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김두관 띄우기’ 진짜 노림수 추적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6.09 19: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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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나무 위에 ‘홀로’ 올려놓고 ‘힘 빠지면’ 추락시키기?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보수언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권의 대선주자가 아닌 야권의 김두관 경남지사를 연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조선일보>가 그들의 검증된 무기인 ‘의제설정’ 능력을 가동한 것으로 풀이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에도 문재인 의원을 노골적으로 띄운 바 있기에 이번 역시 ‘정치적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보수언론의 김두관 띄우기 노림수와 실태를 분석해봤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그동안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며 스토리 있는 정치인으로 ‘대선 블루칩’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수언론들은 김 지사의 정치적 비중을 평가절하하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최근 보수언론들이 앞 다퉈 연일 김 지사를 띄워주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김 지사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에까지 생기를 불어 넣으며 고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보수언론들의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해석하며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뒤에 뭔가 복선이 한 자락 깔려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노부각, 호남배제
내부분열 조장 위해?

가장 먼저 부각되는 의혹은 정치적 노림수라는 것이다. ‘김두관 띄우기’로 야당의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속해서 김 지사를 필두로 친노를 부각시키고 상대적으로 구 호남계를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겨 내부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수 측은 손을 안 대고도 코를 풀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계속해서 친노를 부각시킬 경우 당 내부의 호남계와 비노 진영에서 김 지사에 대한 공격은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1-2등으로 당선되자 모든 언론들은 앞 다퉈 ‘친노의 부활’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조중동>은 일제히 ‘노무현이 돌아왔다’라는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친노세력의 부활을 크게 부각시킨 반면, 호남세력은 몰락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내부의 분열을 노린 것이다.

또한 지난 4·11 총선에서 친노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자 보수언론들은 ‘친노의 몰락’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계파인 친노세력을 몰락시키며 반면 비노세력을 연일 띄웠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민주당 6·9 전당대회 경선기간을 들 수 있다. 이한구-김두관 라인을 연일 띄우며 이해찬-문재인 라인을 공격했다. 이것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의 분열을 노리는 대목으로 읽혀진다.

자신들의 무기 ‘의제설정’ 능력 발휘하기 시작, 노림수 무엇?
문재인 한계 지적하는 정치적 프레임이자 견제용이라는 시각


실제 <조선일보>는 지난달 26일자 1면에 ‘김두관, 총선 패배 책임 문재인에도 있어’라는 기사를 김 지사 얼굴사진과 함께 크게 내보냈다. 김 지사가 민주당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총선 패배에 대한 문 상임고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한 내용이다.

일전에 <주간조선>에서 김 지사와의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해석해 ‘문재인 대통령감 아니다’라고 표지에 다루며 대서특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내부분열을 노린다는 것이다.

<조선>은 지난달 28일 ‘김한길 뒤에 김두관 있다’라는 제목으로 1면에 다시 김 지사를 등장시켰다. 다음 날에는 ‘노의 비서실장과 리틀 노무현, 무엇이 같고 다른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문 의원과 김 지사를 비교한 사설이다.

<조선>은 ‘김두관 지사가 김한길 후보를 도운 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 후보와 문 고문이 이를 문제 삼을 처지는 못 된다’며 김 지사 쪽을 거들었고 이어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표현은 문 의원을 일컫는 수식어로 그를 ‘노무현 프레임’에 가두는 의도로 읽혀진다.

반면 김 지사에 대해서는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뚝심 하나로 정치인으로 성장해 온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을 빼닮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측근’도 다 같은 측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결국 문 의원의 한계를 지적하는 프레임이다.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노무현 프레임 가두기

또 다른 노림수로 참여정부의 ‘과’를 떠안기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미FTA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 현 정부의 많은 현안을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됐다는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40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층이 있지만 안티층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친노세력들은 노 전 대통령을 감싸고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공략하기 쉽다는 의식도 깔려있다.

