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④ 특별대담> ‘손다방’ 문 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19:33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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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패권이 부활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기해년 첫 명절인 설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큰 복이 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은 정치권은 총선 승리라는 선물을 받길 원한다.
 

▲ &lt;일요시사&gt;와 특별대담 갖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 정치권서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엄동설한과 미세먼지가 교차하는 요즘 날씨에도 전국을 다니며 ‘손다방’을 열고 있다. 지난해 말 단식투쟁을 통해 원내 5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서다. <일요시사>는 지난 23일 바미당 대표실에서 손 대표를 만나 최근 정치권 이슈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새해 소망은?
▲다 함께 잘사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지표를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했는데, 제가 2010년 춘천서 나오면서 내걸었던 표어가 그겁니다. 경제적으로 분배가 잘 돼 사회적인 격차가 없이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가 진척이 돼 평화뿐 아니라 경제 부흥의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한 점과 못한 점 한 가지씩 꼽아주신다면?
▲잘한 점은 한반도 평화에 진척을 이룬 점입니다. 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담이 잘되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굴지 않았으면 합니다.

못한 점은 경제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7번째로 3만불을 개척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수출도 6000억불을 개척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민들의 생활은 형편없어졌습니다. 전체 27%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다 죽게 생겼습니다. 오늘(지난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다녀왔는데 중소기업인들이 죽겠다고 합니다. 대기업은 어떻습니까. 금년 1월 들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가량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력 산업마저 곤경에 처했습니다.


-오늘 중소기업중앙회에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교례회에 다녀오셨는데, 실제 기업인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년교례회서 저는 문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해 지적하면서 “경제는 시장서 이루어지고 일자리는 기업서 만드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례 같은 박수가 쏟아졌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습니다. 이것이 기업인들의 마음입니다. ‘반기업정서’를 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지난 22일)는 제가 한강로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점주와 두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점주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였습니다. 그분께 외식이나 영화관람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지 물었더니 “한 달에 한 번 정도일까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직장으로 따지면 1년에 1000만원 정도가 최저임금 인상과 여러 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감봉됐다고 합니다. 문정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2일 &lt;일요시사&gt;와 설 특집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문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 진단하시는지?
▲저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소중한 수출 자원입니다. 문정부가 주장하는 탈원전 정책의 이유는 원자력의 ‘불안정성’입니다. 그러나 국내 기술 수준은 이제 이런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체코서 ‘원전 세일즈’를 할 때 지난 40년 동안 국내서 원자력 발전 사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2017년 대통령 취임 초에는 부산 기장서 탈핵국가를 선언하며 “원자력이 불안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게 뭡니까.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고 외국서 전기를 수입할 수 있는 길도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미세먼지가 아주 극성 아닙니까. 환경, 안전, 신기술, 수출 등을 고려해 문정부는 탈원전 정책서 벗어나 하루빨리 원전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3년 차 ‘공’ 대북 ‘과’ 경제
내부비리 부지기수로 터질 것

-여당이 서영교·손혜원 의원 사태로 시끄럽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결국 국내 정치 구조의 문제입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청와대가 모든 일을 쥐고 있으니 그 주변에서 패권주의가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손혜원 의원이 영부인의 측근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 말고도 발언 문제가 된 적이 많습니다.

내 뒤에 대통령이 있는데, 내 뒤에 청와대가 있는데, 내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이런 거 아닙니까? 그러니 여당 의원들이 “나도 권력을 행사해야지” 해서 판사를 불러 재판 청탁을 한 겁니다. 지금의 권력구조에서는 항상 실세들의 문제가 따라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으니,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 아닙니까. 앞으로 부지기수로 터질 겁니다. 참 문제입니다.


