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감시당한 ‘만능 소셜테이너’ 김제동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10 10: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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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찰에 ‘제동’…앞에선 ‘여유만만’ 속내는 ‘후덜덜’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방송인 김제동이 일간지 1면에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이 일간지의 1면, 그것도 톱을 장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마약이나 음주운전 등 사적인 추문 때문은 아니다. 청와대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다. 김제동도 이런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낸 건 이번이 처음. ‘찌질’해 보이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언론을 통해 사찰에 대한 얘기를 하는 동안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론 적지 않은 공포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제동은 1994년 군 문선대 사회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우방랜드 영타운 진행자, 각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강사, 축제 진행자를 거쳐 가수 윤도현과의 인연으로 2002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김제동은 공익성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며 인간적인 면모와 특유의 정겨움, 친화력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또 사랑받는 방송을 만들어갔다. 이후 각 방송사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으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2002년 데뷔해
대중 사랑 한몸에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 2010년이었다. MBC <환상의 짝꿍>을 마지막으로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것. 김제동은 그렇게 <나는 가수다>와 <힐링캠프>로 방송에 복귀하기까지 힘든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세인들은 김제동이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에서 사회를 보거나 ‘쌍용을 잊지 맙시다’란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정치적 활동을 하면서 ‘좌파연예인’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시 대상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시선이 많다.

김제동 역시 자신이 사찰 대상이 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제동은 이런 사실을 숨겨오다 최근에야 한 언론을 통해 입을 열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는 지난 2일 SNS를 통해 “본인이 너무나 힘들어해서 차마 말 못하고 있었는데…. 스위스 출장 오면서 오픈할지 백번도 더 고민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네요. 국정원이 김제동을 사찰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세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사찰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3일 김제동은 이날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자택에서 MBC노조를 만나 사찰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김제동은 4월5일 미국 워싱턴, LA 등지에서 열리는 ‘2012 청춘콘서트 미국편’ 참석 차 출국한 동안 의혹과 논란만 키우느니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는 게 낫다는 의미에서 인터뷰에 전격적으로 응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10년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
국정원 직원들 술자리에서 “이제 그만하라” 회유

김제동은 먼저 국정원 직원들과 접촉한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노 대통령 1주년 추도식 전후로 방송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 분들이 가볍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아는 분을 통해 연락해왔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친해졌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제동은 “추도식 조금 전이었는데 ‘추도식 가냐?’, ‘간다’ 그랬더니 ‘명계남, 문성근 같은 사람들이 가면 좋지 않냐’ ‘제동씨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 VIP께서 걱정을 하신다’고 했다”며 “제가 술이 너무 취해서 ‘말씀드려라 제 걱정하지 말라고. 전 잘 사니까 다른 걱정하시고 저에 대한 걱정은 접어라’ 그랬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자신의 토크콘서트가 감시당한 일화도 전했다. 그는 “옛날 같았으면 국정원 직원, 경찰청 정보과라 하면 바짝 얼었을 것인데, 어쨌든 간에 표 끊어서 왔으니 고맙고 사찰하러 온 사람들도 웃었을 거다. 제 자랑입니다만 그 정도 사람들은 별로 겁도 안 난다”라고 말했다.

김제동은 이런 사실을 밝힌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쪼잔하고 찌질하다고 생각해 그간 이 일을 밝히지 않았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조차 없는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을) 억압이나 무거운 무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들, 그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고, 이 정도로 억압이나 탄압을 받았다고 얘기하면 그건 찌질하다”고 덧붙였다.


토크콘서트에도
참석해 감시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사찰 문건에 이름이 올라온걸 보며 협박이나 외압보다 사찰문건에 내용이 없는 게 제일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며 자꾸 움츠려 든다. 제일 무서운 게 알아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빨갱이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좌파 연예인의 기준이 뭔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검열이다”라고 지적했다.

1시간 분량의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제동은 “나야 사찰할 필요가 없다. 트위터 팔로우 하라. 하루 서너번씩 어디 있는지 다 올린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나는 한 여성에게 내밀하게 사찰당하고 싶은 한 남성이다. 민정씨하고는 연애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하고는 연애할 마음이 없다”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또 “저는 최대한 웃겨야 되는 사람이다. 이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상황을) 저는 코미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며 “문건에 내 이름을 적어주셔서, 신문 1면에 내 이름이 나가게 돼서 (정부에) 감사하다. 국가기관이 조사해도 흠결이 없는 남자라고 발표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제동은 다음날일 지난 4일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사찰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제동은 “사찰을 했다면, 자료가 있다면 나에게 달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찰을 했다면 하신 쪽에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이고, 안 하셨다면 진짜 안 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얘기를 해 줘야 한다. 불안하니까 털 건 빨리 털고 가자. 만약 (사찰을) 했는데도 별 이상이 없으면 이상이 없다고 얘기해 달라”며 이 같이 요구했다.

이어 김제동은 “내용이 없지 않냐. 이름만 나와 있고. 그게 가장 불안한 거다”라며 “문건이라는 것이 제가 얘기했거나 제 집에서 발견된 게 아니니까 발견된 쪽에 있는 분들이 말씀을 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김제동은 또 “(사찰을) 했다, 안 했다는 걸 떠나서 내용을 얘기해주면 저도 따로 고소고발 같은 건 안 할테니 서로 서로 얘기 좀 하고 가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도 김제동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론 적지 않은 공포를 주변에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협박·압보다 사찰문건에 내용 없는 게 가장 무섭다
“무대 서기 무서워” “밤엔 약 없이 못자” 공포 호소

소설가 공지영씨는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제동, 몇 년 전부터 무대 올라가는 게 공포스럽다고 하더군요. 이해할 수 없었죠. 무대만 올라가면 신명 들리듯 웃기는 그가. 어제 (김제동이) ‘실은 그게 누군가 날 감시하고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혹시라도 말실수해서 끌려갈까봐. 약(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했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씨는 “김제동이 ‘무서워요’라는 말을 자주 하기에 예민하기 때문인 줄 알았죠. 그래요. 그토록 예민한 그를, 그냥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해서 장례식 사회를 보러가겠다는 그를, 친히 국정원에서 나서서 막았답니다. 대통령이 아니었던들 그가 노무현 장례식 사회를 마다  했을까요. 그 바보가 국정원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랬다고 암말도 못하고 혼자서…”라고 전했다.

공씨는 또 “솔직히 저라면, 조국 교수라면 경험도 있고 주변에 그런 경험을 가진 친구들도 있어 그리 겁내지 않았을 겁니다. 의논할 대상도 있었구요. 김제동, ‘혼자 대구서 보따리 싸가지고 올라와 얼떨결에 성공한 촌놈’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맘이 찢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 현정권
비판 목소리 봇물


한편,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제는 지쳐서, 차라리 국정원 말을 믿고 싶기까지 하다”라며 “그냥 우연히 직원 하나가 갑자기 김제동을 만나 사적으로 자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우발적으로 한 번 더 만나고 추도식 같은 거 사회보지 말라고 그러고 홀연히 떠났다는, 그 개인적인 만남을 믿고 싶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도 “아침신문에 김제동 관련 뉴스 보니 아주 가관이다”라며 “그렇게 쪼잔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가지고 정치, 경제를 한다고 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국정원 직원이 김제동을 두 번이나 찾아왔다. 왕팬인 모양이다”라며 “노 대통령 추모제 사회 못 보도록 하려고. 이런 사람들이 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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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