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새해캠페인> 斷③ 심신 갉아먹는 ‘중독’밀착해부

‘알게 모르게 빠졌다’가 죽음에 풍덩(?)


인터넷 활성화, 다양한 문화 유입 여파 각종 중독자 늘어
온라인게임·채팅·쇼핑·포르노 중독 낳는 인터넷 중독

대한민국이 중독에 빠졌다. 과거에는 중독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술이나 마약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자극적이고 다채로운 문화의 유입은 더욱 다양하고 빠져들기 쉬운 중독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에서 만족감을 찾는 외로운 현대인들은 중독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어느 한 분야에 외골수로 빠져드는 경향이 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 명품, 성형, 섹스, 도박 등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각종 중독은 바로 옆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2009년에는 반드시 끊어야 할 ‘중독’의 세계를 파헤쳤다.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중독의 사전적 의미다. 모든 중독행위는 ‘쾌감중추의 자극’과 ‘도파민 호르몬의 분비’라는 뇌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어딘가에 깊이 몰두해 병에 이른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그 무엇 때문에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중독자’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중독자가 증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독될 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극적인 문화가 밀려오는데다 인터넷은 어떤 분야든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중독증상은 특정한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 됐다.


현실과 사이버 혼돈
각종 범죄 부르기도

여러 중독 중 접근과 노출이 가장 쉬운 것은 인터넷 중독이다. 인터넷 인구가 늘어난 만큼 컴퓨터 앞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접한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 대상의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결과 ‘인터넷 고위험사용자군’으로 분류된 학생이 9만9584명에 달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져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이 몰입해 시간이 지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수많은 정보가 있고 놀 거리가 있는 사이버 세상에 빠져 있는 동안 사람들은 현실의 불안감이나 고통에서 해방되는 즐거움을 느낀다.

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 현실 속에서 억압되었던 공격성과 충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인터넷의 매력이다.

인터넷 중독은 또 다른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중독, 채팅중독, 인터넷쇼핑중독, 인터넷도박중독, 포르노중독 등 개인과 가정, 사회의 기반과 경제까지 흔드는 중독들이다.

이 중독들은 다른 범죄를 파생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폭력적인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현실과 사이버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성인물에 빠져 화면 속에서 본 데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것 또한 인터넷 중독이 만든 현상이다.


이처럼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인터넷 중독을 극복하는 첫 단계는 본인이 중독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 다음엔 어떤 경우에 인터넷을 찾는지를 체크하고 유발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방법 중 하나다. 청소년의 경우 학업·직업·약물·가족·대인관계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적인 상담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의 시선을 끌고 싶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또는 부족한 자신감을 찾으려다 중독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중 하나는 명품 중독증. 최악의 불황에도 명품브랜드의 매출만큼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현실이 명품중독에 빠진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명품에 빠져 카드를 긁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성매매를 하는 여대생, 사채를 빌려 명품을 샀다가 사채업자들에게 고초를 당하는 주부 등 명품중독이 낳은 폐해도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 젊은 여성들에게 해당됐던 명품중독은 이제 남녀노소와 수입정도를 불문해 나타나고 있다.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남성들도 명품족 또는 된장남 대열에 합류해 천박한 소비생활을 일삼기도 한다.

명품을 사기 위해 1년 간 모은 아르바이트 급여를 쏟아 부었다는 중학교 2학년 A군도 명품중독에 빠진 케이스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명품에 눈을 떴다는 A군이 처음 명품을 구입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당시 A군은 점찍어둔 루이비통 반지갑을 사기 위해 3년여 간 모았던 비상금을 썼다. 60만원을 호가하는 지갑을 사기 위해 세뱃돈을 모은 통장과 돼지저금통까지 과감히 깬 A군은 당장 명품관으로 달려가 꿈에 그리던 지갑을 샀다고 한다.

그러나 지갑을 사자마자 또 다른 명품이 눈에 들어왔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시계를 본 순간 지갑은 A군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밤낮없이 시계가 눈앞에 아른거리던 어느 날, A군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며칠 뒤 주유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고 꼬박 1년을 일해 700여만원을 모아 원하던 시계를 샀다.

