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②파주출판도시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누리다

▲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전경

국내서 책의 향이 가장 짙게 배어나는 파주출판도시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와 관련 업체만 입주한 전형적인 공간이 아니다. 출판사나 인쇄 회사가 만든 책방과 북카페에 머물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곳곳에 자리한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 높이 8m 대형 서가가 늘어선 지혜의숲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숲’, 북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등이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014년 개관한 지혜의숲은 책을 자유롭고 편하게 만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크고 넓은 세 공간에 높이 8m 대형 서가가 이어진다. 이 서가에 빼곡한 책이 13만여권, 수장고에 있는 책을 포함하면 20만권이 넘는다. 모두 기증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1관은 개인과 단체, 2관은 출판사, 3관은 출판사와 유통사, 미술관, 박물관서 기증한 도서로 구성했다.

 

▲ 지혜의숲 2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높은 서고, 정돈된 독서 공간,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까지 책 읽기에 딱 좋다.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연인, 아이에게 동화책을 소곤소곤 들려주는 엄마, 홀로 커피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까지 책이라는 ‘벗’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지혜의숲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린 공간이다. 1관은 오전 10시~오후 5시, 2관은 오전 10시~오후 8시, 3관은 24시간(연중무휴) 운영한다.

 

▲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에서 인쇄 체험을 하는 어린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독서 휴양을 즐기는 숙박 시설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는 견학과 체험 중심으로 운영하는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이 있다. 금속활자 3500만여자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기를 구경하고, 활판인쇄 체험도 해보자.

한지 노트 만들기, 내가 만든 이솝우화집 체험이 인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3000원(체험비 별도)이다.

 

▲ 담쟁이덩굴이 아름다운 효형출판 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둘러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과 함께할 시간이다. 파주출판도시는 가장 큰 도로인 문발로를 중심으로 서쪽 광인사길, 동쪽 갈대샛강과 회동길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광인사길은 1884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출판사를 겸한 근대식 민간 인쇄소인 광인사를, 회동길은 1897년에 설립한 근대 서점인 회동서관을 기념하기 위해 명명했다니 기억해두면 좋을 듯싶다.

 

▲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대 납 활자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활판공방 내부

아이와 함께 파주출판도시에 왔다면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를 찾는 것이 좋다. 보림출판사의 ‘보림책방’과 보리출판사의 ‘보리책놀이터’가 대표적이다. 보림출판사는 책방과 인형극장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다. 보림책방은 아이들이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점이 눈에 띈다. 이웃한 보림인형극장서 정기적으로 인형극 공연을 한다.

주말에는 책도 읽고, 인형극 관람도 즐기는 가족이 많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6시(월요일 휴무)다.

 

▲ 심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도의 일몰

영·유아 도서 전문 보리출판사는 보리책놀이터를 운영한다. 1층은 차 한잔 나누며 책을 읽는 북카페, 2층은 보리출판사서 출간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이다. 검은 서가가 둘러싼 가운데 풀이 자라는 타원형 벤치가 놓여 이색적이다. 운영 시간은 북카페 오전 8시30분~오후 7시, 책방 오후 12시~오후 5시다.

 

▲ 오두산통일전망대 4층에서 본 임진강과 북녘땅

파주출판도시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활판공방’과 ‘열화당책박물관’을 추천한다. 활판공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대 납 활자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곳이다. 활자 주조부터 원고에 맞게 활자를 찾아 모으는 문선, 활자를 지정한 원고대로 판을 짜는 조판, 인쇄와 제본까지 수작업으로 책을 만든다. 활판공방에서는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오후 12시~오후 6시다.

광인사길에 위치한 열화당책박물관은 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배우고, 책이 전해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희귀본으로 1556년 제작된 독일어판 마르틴 루터 전집, 파피루스에 그린 그림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서를 전시한 옛 책 공간,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출간된 전 세계의 특색 있는 책을 전시한 새 책 공간이 주를 이룬다.

책 향기 가장 짙게 배어나는 곳
갤러리·전시관 등 볼거리 풍성

2층은 서가형으로 새 책 공간과 옛 책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라운지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주말·공휴일 휴관), 입장료 5000원이다.

파주출판도시 동쪽에 자리한 심학산(194m)은 등산로 5곳과 둘레길이 있다. 정상까지 800m로 30~40분이면 충분하고, 가파르지 않아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산이 낮아도 풍경은 그만이다.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 오두산통일전망대 너머 북한 개풍군까지 보이고, 서쪽으로 한강 너머 강화도로 떨어지는 일몰이 아름답다.

 

▲ 마장호수흔들다리는 길이 220m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자유로와 나란히 흐르는 한강은 오두산에서 임진강과 만난다. 두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오두산 정상에 지상4층, 지하1층 규모의 오두산통일전망대가 있다. 3~4층 전망 시설서 보면 한강과 임진강이 하나로 모여 김포, 강화도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임진강 건너편이 북한 개풍군이다. 황량한 들판 곳곳에 있는 집 사이로 주민의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을 지나면 5분도 걸리지 않아 파주 장릉(사적 203호)이 나온다. 지난 9월부터 일반에 공개한 장릉은 조선 16대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이다. 원래 현 위치보다 북쪽에 있었으나 영조 때 천장하면서 합장릉으로 조성했다. 인조와 영조 때 조성한 석물이 어우러져 독특하다.

