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새해캠페인> 斷③ 심신 갉아먹는 ‘중독’밀착해부

‘알게 모르게 빠졌다’가 죽음에 풍덩(?)


인터넷 활성화, 다양한 문화 유입 여파 각종 중독자 늘어
온라인게임·채팅·쇼핑·포르노 중독 낳는 인터넷 중독

대한민국이 중독에 빠졌다. 과거에는 중독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술이나 마약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자극적이고 다채로운 문화의 유입은 더욱 다양하고 빠져들기 쉬운 중독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에서 만족감을 찾는 외로운 현대인들은 중독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어느 한 분야에 외골수로 빠져드는 경향이 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 명품, 성형, 섹스, 도박 등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각종 중독은 바로 옆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2009년에는 반드시 끊어야 할 ‘중독’의 세계를 파헤쳤다.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중독의 사전적 의미다. 모든 중독행위는 ‘쾌감중추의 자극’과 ‘도파민 호르몬의 분비’라는 뇌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어딘가에 깊이 몰두해 병에 이른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그 무엇 때문에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중독자’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중독자가 증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독될 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극적인 문화가 밀려오는데다 인터넷은 어떤 분야든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중독증상은 특정한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 됐다.

현실과 사이버 혼돈
각종 범죄 부르기도

여러 중독 중 접근과 노출이 가장 쉬운 것은 인터넷 중독이다. 인터넷 인구가 늘어난 만큼 컴퓨터 앞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접한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 대상의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결과 ‘인터넷 고위험사용자군’으로 분류된 학생이 9만9584명에 달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져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이 몰입해 시간이 지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수많은 정보가 있고 놀 거리가 있는 사이버 세상에 빠져 있는 동안 사람들은 현실의 불안감이나 고통에서 해방되는 즐거움을 느낀다.

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 현실 속에서 억압되었던 공격성과 충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인터넷의 매력이다.

인터넷 중독은 또 다른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중독, 채팅중독, 인터넷쇼핑중독, 인터넷도박중독, 포르노중독 등 개인과 가정, 사회의 기반과 경제까지 흔드는 중독들이다.

이 중독들은 다른 범죄를 파생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폭력적인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현실과 사이버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성인물에 빠져 화면 속에서 본 데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것 또한 인터넷 중독이 만든 현상이다.

이처럼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인터넷 중독을 극복하는 첫 단계는 본인이 중독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 다음엔 어떤 경우에 인터넷을 찾는지를 체크하고 유발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방법 중 하나다. 청소년의 경우 학업·직업·약물·가족·대인관계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적인 상담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의 시선을 끌고 싶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또는 부족한 자신감을 찾으려다 중독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중 하나는 명품 중독증. 최악의 불황에도 명품브랜드의 매출만큼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현실이 명품중독에 빠진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명품에 빠져 카드를 긁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성매매를 하는 여대생, 사채를 빌려 명품을 샀다가 사채업자들에게 고초를 당하는 주부 등 명품중독이 낳은 폐해도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 젊은 여성들에게 해당됐던 명품중독은 이제 남녀노소와 수입정도를 불문해 나타나고 있다.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남성들도 명품족 또는 된장남 대열에 합류해 천박한 소비생활을 일삼기도 한다.

명품을 사기 위해 1년 간 모은 아르바이트 급여를 쏟아 부었다는 중학교 2학년 A군도 명품중독에 빠진 케이스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명품에 눈을 떴다는 A군이 처음 명품을 구입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당시 A군은 점찍어둔 루이비통 반지갑을 사기 위해 3년여 간 모았던 비상금을 썼다. 60만원을 호가하는 지갑을 사기 위해 세뱃돈을 모은 통장과 돼지저금통까지 과감히 깬 A군은 당장 명품관으로 달려가 꿈에 그리던 지갑을 샀다고 한다.

그러나 지갑을 사자마자 또 다른 명품이 눈에 들어왔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시계를 본 순간 지갑은 A군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밤낮없이 시계가 눈앞에 아른거리던 어느 날, A군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며칠 뒤 주유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고 꼬박 1년을 일해 700여만원을 모아 원하던 시계를 샀다.

