임하면서 비정상적인 태도다”고 지적할 정도다. 쏟아지는 국민적 궁금증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안 원장이 민주당 몇몇 인사들의 발언에 불쾌감을 즉각 표출한 것을 두고 부정적 여론도 거센 상태다.

게다가 민주당과 안 원장은 같은 야권으로 분류되며 힘을 합쳐야 하는 사이로도 이해되지만 그 전에 서로를 제쳐야 하는 이중적 관계다.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은 사실상 경쟁상대에 대한 ‘상식적 비판’ 수준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잠룡들의 직간접 공세에 옐로카드를 빼든 안 원장. 경고에 앞서 국민들의 열망 앞에 명확한 입장정리가 먼저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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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