장릉의 매력은 재실 앞에 있는 느티나무 군락이다. 주변으로 벤치가 놓여 차분하면서도 늦가을 분위기가 충만하다. 왕릉 영역에서 홍살문과 삼도, 정자각과 신도비를 차례로 만나고, 정자각 너머 언덕에 인조와 인열왕후가 나란히 잠든 합장릉이 있다.

 

▲ 벽초지문화수목원의 가을 풍경-사진제공·벽초지문화수목원

마장호수흔들다리와 감악산출렁다리는 파주 여행의 핫 플레이스다. 지난 3월에 개장한 마장호수흔들다리는 6개월 만에 2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호숫가를 따라 원점 회귀형 3.3km 산책로가 있고, 그 중심에 마장호수흔들다리가 걸렸다. 흔들다리는 길이 220m로 현재 국내서 가장 길다. 높이 15m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장호수가 지긋이 내려다보이고, 흔들다리에 올라서면 시퍼런 호수의 물길이 아찔하다.

인생사진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출판도시서 마장호수흔들다리로 가는 길에 벽초지문화수목원이 있다. 수목원은 크게 한국식 정원과 유럽식 정원으로 나뉜다. 이곳을 대표하는 벽초지 입구에서 직진하면 장수주목터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단풍길이다. 11월이면 단풍길이 제법 아름답다.

장수주목터널은 길이 100m가 채 안 되지만 ‘인생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벽초지는 호수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군락과 파련정이 그림 같다. CF나 드라마,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벽초지문화수목원에서는 오는 24일부터 까만 밤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빛축제가 시작된다.

 

▲ 감악산출렁다리를 건너는 여행객

마장호수에 흔들다리가 있다면, 파주시 적성면에 우뚝 선 감악산(675m)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5분쯤 걸으면 출렁다리 입구에 닿는다. 감악산출렁다리는 설마리계곡을 건너 150m나 이어진다. 출렁다리에 사람이 많을 때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흔들려 짜릿하다. 감악산에 오르지 않고 출렁다리를 건너 법륜사와 운계전망대까지 다녀와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오두산통일전망대→파주 장릉→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숲,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활판공방 체험-열화당책박물관)→심학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마장호수흔들다리→벽초지문화수목원→감악산출렁다리→오두산통일전망대→파주 장릉, 
둘째 날: 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숲,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활판공방 체험-열화당책박물관-보림책방-보리책놀이터)→심학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파주시 문화관광포털 https://tour.paju.go.kr
- 출판도시문화재단 www.pajubookcity.org
-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www.ibookcity.org
- 오두산통일전망대 www.jmd.co.kr
- 파주 장릉 http://royaltombs.cha.go.kr
- 벽초지문화수목원 www.bcj.co.kr
- 마장호수 http://majanghosu.com  

문의 전화
- 파주시청 관광과 031)940-4363
- 출판도시문화재단 031)955-0050
- 출판도시안내센터 031)955-5959
-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031)955-0001
- 지혜의숲 031)955-0082
- 활자의숲 031)955-7955
- 보림책방 031)955-3456
- 보리책놀이터 031)950-9590
- 활판공방 031)955-0084~5
- 열화당책박물관 031)955-7021
- 오두산통일전망대 031)956-9600
- 파주 장릉 031)945-9242
- 벽초지문화수목원 031)957-2004
- 마장호수흔들다리 031) 940-4720
- 감악산출렁다리 031)940-461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지하철 2·6호선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200번 버스, 은석교사거리 정류장 하차, 약 40분 소요. 
*문의: 신성교통 031)949-6040

자가운전
자유로(문산·통일동산 방향)→장월 IC→세종삼거리 지나 은석교사거리에서 우회전→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숙박 정보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파주시 회동길, 031)955-0090, www.jijihyang.com
- 골든힐호텔: 탄현면 성동로, 031)942-0222, www.goldenhillhotel.co.kr
- 호텔시에나 : 파주시 소리천로, 031)943-7260, www.hotelsienna.com
- 메이트호텔 파주: 탄현면 엘씨디로241번길, 031)945-1029, www.matehotel-paju.com
- 가을노을펜션: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010-9814-2010, www.pajukidspension.co.kr
- 파주펜션힐: 적성면 감악산로, 031)959-2353, www.pajupension.co.kr

식당 정보
- 완이네작은밥상(오색떡국): 파주시 문발로, 031)955-6162
- 다이닝노을(패밀리세트): 파주시 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031)955-0070, www.diningnoeul.co.kr
- 전라도무지개밥상(무지개밥상정식): 파주시 교하로681번길, 031)942-7508
- 할머니묵집(착한묵밥): 파주시 돌곶이길, 031)942-3017
- 오두산막국수 통일동산점(막국수): 탄현면 성동로, 031)941-5237
- 춘천정통닭갈비(닭갈비): 파주시 교하로, 031)946-2220
- 로빈의숲(수제돼지갈비): 탄현면 장릉로102번길, 031)945-1999, http://robinbbq.com

축제·행사 정보
파주장단콩축제: 2018년 11월23~25일,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일대, 031) 940-5282

주변 볼거리
임진각평화누리, 반구정, 파주 이이 유적, 율곡수목원, 보광사,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프로방스마을, 헤이리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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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