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안방 예능 독식자’ 신동엽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20: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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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접수한 ‘국민MC’…안녕하시렵니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신동엽이 <강심장>의 새 MC를 맡게 됐다. 일찍이 <강심장>의 구원투수로 거론돼 왔던 그였다. 집단 토크쇼인 <강심장>의 성격상 전체 출연자를 이끌어가면서 순발력 있게 대화를 풀어가는 화술과 감각에서 신동엽이 최고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결정은 쉽지 않았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이었다. 신동엽은 고민을 거듭하다 최근에야 <강심장>의 새 MC직을 수락했다. 신동엽은 현재 다수의 프로그램을 맡아 최고의 ‘국민MC’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심장>의 MC로까지 나서게 되면서 안방 예능의 새로운 ‘독식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쁜 스케줄에 선뜻 결정 내리지 못하다 최종 합의
입담과 재치, 순발력에 연기력까지 갖춰 ‘완전무결’

신동엽이 <강심장> MC 이승기의 후임으로 투입, 앞서 MC직을 수락한 이동욱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지난해 9월 잠정은퇴를 선언하면서 하차한 강호동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신동엽은 <강심장> MC 제의를 받았으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유는 바쁜 스케줄 때문이었다. <강심장> 녹화 일정에 맞추려면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하차하거나 혹은 촬영 일정 변경의 양해를 얻을 수 있어야만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동엽은 제작진과 최종 조율을 마치고 지난 23일 합류를 결정했다.

대다수 시청자들
SNS 통해 반색

신동엽의 MC 발탁소식에 대다수 시청자들은 반색을 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각종 SNS를 통해 “이제 강심장 봐야겠다” “허를 찌르는 재치멘트, 살신성인 멘트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반응들은 그간 식상했던 <강심장>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도 볼 수 있다. <강심장>은 강호동 하차 이후 무게감이 없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심장>은 프로그램 제목에까지 강호동의 성씨가 들어갈 만큼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함께 진행하던 이승기가 급하게 수혈에 나서긴 했지만 그의 대체자는 되지 못했다.


신동엽은 일찍이 <강심장>의 구원투수로 거론돼 왔다. 제작진은 집단 토크쇼인 <강심장>의 성격상 전체 출연자를 이끌어가면서 순발력 있게 대화를 풀어가는 화술과 감각에서 신동엽이 최고 적임자라고 여겨 꾸준히 설득해 왔다.

실제 신동엽은 입담과 재치, 순발력에서는 어떤 MC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 말만 매끄럽게 잘 하는 게 아니라 예능에 적합한 이야기꾼이다. 또 진지하게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약간 깐족거리기도 하는 재간둥이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기술을 지녔다.

특히 일명 ‘섹드립’으로 통하는 선정적인 농담은 신동엽의 전매특허다. 이런 개그는 분위기를 어색하기 만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신동엽은 기분 나쁘지 않고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신동엽만이 구사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그러나 선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농도 짙은 유머다. 신동엽은 MC로서는 드물게 연기력까지 갖췄다. 과거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과 <헤이헤이헤이>에서 신동엽은 최고의 코믹연기를 보여줬다.

신동엽은 그간 많은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신동엽의 재치와 물 흐르는 듯한 진행은 강호동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진행을 보여주며 무게감을 더할 것이란 평가다.

신동엽은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출발했다. SBS 개국과 함께 데뷔 초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SBS가 신생 방송국이기 때문에 앞날에 대한 기대도, 걱정도 컸지만 무조건 열심히 했다. 덕분에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 끝에 2002년, 2003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위기는 1999년 찾아왔다. 대마초 사건으로 인해 승승장구 하던 시절을 마감하게 된 것. 신동엽은 당시에 대해 “당시 대마초가 크게 범법행위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변에 대마초를 하는 사람을 보면서 별 생각 없이 그랬던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동엽은 “사람이 눈에 뭐가 쓰일 때가 있다”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후회했다.

일찍이 <강심장>
구원투수로 거론


사건 후 신동엽은 방송 활동 재기에 성공,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던 지난 2005년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신동엽이 돌연 잘 나가던 방송을 접고 기획사를 차리면서다.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가 아닌, 3보 전진이라는 진일보한 전략이었다. 신동엽은 “솔직히 말해서 한 눈을 팔았다”며 “더 좋은 세상이 있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업을 위해 <해피투게더> 등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그만 뒀다. 신동엽은 “예능이 드라마나 가요 등에 비해 훨씬 힘든 것 같았다”며 “예능의 위상을 높이려 역량 있는 MC들을 모아 방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려 했다”고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오직 방송 하나로 승승장구 해오던 30대 청년에게 사업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인간관계와 금전문제가 복합적으로 그를 짓눌렀고, 손해를 줄이고자 시작한 신발 사업 역시 난관에 부딪쳤다.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이었다.

이에 대해 신동엽은 “이 터널이 언젠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터널이 아니라 땅굴이 아닐까 싶었다”며 “사업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고 했다. 신동엽은 이어 “밑에 금광, 금이 한가득 있다고 믿고 밑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금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었다”며 “조금 더 곡괭이질을 했으면 자칫 쓰레기 더미에 빠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결론 끝에 ‘사업가’ 타이틀을 내려놓고 개그맨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 리얼 버라이어티 바람이 방송가를 강타하면서 유재석, 강호동이 예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신동엽은 진행자와 게스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부진함을 보였다. 게스트의 말을 충분히 듣고 말하는 스타일이라 사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얼 예능에서는 효율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신동엽이 주춤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감각이 떨어졌다, 트렌드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신동엽은 늘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대마초·사업실패 등 시련 딛고 일어나 전성기 구가
특히 오디션 버라이어티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

그 끝에 신동엽은 매주 월요일 방송되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진행을 맡아 SBS <힐링캠프>와 1, 2위를 앞다투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KBS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또한 두 자리 시청률로 잘 이끌어내고 있다. 이 외에도 종합편성채널 JTBC <신동엽 김병만의 개구쟁이> 케이블채널 KBS Joy <더 체어 코리아2>의 진행 역시 맡아 위트 있으면서도 안정감 있는 진행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단 0.1%의 시청률에도 사활을 거는 예능 구도에서 동 시간대 1위를 연거푸 거머쥐자 신동엽의 내공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신동엽은 특히 오디션 버라이어티에서는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차별성은 참가자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이다. 신동엽은 그 긴장감을 순식간에 웃음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오디션 예능을 기계적으로 진행만 한다면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동엽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적재적소에 유머를 찔러넣어 <키앤크>와 <불후 2>를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재미있는 예능물로 만들어냈다.

신동엽이 변화무쌍한 예능 트렌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탁월한 ‘입담’에 있다. 기본적으로 말을 잘하는 진행자는 예능 트렌드가 바뀌어 일시적으로 뒤처질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살아나게 마련이다. 신동엽도 한물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기본적으로 말을 잘하면서도 재미있게 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인 데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진행 경험에서 터득한 순발력이라는 ‘원천 기술’을 지녔기 때문이다.

살아남을 수 있던
요인은 탁월한 ‘말발’

최근 신동엽의 활약상에 대해 방송가에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엽은 <강심장>의 MC로까지 나서게 됐다. 호랑이가 날개를 단 형국이다. 안방 예능의 ‘독식자’ 탄생을 예감해도 무리가 않을 정도다. 과연 신동엽은 <강심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큰 웃음을 줄까. 팬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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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