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45조’ 나랏빚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07 10:21:18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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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적자 투성이 나라살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로 나랏빚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이미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국민들의 나랏빚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당연지사다. <일요시사>는 기재부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나랏빚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 1054조원에 달하는 나랏빚에 대해 일요시사가 심층 취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부채를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로 나눠서 관리한다. 그중 D1은 국가 회계·기금이 부담하는 확정된 금전 채무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재정운용 지표로 많이 쓰인다.

국가채무
660조2000억

D1은 중앙정부채무와 지방정부채무를 합친 것이다. 여기서 중앙정부채무는 국채와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로 나뉜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고채·국민주택채·외평채 등 세 종류를 발행한다. 차입금은 정부가 한국은행 또는 외국정부 등으로부터 유가증권의 발행 없이 직접 차입한 금액을 뜻한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국가가 예산의 확보 없이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D1은 660조2000억원이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128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GDP 대비 38.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년과 대비해 170조4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기준 D1은 489조8000억원이었다. 당시 GDP 대비 비율은 34.3%였다.

GDP 대비 D1 비율은 1990년대 중반까지 10%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크게 증가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3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 이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D2는 D1에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314개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를 합한 수치다. 주로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비교하는 데 쓰이는 지표다.

D2는 73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717조5000억원보다 17조5000억원(2.5%) 증가했다. 2013년 기준으로 연평균 상승률은 6.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GDP 대비 비율은 42.5%로 전년 43.7%보다 1.2%포인트 감소했다. 정부가 부채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1년 회계연도 이래 최초의 감소였다.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비해 지방자치단체 회계·기금 3조7000억원, 비영리공공기관서 2조4000억원이 감소한 영향이다. 세수가 많이 확보돼 중앙정부 회계·기금 부채 증가 규모(24조7000억원)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인 영향도 있다.

일반정부 부채
735조2000억

D2 중 1년 미만 단기부채 비중은 13.3%였으며, 외국인이 보유한 부채 비중은 10.7%로 안정적 수준을 나타냈다. 각각 전년 대비 0.3%포인트, 0.5%포인트씩 소폭 증가하는 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D2 역시 D1과 마찬가지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D2 비율은 OECD 29개국 중 8번째로 낮았다.

D3는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포함된 수치로 가장 포괄적인 국가부채 개념이다. 속칭 ‘나랏빚’을 얘기할 때 이 수치가 사용된다. 

기재부는 D3가 지난해 기준 1044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1036조6000억원보다 8조원(0.8%) 증가해 0%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D3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8%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 GDP 대비로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60.4% 수준으로 전년 63.1%보다 2.7%포인트 줄었다. 이 역시 집계 시작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D3의 GDP 대비 비율은 지난 2014년 64.4%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 D3의 GDP 대비 비율은 OECD서 같은 통계로 산출하는 7개국 가운데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국가는 멕시코였다.

국가채무 660조…1인당 1289만원꼴
일반정부 부채, GDP 대비 최초 감소

특히 168개 비금융공기업 부채 감소가 인상적이다. 2014년(408조원)부터 지난해(378조원)까지 매년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로는 7조9000억원이나 줄었다. 중앙 비금융공기업 중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115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조7000억원이나 줄어든 영향이 크게 미쳤다. 그 다음은 한국전력공사와 그 발전자회사들로 88조2000억원을 갖고 있었다. 그 뒤로 한국가스공사(28조2000억원), 한국도로공사(27조2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지방 비금융공기업 중에선 서울주택도시공사(SH) 부채가 1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인천도시공사(6조8000억원) 순이었다.

종합하면 중앙정부의 부채는 늘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비영리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 등의 부채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부채가 줄어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세수 호조도 한몫하면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졌다. 기재부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청와대

정부가 나랏빚을 내는 행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같다. 나랏빚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채무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빚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측면서 가능하면 줄이는 게 좋다.

앞서 지난해 3월 미래의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가 1555조8000억원으로 사상 첫 1500조원을 돌파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향후 장기간에 걸쳐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아직 확보하지 못한 부족액이 바로 연금충당부채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잠재적 부채’에 해당한다.

공공부문 부채
1044조6000억

부채가 국가자산을 상회할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국가자산은 206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조3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1년 새 자산은 96조4000억원 늘어난 데 반해 부채는 더욱 큰 폭인 122조7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총 연금충당부채는 845조8000억원(공무원 675조3000억원·군인 170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부채의 54.4%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부채 증가분 중 80%인 93조2000억원이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연금충당부채 총액과 증가폭은 지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다. 다만 부족할 경우 정부재원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연금충당부채의 상승 요인이 할인율 인하 때문이라고 밝혔다. 할인율은 국채수익률의 최근 10년 평균을 적용하는데, 연금 계산 시 적용되는 할인율이 하락해 부채의 현재가치가 오히려 커졌다는 설명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 수가 증가하면 덩달아 불어난다. 공무원의 재직 기간이 늘어나도 불어난다. 반대로 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감소한다. 또 시간이 지나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면 자연 증가한다.

채무 늘어만 가지만…
공무원 증가로 부담↑

문정부는 임기 내 총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야권에선 이 같은 문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서 공무원을 증원하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사혁신처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이채익 의원에게 지난해 10월 제출한 ‘관계부처 합동, 공무원충원 계획에 따른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추계 결과’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의 공약대로 2022년까지 공무원 수 17만여명이 증원되면, 2088년까지 70년간 공무원연금 부족분 약 21조231억원을 정부가 추가로 보전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부담금 6조95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부담금과 보전금을 모두 더하면 총 27조9800억원을 정부가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재직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기준소득월액의 8.25%)과 정부부담금(보수예산의 8.25%)으로 이뤄지고, 금액이 모자랄 경우 정부보전금을 투입한다.

해당 자료를 발표한 이 의원은 당시 “실제 공무원 충원인원 중 자연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 7만731명을 제외하고, 10만명에 대해서만 비용을 계산하는 등 통계를 축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문정부의 공무원 증원계획은 당장 수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증가로
불안한 미래 세대

물론 부채를 꼭 나쁘게 바라볼 순 없다. 정부는 부채를 늘여 단기적인 경기 부양, 복지 확충 등에 투자한다. 그럼에도 미래 세대의 부채 부담이 커지는 현상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중기 재정전망: 2018∼2027’에 따르면 문정부의 주요 복지·재정 사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난해 30조8000억원 흑자서 2022년 19조원 규모의 적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 가계부채는?

서울지역 가계부채가 7년간 90조원 증가했다. 지난 4일 서울연구원이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가계부채는 예금취급기관 대출 기준으로 지난 2010년 195조원서 2017년 285조원으로 90조원 증가했다.

증가분의 절반 이상(52조원)이 주택대출이다. 이 기간 주택대출은 125조원서 177조원으로 늘었다.

서울 가구의 2017년 평균 자산은 5억3576만원, 부채는 9764만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자산 3억8164만원, 부채 722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 내 총생산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6년 기준 74.1%로 전국 평균 55.3%보다 서울 가계대출이 18.8%포인트 높았다.

이 때문에 서울 시민 10명 중 6명은 가계부채에 따른 원금상환과 이자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4∼5월 19세 이상 서울 시민 1000명(가구)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부채 보유 가구의 63.0%는 원금상환과 이자 납부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1.3%, 보통은 26.0%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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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