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최근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와 ‘BBK 대표이사 이명박’ 명함 등 ‘BBK관련 핵심 증거’를 제시해 파장을 몰고 온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다시 한 번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 20일 펴낸 ‘대한민국 대통령-재벌의 X파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라는 책에서 또 다시 폭로를 이어간 것이다. 이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향후 휘몰아칠 후폭풍에 정치권은 노심초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재산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 진술, 구체적으로 언급
“박근혜 언니, 미국집 불법매입해 다음해 한국정부에 매도” 폭로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총 9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 일가의 비밀을 다뤘다.
4부는 전임 노무현,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비밀을, 5부는 유신정권 2인자의 비밀을 싣고 있다.
6부와 7부는 SK 해외 비자금 5억 달러의 비밀을 입증하고, 미국에서 ‘마약 운반녀’로 화제를 뿌렸던 리제트 리가 ‘삼성 상속녀’라는 항간의 소문을 추적했다.
8부는 해외부동산 불법매입, 9부는 김병국 전 청와대 수석, 신한은행 100조원 사건, 대한항공-한진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전쟁물자 수송, FBI의 국정원 요원 추적 전말 등을 밝혔다.
331억이라더니?
안씨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김경준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MB 재산이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고 진술하는 등 MB재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공개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의하면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씨가 미국에서 진행된 주식회사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기술했다.
주식회사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회사로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회장인 회사다.
2007년 경선 때 이 대통령과 경쟁 관계였던 박근혜 당시 후보 측은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이며 주식회사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도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곡동 땅을 포함해 수도권 각지에 분포돼 있는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의 땅, 그리고 주식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세간에서는 김씨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7000억원으로 추정한 근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이 대통령의 재산 규모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2년차인 2009년 8월 331억원을 출연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 출연 전 이 대통령의 ‘2009년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은 356억9182만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11년 3월에는 ‘2010년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54억9600만원을 신고했다. 안씨가 7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액수다.
안씨는 책에서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일었던 다스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는 아닌가?’ 의심케 하는 증거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집사’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MB를 대리한다면서 지난 2002년 7월 에리카 김에게 팩스를 보내 다스 투자금 반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김백준이 자신이 다스를 대리한다며 장용훈 옵셔널벤처스 사장에게 접근해 미국소송에서 다스와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요구했었다. MB집사 김백준이 MB가 단 한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다스를 대리한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한 지난해 2월 김씨 측이 다스 측으로 140억 원을 송금한 사실이 공개된 배경도 밝혔다. 안씨는 “늘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으르렁거리던 김경준 측 변호인과 다스 측 변호인 사이에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옵셔널벤처스 변호인이 ‘아차, 뭔가 있구나’ 눈치를 채고 조사를 한 결과 140억 원 송금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재판부에 알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이 대통령과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씨는 “익명을 요구한 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리카 김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데다 결혼 뒤 남편의 성씨를 따르지 않은 것 등 두 가지가 이들 부부의 결정적 이혼사유였으며, MB와의 관계는 결정적 사유가 아니라 마이너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법원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에리카 김 남편이 2000년 말 500만달러 배상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사실은 이 판결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원인이었으며 MB와의 관계는 큰 변수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재벌과 군부가 불법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사들인 정황도 여럿 공개했다.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사실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고 소개하며 “특히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당시)의 언니 박재옥이 1976년 미국에 집을 구입했다가 그 다음해 이를 한국정부에 되팔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대통령 딸이 불법으로 미국 집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이 집을 한국정부에다 매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이 집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박정희 대통령의 피난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이 대통령의 사돈가인 효성이 미국 부동산을 불법 매입한 과정을 추적했다.
조 사장은 18살 때와 MB 직계가족이 된 이후인 2004년(하와이에 고급 콘도를 구입) 등 지금까지 모두 2차례 하와이 부동산을 불법 매입했고 어머니인 홍문자씨로부터도 불법 매입한 또 다른 하와이 부동산의 지분 일부를 19세 생일에 넘겨받아 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또 조 사장의 형 현식씨는 20세 때인 1990년 하와이에 단독주택을 불법 매입하는 등 조 사장 일가가 1990년 3채, 2004년 1채 등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하와이 부동산 4채를 불법 매입했다고 폭로했다.
안씨는 또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마약 운반녀’ 리제트 리의 재판 속기록을 입수해 “리제트 리 가족들이 미국법원에서 위증의 죄를 받겠다는 선서를 한 뒤 리제트 리의 할아버지가 이병철이라는 사실을 증언했고 리제트 리 할머니의 이름까지 밝혔다”고 말했다.
선거 앞두고 폭로
안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원 환치기 의혹이 제기되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미국에 나타났다는 내용도 담았다.
안씨는 “노정연 환치기 의혹이 2010년 9월12일 폭로되자, 사흘 뒤인 18일 권씨가 돌연 미국에 들어왔다”며 “권씨가 검찰수사를 우려해 미국으로 몸을 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6~2007년까지 노정연씨와 남편 곽상언 변호사의 실제 주소지는 미국 뉴저지 주 고급 빌라가 아닌 뉴욕 맨해튼의 12평짜리 원룸 스튜디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안씨의 책은 한국 사회에 예민한 사항들을 많이 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예민한 사항들이 대부분이라 선거정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여겨진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의 폭로에 청와대와 여권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