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도우미’로 전락한 선관위 ‘이중잣대’ 실태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4.02 1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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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엔 ‘무혐의’ 야당엔 ‘무리수’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4·11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행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정한 국민투표를 관장해야할 ‘심판’의 편파적인 태도 때문이다. 여당의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는 무혐의를, 야당의 선거법 위반 의혹에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더욱이 공명선거를 주도해야 할 선관위에 유권자와 정당이 공정성을 요구하는 주객전도의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다. 선거만 앞두면 ‘여당 도우미’로 전락하는 선관위의 ‘이중잣대’ 실태를 들여다봤다.

선관위 “박근혜-손수조 카퍼레이드는 선거법 위반 아냐”
전대미문 ‘디도스 테러’에 선관위 내부공모설 계속 불거져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갖가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몸살 앓는 새누리당에 선관위가 잇따라 ‘무혐의 처방전’을 내려준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에는 선거법 위반 의혹만으로도 가혹한 편파적 조처를 취하는 모양새라 비난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부산 사상 방문 당시 손수조 후보와 함께 차량 선루프를 통해 몸을 내밀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다. 게다가 박 위원장의 방문을 미리 방송으로 알리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당엔 ‘천사’
야당엔 ‘독사’

공직선거법 91조 3항은 ‘누구든지 자동차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55보믐 '자동차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나는 꼼수다’측은 타고 온 세단이 있었음에도 빌려온 차량에 올라타 박 위원장과 손 후보가 동시에 선루프로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었다는 것은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이 손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카퍼레이드를 연출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삽시간에 새누리당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대해 선관위는 통상적 정당활동이라는 유권해석으로 면죄부를 안겼다.

선관위 측은 지난달 28일 “여당 대표 자격으로 방문을 환영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행위는 위법 사안이 아니다”면서 “박 위원장이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고 차량에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선전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 후보는 또‘전세금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시비가 붙었다. 손 후보가 선거운동에 후원금과 당 지원금 등 1억5000만원 이상을 사용해 애초 발표한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에 야권에서는 손 후보의 선거비용 출처가 본인이 받은 월급이나 전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후보자가 사용할 선거비용에 대해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약속을 어긴 사실이 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표한 것은 어디까지나 공약, 즉 장래의 사실에 관한 내용이다”면서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가 아니므로 법리상 허위사실 공표죄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선관위는 최근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돈 봉투 살포 제보를 검찰에 통보하며 논란을 확대시켰다. 선관위는 손 고문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본 제보사안은 총선에 임박해 돈 봉투 사건이 제보된 점, 조사과정에서 범죄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나 진술이 확보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해 범죄의 혐의가 있을 경우에 취하는 수사의뢰 조치 대신 검찰에 수사자료를 송부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에 반하면
모두 선거법 위반?

이어 선관위는 “제보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동 사실이 공개될 경우 국회의원선거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아 제보 및 조사사실과 검찰에 통지한 사실에 대하여 보안을 유지했다”면서 “제보자가 언론과 접촉해 동 사건내용을 자세히 알리고,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검찰에 자료를 통지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함에 따라 서울시선관위는 그 사실을 확인해 줬을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야당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손수조 후보에게 면죄부를, 손학규 고문에게 무리수를 두며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선관위 결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현 정부 들어 보여 온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선관위는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서명운동에 선거법 위반 딱지를 붙인 바 있다. 두 가지 이슈가 정당 간 공약이 엇갈리는 선거쟁점이어서 이에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었다. 사실상 두 이슈는 모두 정부여당에게 불리한 이슈들이었다.

당시 누리꾼들은 국민이 특정 정책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로 선거가 있든 없든 간에 제한될 수 없는 기본권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에 불리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게 재갈을 물렸다.

선관위는 또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관련 홍보는 깡그리 금지하면서도 정부·여당의 4대강 홍보에 대해서는 문을 활짝 열어준 바 있다. 선관위 논리대로라면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은 전부 선거법 위반인 격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선관위는 SNS상에서 유권자들의 투표독려 행위인 ‘선거일 투표 인증샷’에도 제재를 가하며 정치적 편향 사례를 이어왔다. 특히 SNS상에서는 야당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이 몰려있고,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여당에 불리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졌다.

때문에 투표율을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투표율 제고를 원천봉쇄하면서까지 여당에 힘을 싣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공명선거에 앞장서야 할 선관위…계속 스캔들의 대상으로
4·11 총선 앞두고 주목받는 선관위 행보…이번엔 어떨까?

가장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전대미문의 ‘10?26 디도스 테러’에 선관위가 공조세력이라는 의혹이 따라붙은 것이다.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이 이른바 ‘선관위 내부 공모설’ 의혹이 불거진 것.

디도스 공격 자체만으로 선관위 홈페이지 가운데 투표소 안내 부분만 특정해 다운시킬 수 없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때문에 사건 직후 일부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선관위 서버 마비 상태는 외부에서의 해킹은 물론 내부 인사가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급기야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은 출범 이틀만인 지난달 28일 선관위와 서버관리업체 등 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디도스 공격 당일의 로그인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기존 경찰과 검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던 곳이다. 이는 특검팀이 디도스 테러 가담자는 물론, 의혹을 받고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수사를 확대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한 언론사에 보도된 LG엔시스 담당자의 폭로는 더욱 충격적이다. 내용인즉, 선관위 담당자가 디도스 방어를 효과적으로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다운이 디도스 때문이라는 언론플레이를 LG엔시스 쪽에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LG엔시스는 선관위가 요청한 이 같은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사이버테러와 관련해 토론회를 열자 “참석해 해명하라”는 요청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로선 토론회에서 LG엔시스 보고서에 대해 기술적으로 설명하며 원인이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책임 있게 말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LG엔시스 쪽에서 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선관위 쪽에서) 수차례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도둑이 제 발 저려서’라는 조롱과 함께 SNS를 중심으로 선관위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LG엔시스 폭로에
내부 공모설 점화

공명선거에 앞장서야 할 선관위가 계속해서 스캔들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외면하는 선관위의 행보에 여기저기서 ‘여당 도우미’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

때문에 이런 선관위를 두고 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민주주의의 적일뿐이며 계속해서 여당 도우미로 나설 경우 기관의 존립 자체가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최근 불법사찰 증거인멸 논란도 골목길마다 노동부 직원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선관위마저 편파적인 입장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는 양상이다.

때문에 정부 조직 전체가 공공성을 훼손하고 정부여당 승리에 총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4·11 총선에서 선관위의 엄정한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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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