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19대 국회 속궁합 해부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6.04 1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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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은 차렸는데…한이불? 각방?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통합진보당 자폭에 청와대는 연일 새어나오는 웃음을 틀어막지 못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제 청와대도 맘 놓고 웃을 수만은 없게 된 상황이다. 19대 국회가 개원함에 따라 이들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청와대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어서다. 국회와 ‘통’하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지만 반대로 ‘팽’ 당할 경우 가시밭길이 예고된 까닭이다. 특히 집권 5년차의 피로감에 더해 대선이라는 진검승부를 앞두고 여야 모두 청와대에 등 돌릴 공산이 크다. 때문에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본격 개막했다. 이제 19대 국회와의 관계설정을 두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진 양상이다. 국회와의 관계에 따라 MB정부의 말로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청와대가 국회와 통한다면 남은 임기가 순탄할 수 있다. 반대로 관계가 틀어진다면 청와대의 남은 임기동안 가시밭길의 험로가 예상된다.

깊어지는 고민

현재 정국 상황으로 미루어 후자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임기 말 정권의 대형 악재가 줄줄이 터지며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특히 대선을 앞둔 비상상황에서 청와대를 옹호할 경우 민심의 칼바람 맞고 동반 추락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MB정권에 대한 심판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분위기도 갈수록 냉랭해지는 상황이다.

먼저 청와대와 야당의 악덕궁합은 이미 예견된 대목이다. 야당은 특히 대선정국으로 빨려들수록 MB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총공세에 나설 것임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게다가 심심찮게 들려오던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탄핵’ 목소리까지 점차 강하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정국을 휘감자 야권의 최대 잠룡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탄핵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19대 임기 개시일에 맞춰 민주당은 ‘MB-새누리정권 부정ㆍ부패청산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 MB정부 실세 및 친인척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각오를 다진 상태다.


‘저격수’로 통하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MB정부 공격의 최전방에 선 상태다. 지난달 24일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민간인 사찰 몸통으로써 책임을 지고 관계자 처벌과 대국민 사과를 하라”면서 “남은 임기 7∼8개월 동안 (민간인 사찰과 측근 비리 문제를)완전 정리하고 털고 가서 퇴임 후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성 발언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에서 민간인사찰, 측근비리, 언론사파업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밝히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앞서 주장하던 4대강 사업·불법사찰 등 굵직한 사태에 대해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인사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으로 올 연말 대선까지 쟁점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야권은 파상공세를 이어가며 청와대를 옥죌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청와대가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대선 앞둔 비상상황서 여야 모두 BH에 냉담
정부 말 통하면 탄탄대로…막히면 가시밭길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더욱 복잡하다. 민심이탈과 함께 야권의 맹공이 이어지자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선긋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앞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미래권력 ‘박근혜 파워’에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미루는 효과를 거뒀고 퇴임 후 안전판도 마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정부여당에는 현재 ‘내곡동 사저 논란’에 이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불법대선자금 파문’ 등 갖가지 악재들이 겹치며 민심이 바닥을 치는 상태다. 여기에 정권의 실세중의 실세였던 최시중·박영준 등의 인사들이 줄줄이 비리연루로 구속되며 무너지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대로는 대선정국까지 힘들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며 청와대와 선긋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때론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대선승리를 위해선 유리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청와대에서 당청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내도 별다른 응답이 없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4월 총선이 끝난 뒤 청와대가 추진하려했던 당선자 축하만찬이 새누리당 인사들의 거부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무산된 것.


특히 불법사찰 파문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리 혐의에 연루되며 최시중·박영준 등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된 상태다. 일단 여당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MB정권과 확실한 거리를 뒀다. 이러한 악재들이야 말로 청와대와 선긋기를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류는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 뒤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확실하게 청와대에 등 돌릴 수만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하면 필패구도라는 불문율이 존재해서다.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따라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장악한 상태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계속 선을 그으며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경우 청와대 역시 박 전 위원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통이냐 불통이냐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19대 국회의 임기가 본격 시작된 만큼 그동안 추진해 오던 정책현안과 법률안, 예산 등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통’으로 악명 떨친 청와대가 19대 국회와 과연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임기 말 청와대가 국회와 소통하고 평지로 나아갈지 불통으로 험로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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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