된장녀와 성형 미인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

무려 1년을 계획하고 땀 흘려 사고 싶은 명품을 샀지만 A군의 만족감이 모두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그는 더욱 값비싸고 마음에 드는 명품이 생기면 손목에 찬 시계가 하찮게 느껴질 것이고 명품중독으로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명품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신체적 콤플렉스 등의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자신이 처한 사회적 신분이나 계층에 피해의식을 가졌다고 말한다. 또 공허한 내면을 물질로 채우려는 욕심도 명품중독으로 이끈다고 한다.

성형중독과 다이어트중독 역시 명품중독과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외모를 바꿈으로써 부족한 자신감이 채워지길 기대하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

잦은 성형수술로 얼굴이 변형된 ‘선풍기 아줌마’로 그 심각성이 알려진 성형중독은 지금도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이 시달리고 있는 중독이다. 정신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에도 노출된 성형중독자들은 지금도 거울 앞에서 손 댈 곳을 찾고 있다.

폭식증과 거식증까지 부를 수 있는 다이어트 중독증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몸무게가 40kg도 안 되는 여성이 아직도 뚱뚱하다며 다이어트 약을 밥 먹듯 먹는 영상은 이제 충격을 주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명품, 성형, 다이어트 등 자신감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중독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가진 장점과 매력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떤 치료도 허사라는 것.

극심한 충동을 이기지 못해 강박적으로 섹스에 매달리는 ‘섹스중독’도 최근 많은 이들이 시달리는 중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섹스중독은 성도착증과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겪는 증상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섹스중독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중독 중 하나다. 특히 포르노에 빠진 이들 가운데 이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정상적인 성관계에는 만족하지 못해 변태적인 섹스를 원하거나 지나치게 섹스에 대한 생각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등 부작용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일도 운동도 적당히
욕심이 화 불러

섹스중독자들은 또 스와핑, 원조교제, 성매매 등 금기된 성관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아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자극을 얻으려는 것.

이에 대한 욕구는 알콜이 더해졌을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술자리를 하면 2차를 나가서라도 꼭 섹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섹스중독자에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섹스중독은 남성들에게만 해당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여성들 가운데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섹스 생각에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편과의 성관계가 뜸해져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중년여성의 사례, 채팅 등을 통해 낯선 남성을 만나서라도 욕구를 채우고 마는 사례 등이 이를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섹스 중독증이 병의 성격상 완치가 힘들고 재발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확인하는 즉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로 인해 다시 불거진 ‘도박중독’ 역시 오랜 세월동안 뿌리 뽑히지 않는 중독 중 하나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쉽고 빠르게 한몫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도박중독에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덕분에 카지노 노숙자, 사기도박피해자 등 도박중독의 덫에 걸린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미성년자들까지 도박에 빠져드는 세태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도박중독. 전문가들은 다른 중독에 비해 빠져나오기 쉽다고 말한다. 물론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 가족의 도움과 상담기관, 병원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앞서 말한 중독과는 달리 ‘나도 한번 중독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만한 중독도 있다. 일중독과 운동중독이 그것. 그러나 이 두 가지도 정도를 넘어서면 매우 위험하다. ‘슈퍼 직장인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일중독증은 근무시간이나 퇴근 후나 온통 일 생각으로 가득 차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증상을 말한다. 

다른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반면 일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이나 능력 있는 사람으로 칭찬받기 때문에 질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중독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알콜 중독, 우울증, 자살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질병이란 점에서 그 위험성이 있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불안한 운동중독 역시 죽음을 초래하기도 하는 무서운 중독이다. 운동중독자들이 심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일종의 황홀감 때문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희열을 맛본다는 것.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의 법칙이 통한다. 몸이 감당해내기 힘든 과도한 운동은 족관절 인대 손상, 십자인대 손상 등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하고 싶다면 스스로 몸에 맞는 강도를 조절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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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