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특별인터뷰

“국민적 합의 토대로 대북정책 펼친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를 이끄는 수석부의장은 그 활동반경이나 업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소리없이 일하고 때가 되면 조용히 물러나기 때문이다. 한때 제1야당의 총재를 지냈던 거물급 정치인 이기택 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누구보다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가지고 발빠르게 대처하면서도 요란스럽지 않다. 그는 시기적으로 세계정세가 불안해 현재의 난국에 봉착한 것이지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남북문제가 얽힌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남북관계 해결을 위한 이 대통령의 철학이 뚜렷한 만큼 어수선한 시기가 지나면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평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수석부의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통이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의 주역이 되겠다.”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평화통일의 헌법적 책무를 바로 하고 각계각층 모든 국민의 통일열망을 대변하면서 국민통합과 통일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역대 민주평통의 어느 수장보다 힘든 시기를 맞은 이 수석부의장은 지금이야말로 민주평통의 역할이 절실한 만큼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수장이 되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이 수석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2월 5일 청와대에서 450여명의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들과의 간담회가 열린 것으로 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참석 위원들 간에 무슨 이야기들을 나눴나?
▲ 간담회에서는 역시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전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해서 배추를 파는 할머니와 나눈 대화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같이 추운 날 새벽 5시에 나와서 저녁 10시 무렵까지 팔아도 2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는 그 할머니의 말씀을 소개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말을 들으며 참석한 450여명의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들도 하나같이 경제위기를 돌파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결의했다.

- 남북관계 얘기는 없었는가?
▲ 그 얘기가 빠질 리가 있겠는가. 남북관계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현재는 남북관계가 어렵지만 정부는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북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이날 자리를 통해서 재차 확인했지만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남북관계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 최근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 합동회의에서 내년에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제2의 창설을 선언했는데 구체적 내용은.
▲ 민주평통은 여야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역별, 직능별로 1만7천여 자문위원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조직이다. 그런데 민주평통이 그동안 나름대로 국내외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과 유리되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제2의 창립’이라는 표현까지 하며 민주평통이 제 역할을 해내길 촉구했다. 우리 민주평통은 국민 속에서 새롭게 탄생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고 통일 기반을 확충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한 사람이 6명씩 ‘10만 통일일꾼(통일 준비위원)’을 모집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남북통일 운동을 벌이는 ‘무지개 운동’을 벌일 것이다.

- 무지개 운동에 대해선 처음 듣는데.
▲ 무지개운동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국민통합 운동이다. 특별히 지식인들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모두 망라하는 대북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대북정책에 대한 대토론회를 자주 열 것이다. 토론회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은 바로바로 대통령에게 건의도 하고, 일반국민들에게도 내놓을 계획이다.

- 현재 정부는 민생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 지금 우리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때문에 전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온 나라의 주체들이 사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정부대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서민을 우선하고, 일자리를 우선하고, 중소기업을 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 위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여러 노조들이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사회단체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전 국민적인 단합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명박 남북관계 철학 뚜렷 “정치적 이해관계 얽매이지 않을 것”
진보·보수 대북전문가 대토론회 개최 “대통령에 건의하겠다” 강조
경제위기는 오히려 기회…“개혁 앞장서 선진일류국가 만든다”
민간외교 활동 주력, “통일코리아 준비하고 기반 닦는 데 노력”

- 이 대통령과 기회 있을 때마다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아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인상적인 말은.

 ▲ 얼마 전 이 대통령은 ‘지금은 세계사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운명적인 시기다. 그러나 지금 이 위기가 우리에게는 거꾸로 큰 기회다. 그러니까 이런 어려운 시기에 좀 더 창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런 말과 더불어 대통령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이렇게 어려울 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면 선비는 목숨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민주평통은 의장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위기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개혁에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선진일류국가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 북측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남북관계는 지금 과도기적인 냉각기에 들어가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은 북한의 태도변화 때문이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의심하고 굴복시키겠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북한에게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사실 과거 남북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정권 초기에 상황을 저울질하곤 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일관된 대북정책을 보여주고 그것을 북한이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색국면 자체를 자꾸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를 조급하게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를 경색시키지 않겠다며 정부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 돌아온 보답이 무엇인가. 핵무기 개발 아닌가. 북한의 저울질에 쉽게 흔들리면 남북관계의 균형을 잃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은 철저하게 가지고 있지만 접근방식은 현실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해 나갈 것이다. 정면충돌과 파국은 피하고 비난비방도 삼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출범 이래 일관되게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로 문제를 풀자며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북한은 이 대화 제의에 응하기만 하면 된다.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 북한의 대화 의지가 지금 시기에서는 중요하다.

-  얼마전에 미주지역 민주평통 초청으로 한반도평화통일강연회를 한 걸로 아는데.
 ▲ 미주동포사회는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었던 시절에 독립운동의 심장부였다. 이런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미주동포사회가 이제는 민족의 통일과 번영하는 통일조국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서고 있다. 21세기의 인류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힘입어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 민족도 20세기 후반의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남북이 화해와 협력 그리고 교류의 폭을 넓혀 마침내 남북이 ‘상생’하고 공동 번영하는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민주평통이 맡고 있는 역할은 바로 이러한 시대를 개척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오늘날 재편되고 있는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마침내 이루어질 평화와 번영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뿌리를 내리는 순간까지 동포사회 지도자들이 나서 달라는 얘기와 남북이 자유와 평화 속에서 하나가 되는 행진에 앞장서 달라고 강조했다.


 - 민주평통 산하에 10여 개의 각종 분과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 1만7천여명으로 이루어진 민주평통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의장인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에 관한 정책건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건의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 평통의 10개 분과위원회다. 1만7천여명의 자문위원들이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는 남북관계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럴 때 전문가들로 분명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분과위원회가 가동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분과위원회도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이를 조금 더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개편 작업을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내년도 출범하는 14기 자문위원들과 함께 새롭게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 김정일 정권 이후 통일문제가 본격 대두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평통이 주축이 되어 4대 강국 등의 협의 등을 통해 다각적인 통일문제 대책을 세울 의향은.
▲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급변사태가 예상되는 시기다. 통일이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통일코리아를 준비하고 기반을 닦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 하지만 민주평통이 주축이 되어 주변 4대 강국과 협의를 하는 것은 조금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나라 간의 협의는 외교부가 맡게 되어있다. 다만 민주평통은 중국을 제외한 주변 4대 강국에 거미줄 같은 해외지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을 벌일 수가 있다. 지금은 국가 간의 문제가 공식적인 외교관계보다도 민간외교로 풀리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다원화되었다. 민주평통은 내년도에 해외자문위원수를 더 늘리고 해외지역협의회를 100개 국가로 늘리게 되어있다. 때문에 평화통일을 위한 민주평통의 민간외교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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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