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승차 공유(카풀)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10만명 이상의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택시기사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업 매출액은 2008년 3조원가량서 2016년 2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하철 야간운행 확대, 지하철과 버스 간 환승 확대 등의 정책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자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승차 공유 서비스까지 가세한다고 하니 택시운송업 종사자들은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마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택시기사들의 소득은 높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해 법인 택시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세전 217만원 정도다. 실제 근로시간이 10시간을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승차 공유 앱까지 활성화된다면 택시업계는 고사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의 큰 흐름을 언제까지고 막을 수 없다. 수십년 전에는 전화교환원이나 타자원이 인기있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화교환원이나 타자원들이 강하게 저항했다면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택시기사 뿐만 아니라 여러 직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위기를 맞고 있다.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존권을 위해 정보기술을 발전시키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또 쇠퇴하거나 사라질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그들이 전적으로 감당하라고 할 수도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쇠락할 직업에 종사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라도 현재 필요하다면 그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많은 이들이 사회의 필요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 성실히 종사해왔다. 과거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했던 이들을 ‘시대가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곤경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직업이 미래에도 현재처럼 존속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문제를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
한때 이슈가 되었다가 관심서 멀어진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각종 정보기술과 로봇의 발달은 매우 적은 인력을 가지고도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게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은 스스로 만든 것을 소비를 하지 않는다. 로봇팔을 이용해 사람 없이 햄버거를 만들 수 있지만 로봇은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햄버거는 누구에게 줄 것인가. 과거에는 사람이 일을 해 소득을 얻어 햄버거를 사 먹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하고 인간에게는 소득만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을 주는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많은 찬반 의견이 있다. 기본소득제도를 실제 시행한 국가도 있지만 아직까지 안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실패라고 보기보다는 과도기적 현상이거나 시행착오라 생각된다.
기본소득제도는 흔히 진보적 정책이라도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감하되, 정치성향에 따라 보호 범위, 보호 수준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처럼 기본소득제도도 그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도입 방향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기본소득제도는 이번 택시파업 등이 있기 전에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됐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는 경제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