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④ 특별대담> ‘손다방’ 문 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19:33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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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패권이 부활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기해년 첫 명절인 설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큰 복이 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은 정치권은 총선 승리라는 선물을 받길 원한다.
 

▲ &lt;일요시사&gt;와 특별대담 갖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 정치권서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엄동설한과 미세먼지가 교차하는 요즘 날씨에도 전국을 다니며 ‘손다방’을 열고 있다. 지난해 말 단식투쟁을 통해 원내 5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서다. <일요시사>는 지난 23일 바미당 대표실에서 손 대표를 만나 최근 정치권 이슈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새해 소망은?
▲다 함께 잘사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지표를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했는데, 제가 2010년 춘천서 나오면서 내걸었던 표어가 그겁니다. 경제적으로 분배가 잘 돼 사회적인 격차가 없이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가 진척이 돼 평화뿐 아니라 경제 부흥의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한 점과 못한 점 한 가지씩 꼽아주신다면?
▲잘한 점은 한반도 평화에 진척을 이룬 점입니다. 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담이 잘되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굴지 않았으면 합니다.

못한 점은 경제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7번째로 3만불을 개척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수출도 6000억불을 개척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민들의 생활은 형편없어졌습니다. 전체 27%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다 죽게 생겼습니다. 오늘(지난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다녀왔는데 중소기업인들이 죽겠다고 합니다. 대기업은 어떻습니까. 금년 1월 들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가량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력 산업마저 곤경에 처했습니다.


-오늘 중소기업중앙회에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교례회에 다녀오셨는데, 실제 기업인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년교례회서 저는 문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해 지적하면서 “경제는 시장서 이루어지고 일자리는 기업서 만드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례 같은 박수가 쏟아졌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습니다. 이것이 기업인들의 마음입니다. ‘반기업정서’를 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지난 22일)는 제가 한강로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점주와 두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점주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였습니다. 그분께 외식이나 영화관람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지 물었더니 “한 달에 한 번 정도일까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직장으로 따지면 1년에 1000만원 정도가 최저임금 인상과 여러 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감봉됐다고 합니다. 문정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2일 &lt;일요시사&gt;와 설 특집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문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 진단하시는지?
▲저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소중한 수출 자원입니다. 문정부가 주장하는 탈원전 정책의 이유는 원자력의 ‘불안정성’입니다. 그러나 국내 기술 수준은 이제 이런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체코서 ‘원전 세일즈’를 할 때 지난 40년 동안 국내서 원자력 발전 사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2017년 대통령 취임 초에는 부산 기장서 탈핵국가를 선언하며 “원자력이 불안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게 뭡니까.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고 외국서 전기를 수입할 수 있는 길도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미세먼지가 아주 극성 아닙니까. 환경, 안전, 신기술, 수출 등을 고려해 문정부는 탈원전 정책서 벗어나 하루빨리 원전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3년 차 ‘공’ 대북 ‘과’ 경제
내부비리 부지기수로 터질 것

-여당이 서영교·손혜원 의원 사태로 시끄럽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결국 국내 정치 구조의 문제입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청와대가 모든 일을 쥐고 있으니 그 주변에서 패권주의가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손혜원 의원이 영부인의 측근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 말고도 발언 문제가 된 적이 많습니다.

내 뒤에 대통령이 있는데, 내 뒤에 청와대가 있는데, 내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이런 거 아닙니까? 그러니 여당 의원들이 “나도 권력을 행사해야지” 해서 판사를 불러 재판 청탁을 한 겁니다. 지금의 권력구조에서는 항상 실세들의 문제가 따라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으니,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 아닙니까. 앞으로 부지기수로 터질 겁니다. 참 문제입니다.