주목할 대목은 <조선>은 문 의원은 물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견제할 때도 김 지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은 지난달 5일자 ‘김두관 지사 안에 직격탄’이라는 기사에서 ‘김 지사는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고 한다며 그 사람이 유명하고 지지율이 높다고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정치는 안 된다고 했다.

안철수 원장이 선거나 국정운영 경험 한 번 없이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이 김 지사를 활용해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분류되는 문 의원과 안 원장 견제에 나선 것은 ‘이명박-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을 위협하는 두 사람의 힘을 우선 빼놓아야 한다는 노림수로 보고 있다.

진짜 목적은 ‘김두관 띄우기’가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견제’라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의 파괴력을 조기에 꺾어 놓는다면 정권 재창출은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조선>이 이끄는 ‘언론 프레임’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문 의원과 안 원장에 대한 견제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범야권의 경선흥행에 불을 지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이 “등장인물이 뻔할 뻔자인 새누리당극장과 주연·조연·엑스트라가 차례차례 얼굴을 드러낼 민주당극장, 어느 쪽이 관객을 끌어 모을지, 그게 질문이 될 수나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만큼 걱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 의원과 김 지사 모두 싱거운 승부 끝에 대선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 끝에 후보로 결정되는 것이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향신문> 은 ‘문재인과 김두관’이라는 칼럼에서 ‘문재인과 김두관. 두 사람이 4·11 총선 이후 패배주의에 빠진 민주당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각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혹여 소음이 일더라도 유쾌한 파열음일 뿐’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급등한 지지율
보수언론 덕?

현재 문 의원과 안 원장에 비해 지지율이 저조한 김 지사 입장으로 선 언론의 관심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보수언론의 연이은 띄우기에 1~2%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8%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시 지사직을 포기하는 배수진을 치고 나올 것이 확실시 돼 경선흥행 들러리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큰 꿈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김 지사에게 <조선>의 연이은 띄우기는 시간이 지나 ‘독배’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선>에 부정적 인식이 많은 야권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조선>이 띄우는 후보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지는 김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조선>이 노리는 또 다른 노림수라는 관측이다.

진짜 목적은 ‘김두관 띄우기’가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견제’
지금은 띄우지만 결국은 <조선>이 지지하는 ‘안티정서’로 갈 것

김 지사도 이러한 사실이 부담 됐던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아침기사를 보니 조선일보가 또 야권분열공작에 나섰군요. 저와 문재인 의원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애를 쓰네요. 예전에는 노무현 죽이기를 하더니 이제는 교묘하게 김두관 죽이기를 하는군요. 제가 그만큼 컸나보죠?”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며 견제했다.

또한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한다는 면에서는 당연히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나나 친노”라면서 “친노를 좁히면 패밀리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정치권 내에) 꽤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패밀리 개념 속에 포함되기는 그렇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자의 “‘노무현 Again이 아니라 Beyond노무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 데 이 역시 친노세력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참여정부의 공은 공대로 승계하되 과가 있다면 그것을 뛰어넘자는 뜻이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1면에 ‘김한길 뒤에 김두관 있다’고 크게 냈지만 경선과정에 “나는 엄정 중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 김 지사의 발언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이해찬 후보가 “김두관 지사야말로 ‘리틀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 아니냐”며 “그러니까 친노 중에서도 아주 핵심적인 분”이라고 반박한 라디오 인터뷰를 함께 보도하며 민주당내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듯 한 보도를 했다.

보수언론의 띄우기
‘독’으로 돌아온다?

결국 때리기 위해 몸집을 키워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지지율이 8%로 급등하고 출판기념회 일정 확정과, 포럼·토론회 참석 등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대놓고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띄우기와 때리기를 했던 프레임과 아주 흡사하다.

범야권의 대선후보군들이 또 다시 보수언론의 이러한 ‘대선 프레임’에 걸려든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할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보수언론의 덫에 걸려들지 않고 선의의 경쟁으로 경선과 본선에서 흥행몰이를 하느냐 못하느냐가 야권 승패의 관건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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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