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결혼시즌 불편한 혼기 찬 재벌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4 09:13:44
  • 댓글 0개

왕자님 공주님 ‘품절 임박’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결혼 시즌이다. 재벌가에도 경사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혼담’이 오가는 로열패밀리도 한둘이 아니다.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회장님’ 자녀들은 누가 있을까. ‘품절’이 임박한 재벌가 선남선녀들을 꼽아봤다.

올 들어 가장 먼저 들린 재벌가 결혼 소식은 LS일가에서 나왔다. 구자균 LS산전 부회장(구평회 E1 명예회장의 3남)의 차녀 소희씨와 윤재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윤장섭 유화증권 창업주 3남)의 장남 보현씨는 지난 1월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화촉을 밝혔다.

‘끼리끼리 혼사’

소희씨는 뉴욕 시러큐스대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LS그룹에서 근무하다 결혼을 앞두고 사직했다. 유화증권 주요주주(지분 1.72%)인 보현씨는 일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두산가와 귀뚜라미가가 사돈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고 박두병 초대회장 6남)의 차녀 예원씨와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영환씨는 지난 2월1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원씨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후 중앙대 MBA를 마치고 경영수업 중이며, 영환씨는 고려대 공대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방위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가에서 잔치가 열렸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3남)의 장녀 나영씨와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의 장남 경록씨가 지난 6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웨딩마치를 울린 것. 나영씨는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뮤지엄 아트를 전공하고 홍라희 여사(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가 관장인 리움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경록씨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와 한국투자공사(KIC)에서 근무 중이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재벌가에도 경사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혼담’이 오가는 로열패밀리도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품절’이 임박한 재벌가 선남선녀들은 누가 있을까. 올해 29세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포스트 김승연’으로 유력한 만큼 결혼 시기와 배우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군대도 다녀왔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실장은 2010년 공군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회장실 차장으로 그룹에 입사했다. 지난해 말부터 태양광 부문 계열사 한화솔라원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30세인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새누리당 의원)의 외아들 기선씨도 좋은 소식이 기대되는 ‘황태자’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2007년 육군 장교(ROTC)로 전역한 기선씨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재무팀 대리로 근무하다 그해 곧바로 휴직하고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기선씨는 현대중공업에 복직하지 않고 지난해 9월부터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에서 사회 경험을 쌓고 있다. 업계는 기선씨가 조만간 현대중공업에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앞서 결혼부터 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일선 BNG스틸 사장 등 사촌형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열패밀리 웨딩마치 줄이어…혼담 오가기도
20대 후반서 30대 초중반 미혼 남녀 수두룩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재원씨도 결혼이 임박한 총각이다. 28세인 그는 뉴욕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2월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어소시에이츠 컨설턴트로 근무 중이다. 재원씨 역시 두산 합류가 점쳐지고 있다.

‘2·3세 경영’에 시동을 건 동양그룹, 웅진그룹, SPC그룹, 하이트진로그룹 후계자들도 아직 미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32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외아들 현승담 동양시멘트 상무보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2007년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입사해 근무하다 2009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다시 유학했다. 학업을 마치고 지난해 8월부터 동양시멘트 부장으로 근무하다 올초 임원이 됐다.


33세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차남 윤새봄 웅진케미칼 과장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2009년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해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다 2010년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과장과 동갑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SPC 상무는 현재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34세인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장남 태영씨는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영컨설팅 업체인 엔플렛폼에서 책임자로 기업체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도했다. 지난 9일 경영관리실 총괄 실장(상무)으로 신규 임명, 처음으로 경영일선에 투입됐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후계자가 경영수업을 마치고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 코스가 바로 결혼”이라며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일단 가정이 안정돼야 한다는 논리에서인데, 같은 맥락에서 일반인에 비해 평균 결혼 나이도 적다”고 말했다.

‘선남’들 못지않게 ‘선녀’들도 줄을 서있다. 가장 먼저 한진가 막내딸이 눈에 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는 올해 29세로 혼기가 차면서 결혼 소식이 기다려지는 재벌가 딸들 중 한명이다. 조 상무보는 신세대 며느릿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경영도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 잠재고객층인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차세대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조 상무는 LG애드(현 HS애드)에서 근무하다 2007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2009년 팀장으로 승진해 광고·마케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대한항공의 자회사격인 저가항공사 진에어 마케팅담당 전무도 겸임 중이다.

롯데그룹의 신유미씨, STX그룹의 강정연씨 등 재벌가 딸들도 혼기가 찼다. 각각 29세, 31세인 유미씨와 정연씨는 베일에 싸인 ‘공주’들이다.

베일 싸인 딸들

유미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서녀’다. 현재 호텔롯데 일본 도쿄사무소의 업무를 보고 있는 유미씨는 2010년 호텔롯데 고문으로 위촉되는 등 이제 막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 일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게다가 그의 모친 서미경씨가 화려한 몸매와 빼어난 미모를 가진 ‘미스롯데’ 출신이란 점에서 세간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일각에선 ‘안 봐도 비디오’란 얘기가 나온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장녀 정연씨 역시 학력 등 이력은 물론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기본 정보조차 찾기 힘들다. 그룹 측도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정확한 신원을 모른다고 했다. 다만 올해 31세란 나이만 알려져 혼기가 찼다는 점만 확인이 가능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