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야3당 원내대표에게 듣는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07 10:12:25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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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기득권 깨부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원내 5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2019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의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21대 총선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

지난해 12월 국회 로텐터홀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야3당의 단식농성이 벌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한자리에 모여 해당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합의했다. 야3당 원내대표의 의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야3당 원내대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2019년 정국 변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2018년 한 해를 돌아본다면?

▲김: 바른미래당의 창당 이념대로 자강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비록 전체 의석수의 10%에 불과하지만, 국정감사 우수위원 중 47%가 우리 당 의원님들입니다. 가장 큰 성과로는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폐지와 선거제도 개편 합의 도출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여야정 협의체를 제가 거듭 제안해, 첫 번째 회의서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도출해냈습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진정으로 민생을 돌보는 정책정당으로 이끌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던 한 해라고 자평합니다.

▲장: 민주평화당 창당 후 원내대표로서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취임 초부터 방송법 문제로 꽉 막혀 있던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했습니다. 6·13지방선거라는 큰 정치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저는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 지원에 전심전력으로 임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적극 협력하고, 민생경제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부여당을 견제해왔습니다. 국회의 균형추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윤: ‘용두사미’였습니다. 출발은 좋았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시작으로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관계도 개선돼 역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미투운동’도 성폭력 근절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출발이 좋았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곳곳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됐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존중사회와 거리가 먼 단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서거라는 정의당으로서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이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20대 국회 회기가 절반을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협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시는지?

▲김: 절반 이하의 성공이라고 판단합니다. 지난해 11월 여야정 협의체 회의 당시, 대통령께 국회 청문회 결과를 존중해주시길 말씀드렸음에도 불과 일주일 만에 업무역량과 도덕성이 모두 떨어지는 조명래 환경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등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도 문정부와 민주당은 적극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야정 협의체, 선거제도 개편 합의, 국회 특활비 폐지 등에서 협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바른미래당의 중재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협치는 낙제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서 합의한 사항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할 지경입니다. 근로시간 단축 대책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했음에도 정부여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를 거쳐야 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입법권이 국회에 있어 경사노위 논의를 반드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거대양당의 기득권 연대로 개혁의 한 축인 선거제도 개혁이 늦춰졌습니다.

숨 가빴던 2018년, 공조 빛났다
문정부 2년 “아쉽다” 한 목소리

▲윤: 제대로 된 협치를 보여준 사례는 두 가지입니다. 2016년 말 대통령 탄핵 가결, 그리고 국회 특활비 폐지가 그것입니다. 특활비 폐지는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꾸렸을 때 고 노회찬 원내대표가 관철시킨 성과입니다. 그 외에는 교섭단체만의 협치였습니다. 이를 테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유일하게 노동을 대변하는 정의당을 배제한 결과입니다.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제도인데, 모든 협상과 결정을 교섭단체 중심으로 하다 보니 제대로 된 협치가 힘든 구조입니다.

-문정부 2년 차를 어떻게 보셨는지?


▲김: 아쉽습니다. 생산성이 동반되지 않은 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시장의 성장 동력을 꺼뜨렸습니다. 정부는 오로지 적폐 청산만 외쳤고, 북한 문제에만 몰두했습니다. 아닌 말로 우리 경제를 위해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셨다면, 지금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렵겠습니까. 야당과의 대화를 북한에게 하듯이 했다면, 협치로 인한 성과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았을 것입니다.

▲장: 3번의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큰 진전을 이끌어낸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민생경제 부문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일 또한 현실입니다. 최저임금 과속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은 나날이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민생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경제정책 속도조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졸속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한반도 평화정착 등은 매우 인상적인 성과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개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실망이 큽니다.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소득주도 성장론과 공정경제를 계속 수정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경기부양이라는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라고 봅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촛불혁명의 명령이고, 20대 국회의 최대 과제며, 역사적 소명입니다. 핵심은 제도의 변화입니다. 가령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만 보더라도 제도 변화 없이 사람만 바뀌니 문정부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바른미래당은 우리 당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개헌 논의에 임할 것입니다. 국익과 국민을 위한 관점서 타당의 입장과 조율할 것입니다. 결국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보할 만한 사항은 양보하고 최종 합의에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심은 선거개혁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개헌은 시대적 소명입니다. 현 헌법전문은 지난 30년간 변화한 사회상과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합니다.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명시, 민생복지와 기본권 강화, 국민주권 실현,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조항이 신설돼야 합니다. 앞으로 국민주권·민생복지를 강화하는 개헌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윤: 정의당의 개헌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권 향상입니다. 기존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확대하고, 기본권에 명시되지 못한 사회권·경제권·안전권 등을 폭넓게 개헌에 담고자 합니다.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국회개혁입니다.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과 일치하는 제도를 헌법에 명시할 것입니다. 셋째 지방분권입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넘어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가지고 국가는 그것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정도로 지방분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2019년은 총선을 앞둔 중요한 해입니다. 목표점이 있다면?

▲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확정하고 선거구 조정을 원활하게 마치는 것입니다. 그 과정서 공천개혁과 국회개혁, 정치개혁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될 것입니다. 중도개혁 정당으로서, 또 민생과 경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랬을 때 국민들께서 바른미래당을 수권정당으로서 인정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 21대 총선은 우리 정치사 최초로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선거가 치러지게 될 예정입니다. 과거의 총선과 전혀 다른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정책으로 제대로 된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윤: 어떤 룰에서 선거를 치르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 당의 우선적 목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입니다. 국민들이 촛불광장서 외친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국민들 뜻에 맞는 입법과 법 개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심 그대로의, 국민을 닮은 국회가 돼야 합니다. 최소 30석 이상의 의석 확보를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협치는? 엇갈리는 평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개인적으로 퇴임식 때 ‘이것 하나는 잘했다’라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국회와 정치가 바뀌고 있구나!” “정치가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 등 희망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구태 정치와 소모적 정쟁을 일삼던 기존 정당과는 달리, 민의를 받들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당이 되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국민들께 칭찬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 정말 듣고 싶은 말 중 하나는 민주평화당이 국회 내의 진정한 균형추로 자리매김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예산안 심사기일 지정과 같은 국회의 잘못된 관행들을 타파하는 데 민주평화당이 앞장섰으며, 여야의 극한대립을 중재해 국회가 민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윤: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유지를 이어받아 우리 사회 개혁의 큰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고인이 발의한 법안이 많습니다. 차별금지법, 공수처 설치법, 고 김용균군 사망사건과 관련 있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등을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바른미래당은 올 한 해 오직 국익을 위하고 민의를 성찰하여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바꾸는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 길에는 <일요시사>와 같은 건강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권력과 금력에 굴하지 않고 정론지로서의 자긍심을 지켜온 <일요시사>가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올 한 해 독자 여러분의 큰 발전과 건승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장: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9주년입니다. 올해 초에는 5·18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 영령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바른미래당·정의당과 공조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습니다.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입니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들께 항상 복이 넘치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윤: 2019년은 지난해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정의당이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오늘보다 안전한 내일을 위해 정의당은 끝까지 발로 뛰겠습니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과 정의당이 함께한다면 결코 꿈이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chm@ilyosisa.co.kr>


[3당 원내대표 프로필]

김관영
▲전라북도 군산 출신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36회 행정고시,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제19·20대 국회의원(전북 군산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전라남도 나주 출신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제18·19·20대 국회의원(광주 동구남구갑)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전라남도 해남 출신
▲목포대 경영학과 학사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위원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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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