-바미당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바미당(14%)은 자유한국당(12%, 이하 한국당)을 제친 전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전국 지지율서 한국당(16%)과 바미당(8%)은 두 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하시는지?
▲서울서 바미당이 한국당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한국당이 보수세력을 모아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민들이 한국당의 분열과 행태를 보며 실망하고 있다는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바미당에 대해서는 “그래도 저기가 새로운 길을 가는구나, 옳은 길을 가는구나”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서는 바미당이 한국당을 벌써 앞섰습니다. 전국적으로 그렇습니다. 한때 민주당도 앞서 1위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바미당은 세비 인상분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전부 청년들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바미당의 최고위원, 사무총장, 원내대표, 비서실장 모두 30대에서 40대, 많아봤자 50대에 갓 들어선 사람들로 젊습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다가오는 총선서 바미당의 젊은 정치인들의 선전을 기대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이번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면서 청년을 우대하고 청년을 특화해 모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바미당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보니 청년들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다만, 앞으로도 우리 당은 청년을 적극 영입할 것이고, 그러면 많은 청년들이 우리 당에 들어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총선서 청년들이 많이 진출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과 당 대표 출마설이 화제입니다. 출마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
▲높다고 봅니다. 봐야 되겠습니다만, 출마를 하든 하지 않든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고 출마를 위해서 움직인다는 자체가 한국당의 이념적 성격을 보여줍니다. 이는 친박 보수와 수구 보수화입니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얘기하지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한국당은 촛불혁명에 의해 밀려난 정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탄핵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며 보수대통합을 하겠다는 겁니까. 바미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사람들이 지역위원장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한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지난 23일 기준). 조강특위서 통과가 됐는데 시당 측에서 거부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앙당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이 한국당의 이념적 폐쇄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인 중도개혁과는 거리가 멉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서 ‘손다방’을 열고 있습니다. 이 손다방 아이디어가 참신합니다. 어떻게 해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는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저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한다고 5당이 합의했음에도, 이제 와서 민주당은 “도입 자체를 검토하자고 했지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하자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 직접 호소해야겠다고 해서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손다방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당직자들의 아이디어입니다. 당직자들이 다 디자인하고 만든 겁니다. 지금 우리 바미당 당직자들의 사기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당에 대한 열정들이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몰랐던 시민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많았습니다.

-설명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길거리에서 하는 설명이라 자세히는 전달해드리지 못하지만, 저희가 나눠드린 전단을 자세히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이견이 많습니다.
▲국회 전체 예산을 동결하고, 세비를 깎고, 보좌진 수를 줄이고, 특권을 없애고, 세비를 깎아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국민들이 과반을 넘습니다. 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그만큼 큽니다. 문화재 육성한다고 투기하고, 사무실로 판사를 불러 재판을 청탁하는 그런 국회의원들을 왜 국민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려주려 하겠습니까? 국회의원들은 좀 더 반성하고, 특권을 내려놔야 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몇 사람 더 얻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를 구성하려는 겁니다. 이를테면 갑이라는 정당이 40%의 득표를 얻었다면 현 300석 중 120석이 돼야 합니다. 그중 지역구가 80석이라면 나머지 40석을 비례대표가 가져가는 겁니다. 40%를 득표한 정당은 전체 의석의 40%를, 20%를 받으면 전체의 20%를 차지해 국민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 다니며 ‘연동형’ 알리기
민주당이 진정성 보이려면…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의석비율이 왜 중요한지?
▲국회는 청와대의 허수아비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국회는 아직도 정권의 허수아빕니다. 의원들이 지역에 나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을 만나면 “경제가 어렵다” “최저임금 동결해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국회서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왜 안 합니까? 청와대가 무서우니까 안 합니다.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 청와대가 무서운 국회가 아닌,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이는 안을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당론에 대한 의견은?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당론을 확정지은 것만으로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좋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보다 먼저 똑같은 안을 제안했었습니다. 문제는 지역구 253석을 200석으로 줄여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 안을 같이 내놨어야 합니다. 내놓지 않으니 꼼수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 복합형, 보정형 등의 안을 내놨는데 진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한국당은 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의 ‘연’ 자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지난 22일)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리추천제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권력구조와 관련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을 전제로 합니다. 개헌을 하려면 한참 갑니다. 선거제 개편으로 국회부터 바꾸고 난 뒤, 그것에 따라 앞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책임총리제로 하든지, 총리추천제로 하든지 논의해야 합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을 비롯한 국민들께 한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0년 만에 황금돼지의 해라는 좋은 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과, 또 하시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경제생활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좋아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어깨를 펴고 중소기업, 대기업도 새로운 산업으로 활력 있게 나가 우리나라 경제가 부흥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가 진척돼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또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져 국민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바미당이 비록 숫자는 적지만 옳고 바르게 꼭 해야 할 일을 찾아가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평화를 일으키는 일,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chm@ilyosisa.co.kr>



[손학규는?]

▲경기도 시흥 출생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제14·15·16·18대 국회의원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
▲제31대 경기도지사
▲전 민주당 대표
▲현 바른미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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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