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구원투수 유장희 신임 동반성장위원장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30 11: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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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적 성향…누구 편에 설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동반성장위원회의 새 수장이 됐다. 지난 3월말 돌연 사퇴한 정운찬 전 위원장을 대신해서다. 유 위원장의 내정을 두고 중소기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경제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정 전 위원장의 공백을 대체할 적임자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동안 친기업적 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 위원장은 과연 그간 부진하던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이뤄낼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기 동반성장위원회의 수장 자리에 내정됐다. 지식경제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정운찬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동반성장위원장에 유 교수를 임명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유 위원장은 4월30일 제15차 동반위 본회의를 통해 공식업무를 수행한다.

“양극화 심한 상황
무거운 책임 느껴”

유 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동반성장 문화가 착근해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 위원장은 미국 UCLA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Texas A&M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사를 거쳐 한미경제학회(KAEA) 회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MB 대선 캠프에 몸담은 바 있는 유 위원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활동을 하며 현 정부의 경제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이 대통령의 기부 재산으로 장학사업을 벌이는 청계재단 이사와 언어통역봉사단체인 BBB코리아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재계와는 포스코 이사회 의장과 2009~2010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정 전 위원장이 동반위를 정착시키고 사회 공론화를 위해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길 마다하지 않았다면 2기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화합을 통한 동반성장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유 위원장은 이해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모범적인 경제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계각층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 캠프 출신에 청계재단 이사 ‘뒷말’ 무성
대·중소 간 화합을 통한 동반성장 문화 정착

유 위원장의 내정을 소식이 전해지자 중소기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정 전 위원장의 공백을 대체할 적임자라는 견해도 있지만, 무게감이 적고 그동안 친기업적 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먼저 유 위원장을 새로운 동반성장위원회 수장으로 추대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단체들은 약속한 듯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유장희 교수가 선임된 데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신임 위원장이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건설적인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기여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은 “유 신임위원장은 학계, 연구기관, 대·중소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동반위의 수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또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건설적인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공생발전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장희 교수가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상의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륜, 균형 감각을 두루 갖춰 동반성장위원회를 잘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기업 자율의 동반성장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각선 ‘맥 빠지는
인사’라는 얘기도

반면, 중소기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동반성장위원장에 정치권의 거물급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포스코 이사회 의장, 대학교수 등을 거친 ‘엘리트풍’의 위원장이 선임돼서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맥이 빠지는 인사’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민간단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동반위가 지난 2년 동안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올 수 있던 배경에는 국무총리를 지낸 정 전 위원장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이 비교적 중량감이 적다는 이유에서 ‘할 말을 못하는’ 위원장에 그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MB캠프 자문위원과 청계재단 이사를 맡을 만큼 현정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친대기업 성향을 보여 온 점도 동반위원장에는 맞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참여연대 측 관계자는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위원장도 제대로 힘조차 못쓰고 사퇴한 마당에 거물급 인사는커녕 대기업, 정부와 관련이 깊은 인물을 동반성장위원장에 앉히면 무슨 일이 되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운찬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유명무실해진 동반위가 이번 기회를 통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 환영하는 반면 중소기업계는 울상
친재벌 성향 보여 왔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측 관계자도 “동반성장위원장은 정부, 대기업과 싸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며 “특히 재벌개혁이나 동반성장과 관련해 정책 추진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선임한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정부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위원장이 전형적인 보수경제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소업계는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 유 위원장이 지난 2008년 집필한 <민영공화국>이란 저서에서 “전환기 한국경제는 민영화가 도약을 이끈다. 세계 일류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민영화가 필수”라면서 민영화 대상으로 KBS, 금융기관, 각종 공기업들을 예로 들기도 했다.

또 <한계선 너머 빛이 보인다>라는 저서를 통해서는 국가 경제에서 지나친 정부 역할을 비판하고 민간의 역할과 기업의 자율적 혁신, 좋은 기업환경 등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유 위원장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자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해온 인사로 평가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 관계자는 “유 교수는 대표적인 보수경제학자로서 그동안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정부와 대기업에 휘둘리면서 (동반위원장으로서)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안 파악 못해
의견 표명 미뤄

이런 우려 속에서도 중소업계는 이번 위원장 선임으로 표류해오던 동반위가 정상화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중소 간 동반성장과 관련한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동반성장지수 발표가 대표적이다. 동반위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점수를 매겨 최우수, 우수, 양호, 개선 등 4개 등급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동반위는 또 올해 유통ㆍ서비스업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야 한다. 유통ㆍ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산업 범위가 방대하고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 위원장은 현안들에 대해 “아직 업무 파악이 완전히 안 돼 있어 당분간 현안들에 대해 리뷰를 할까 한다”며 구체적 의견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 그는 과연 동반성장을 이뤄낼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유 위원장을 바라보는 중소업계의 눈빛에 간절함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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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