-바미당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바미당(14%)은 자유한국당(12%, 이하 한국당)을 제친 전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전국 지지율서 한국당(16%)과 바미당(8%)은 두 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하시는지?
▲서울서 바미당이 한국당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한국당이 보수세력을 모아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민들이 한국당의 분열과 행태를 보며 실망하고 있다는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바미당에 대해서는 “그래도 저기가 새로운 길을 가는구나, 옳은 길을 가는구나”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서는 바미당이 한국당을 벌써 앞섰습니다. 전국적으로 그렇습니다. 한때 민주당도 앞서 1위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바미당은 세비 인상분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전부 청년들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바미당의 최고위원, 사무총장, 원내대표, 비서실장 모두 30대에서 40대, 많아봤자 50대에 갓 들어선 사람들로 젊습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다가오는 총선서 바미당의 젊은 정치인들의 선전을 기대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이번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면서 청년을 우대하고 청년을 특화해 모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바미당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보니 청년들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다만, 앞으로도 우리 당은 청년을 적극 영입할 것이고, 그러면 많은 청년들이 우리 당에 들어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총선서 청년들이 많이 진출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과 당 대표 출마설이 화제입니다. 출마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
▲높다고 봅니다. 봐야 되겠습니다만, 출마를 하든 하지 않든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고 출마를 위해서 움직인다는 자체가 한국당의 이념적 성격을 보여줍니다. 이는 친박 보수와 수구 보수화입니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얘기하지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한국당은 촛불혁명에 의해 밀려난 정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탄핵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며 보수대통합을 하겠다는 겁니까. 바미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사람들이 지역위원장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한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지난 23일 기준). 조강특위서 통과가 됐는데 시당 측에서 거부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앙당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이 한국당의 이념적 폐쇄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인 중도개혁과는 거리가 멉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서 ‘손다방’을 열고 있습니다. 이 손다방 아이디어가 참신합니다. 어떻게 해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는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저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한다고 5당이 합의했음에도, 이제 와서 민주당은 “도입 자체를 검토하자고 했지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하자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 직접 호소해야겠다고 해서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손다방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당직자들의 아이디어입니다. 당직자들이 다 디자인하고 만든 겁니다. 지금 우리 바미당 당직자들의 사기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당에 대한 열정들이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몰랐던 시민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많았습니다.

-설명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길거리에서 하는 설명이라 자세히는 전달해드리지 못하지만, 저희가 나눠드린 전단을 자세히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이견이 많습니다.
▲국회 전체 예산을 동결하고, 세비를 깎고, 보좌진 수를 줄이고, 특권을 없애고, 세비를 깎아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국민들이 과반을 넘습니다. 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그만큼 큽니다. 문화재 육성한다고 투기하고, 사무실로 판사를 불러 재판을 청탁하는 그런 국회의원들을 왜 국민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려주려 하겠습니까? 국회의원들은 좀 더 반성하고, 특권을 내려놔야 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몇 사람 더 얻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를 구성하려는 겁니다. 이를테면 갑이라는 정당이 40%의 득표를 얻었다면 현 300석 중 120석이 돼야 합니다. 그중 지역구가 80석이라면 나머지 40석을 비례대표가 가져가는 겁니다. 40%를 득표한 정당은 전체 의석의 40%를, 20%를 받으면 전체의 20%를 차지해 국민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 다니며 ‘연동형’ 알리기
민주당이 진정성 보이려면…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의석비율이 왜 중요한지?
▲국회는 청와대의 허수아비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국회는 아직도 정권의 허수아빕니다. 의원들이 지역에 나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을 만나면 “경제가 어렵다” “최저임금 동결해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국회서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왜 안 합니까? 청와대가 무서우니까 안 합니다.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 청와대가 무서운 국회가 아닌,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이는 안을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당론에 대한 의견은?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당론을 확정지은 것만으로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좋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보다 먼저 똑같은 안을 제안했었습니다. 문제는 지역구 253석을 200석으로 줄여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 안을 같이 내놨어야 합니다. 내놓지 않으니 꼼수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 복합형, 보정형 등의 안을 내놨는데 진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한국당은 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의 ‘연’ 자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지난 22일)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리추천제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권력구조와 관련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을 전제로 합니다. 개헌을 하려면 한참 갑니다. 선거제 개편으로 국회부터 바꾸고 난 뒤, 그것에 따라 앞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책임총리제로 하든지, 총리추천제로 하든지 논의해야 합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을 비롯한 국민들께 한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0년 만에 황금돼지의 해라는 좋은 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과, 또 하시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경제생활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좋아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어깨를 펴고 중소기업, 대기업도 새로운 산업으로 활력 있게 나가 우리나라 경제가 부흥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가 진척돼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또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져 국민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바미당이 비록 숫자는 적지만 옳고 바르게 꼭 해야 할 일을 찾아가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평화를 일으키는 일,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chm@ilyosisa.co.kr>



[손학규는?]

▲경기도 시흥 출생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제14·15·16·18대 국회의원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
▲제31대 경기도지사
▲전 민주당 대표
▲현 바른미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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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