된장녀와 성형 미인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

무려 1년을 계획하고 땀 흘려 사고 싶은 명품을 샀지만 A군의 만족감이 모두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그는 더욱 값비싸고 마음에 드는 명품이 생기면 손목에 찬 시계가 하찮게 느껴질 것이고 명품중독으로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명품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신체적 콤플렉스 등의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자신이 처한 사회적 신분이나 계층에 피해의식을 가졌다고 말한다. 또 공허한 내면을 물질로 채우려는 욕심도 명품중독으로 이끈다고 한다.

성형중독과 다이어트중독 역시 명품중독과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외모를 바꿈으로써 부족한 자신감이 채워지길 기대하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

잦은 성형수술로 얼굴이 변형된 ‘선풍기 아줌마’로 그 심각성이 알려진 성형중독은 지금도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이 시달리고 있는 중독이다. 정신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에도 노출된 성형중독자들은 지금도 거울 앞에서 손 댈 곳을 찾고 있다.


폭식증과 거식증까지 부를 수 있는 다이어트 중독증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몸무게가 40kg도 안 되는 여성이 아직도 뚱뚱하다며 다이어트 약을 밥 먹듯 먹는 영상은 이제 충격을 주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명품, 성형, 다이어트 등 자신감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중독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가진 장점과 매력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떤 치료도 허사라는 것.

극심한 충동을 이기지 못해 강박적으로 섹스에 매달리는 ‘섹스중독’도 최근 많은 이들이 시달리는 중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섹스중독은 성도착증과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겪는 증상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섹스중독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중독 중 하나다. 특히 포르노에 빠진 이들 가운데 이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정상적인 성관계에는 만족하지 못해 변태적인 섹스를 원하거나 지나치게 섹스에 대한 생각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등 부작용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일도 운동도 적당히
욕심이 화 불러

섹스중독자들은 또 스와핑, 원조교제, 성매매 등 금기된 성관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아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자극을 얻으려는 것.


이에 대한 욕구는 알콜이 더해졌을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술자리를 하면 2차를 나가서라도 꼭 섹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섹스중독자에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섹스중독은 남성들에게만 해당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여성들 가운데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섹스 생각에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편과의 성관계가 뜸해져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중년여성의 사례, 채팅 등을 통해 낯선 남성을 만나서라도 욕구를 채우고 마는 사례 등이 이를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섹스 중독증이 병의 성격상 완치가 힘들고 재발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확인하는 즉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로 인해 다시 불거진 ‘도박중독’ 역시 오랜 세월동안 뿌리 뽑히지 않는 중독 중 하나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쉽고 빠르게 한몫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도박중독에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덕분에 카지노 노숙자, 사기도박피해자 등 도박중독의 덫에 걸린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미성년자들까지 도박에 빠져드는 세태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도박중독. 전문가들은 다른 중독에 비해 빠져나오기 쉽다고 말한다. 물론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 가족의 도움과 상담기관, 병원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앞서 말한 중독과는 달리 ‘나도 한번 중독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만한 중독도 있다. 일중독과 운동중독이 그것. 그러나 이 두 가지도 정도를 넘어서면 매우 위험하다. ‘슈퍼 직장인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일중독증은 근무시간이나 퇴근 후나 온통 일 생각으로 가득 차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증상을 말한다. 

다른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반면 일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이나 능력 있는 사람으로 칭찬받기 때문에 질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중독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알콜 중독, 우울증, 자살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질병이란 점에서 그 위험성이 있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불안한 운동중독 역시 죽음을 초래하기도 하는 무서운 중독이다. 운동중독자들이 심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일종의 황홀감 때문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희열을 맛본다는 것.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의 법칙이 통한다. 몸이 감당해내기 힘든 과도한 운동은 족관절 인대 손상, 십자인대 손상 등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하고 싶다면 스스로 몸에 맞는 강도를 조절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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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