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노력하는 수재’ 한덕수 신임 한국무역협회장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2.29 1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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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전력 회장님 ‘무역업계 잘 어루만질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한국무역협회 제28대 회장에 선임됐다. 한 회장이 국제통상 전문가로서 한국경제 성장동력을 찾아 대내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게 무역협회가 밝힌 추대 배경. 선출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잡음이 있었지만 무역협회는 전혀 괘념치 않았다. 무역협회는 민간단체이지만 업무속성상 정부와 협조할 일이 많고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회장의 추대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협회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총리 출신의 한 회장이 수출증진을 위한 대정부 협상력을 크게 높여 주리란 것이다. 이처럼 협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덕수 신임회장.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서울대ㆍ하버드대 등 ‘초일류 엘리트 코스’
성실성, 일에 대한 열정 바탕으로 많은 결실

‘전형적인 모범생’ ‘뛰어난 균형감각의 소유자’ ‘일이 취미인 인물’. 이는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 제28대 회장에 선임된 한덕수 회장에 대한 평가다. 한마디로 ‘노력하는 수재’라는 것이다.

전북 전주 출생인 한 회장은 경기고ㆍ서울대 경제학과ㆍ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등 ‘초일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하고 경제기획원에서 출발했지만, 1982년 부처 간 교류 때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로 자리를 옮긴 것을 계기로 관료생활 대부분을 통상 분야에서 보냈다.

전형적인 모범생
일이 취미인 인물

한 회장은 성실성과 일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많은 결실을 이뤄냈다. 상공부 산업정책과정 시절에는 개별산업 육성법, 진흥법 등을 공업발전법으로 통폐합했다. 이로써 기존의 산업정책이 업종별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 입지?인력?자금?연구개발 등 기능별로 전환됐다.

이후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거쳐 DJ정권 시절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했다. 이 때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통상업무를 통합함으로써 일사불란한 통상업무 체계를 수립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원칙아래 다양한 정책들을 내놨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 역모기제도 활성화, 생계형 금융채무불이행자 대책, 서비스분야 경쟁력 강화 등과 관련된 방안들이 이 때 만들어지고 추진됐다.

한 회장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지금 넓은 들판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방에 앞장섰다.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실제로 FTA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미국의 의구심을 없애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바로 그였다.

이처럼 승승장구 해 온 한 회장이지만 길이 항상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경제부총리로서 지휘했던 8?31부동산종합대책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보완책을 추가로 만들어야 했다. 2000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중국과 벌였던 `마늘 협상'이 2002년 긴급수입제한조치 문제로 비화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일도 있었다.

한 회장은 꼼꼼한 일처리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조정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 회장의 빈틈없는 일처리에 대해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해찬 전 총리도 인정할 정도다. 분권형 국정운영 도입 이후 국무조정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잡음없이 부처 업무를 총괄 조정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총리로부터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또 복잡한 사안을 아주 알기 쉽게 전달하는 한 회장의 브리핑 능력은 관가에 널리 알려져 있다. 부하직원에게도 치밀한 보고서를 요구하며,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퇴짜를 놓는다는 후문이다.

한 회장은 또 빼어난 영어실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인이 자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는 지금도 모르는 단어나 좋은 문장이 눈에 띄면 메모하고 암기한다. 2001년 OECD대사 시절 외환위기 극복 모델로 한국형과 말레이시아형 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을 때 20여분에 걸친 논리적인 영어연설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 토론을 곧바로 끝냈을 정도다. 한미자동차 협상 당시 유창한 영어와 치밀한 자료준비에 미국 대표들이 “다음부터 저 사람은 협상테이블에서 빼주었으면 좋겠다”며 혀를 내두른 것도 유명한 일화다.

대인관계에서 세련되고 절제된 모습이며 항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기존 고위관료들의 ‘권위적 카리스마형’과는 거리가 있다. 권위주의적 통제보다 전문적 식견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한 뒤 정책으로 추진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중시한다.

낙하산 반발에도
무시하고 강행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농림부·환경부·산자부 등 경제부처 실무진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복잡한 사안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정치적이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당수 고위층과는 달리 술수가 없고 소박·진솔·담백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통솔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눈에 띄는 이력과 능력의 소유자인 한 회장이지만 무역협회장에 선임되기까지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역업계 일각의 반발 때문이었다. 국무총리와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 낙하산 방식으로 무역협회 수장 자리를 꿰차는 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국무역인연합(전무련)은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순수민간단체인 무역협회에 언제까지 정권 측근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전무련은 “그동안 정부는 무역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무역협회에 퇴직 관료 출신의 낙하산 회장을 끊임없이 내려 보냈다”며 “무역협회가 무역업계를 위한 대변자 역할은 하지 못한 채 정권 입맛만 맞춰왔다”고 꼬집었다. 전무련은 또 올 연말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한 신임회장이 1년 임기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련되고 절제된 대인관계…‘수평적 리더십’
꼼꼼한 일처리 조정능력 정평…영어도 수준급

그러나 무역협회는 관 출신 인사가 무역업계를 대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의 본 업무가 정부 정책 조율 등 굵직한 업무인 만큼 관 출신이 오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얘기다.

무역협회는 “지난 17일 열린 무역협회 회장단회의에서 회장단 30명 가운데 20명이 한 회장을 신임회장으로 추대했다”며 “무전련이 총회에서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겠지만 한 회장 취임을 철회할 수 있는 구속력은 없다”며 예정대로 취임을 강행했다.

그리고 한 회장은 지난달 2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무협호의 키를 잡게 됐다. 이로써  향후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 한 회장은 민주통합당 등 한·미 FTA를 반대하는 세력에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FTA바로알기 운동’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회장은 “전 정권에서 총리를 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한·미FTA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미FTA를) 반대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실에 근거해 설득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세계의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좁은 국내 시장과 부존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국민의 생활수준과 복지 향상을 위해선 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개방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한 회장은 “무역업계가 활동할 수 있는 넓은 시장을 확보해 나가야하는데 FTA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FTA 이행 과정에서 원산지증명 등 수출 기업들이 당면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FTA 바로알기 운동을 핵심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애로 해소
대정부 협상력 발휘

한 회장은 또 중소 무역업계 경쟁력 강화와 무역인프라 구축에 협회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유관기관과 정책적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 회장은 “무역업계의 애로사항 파악과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개선하고 무역 현장을 자주 방문 하겠다”며 “이제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넘어 세계 9위 무역대국에 걸 맞는 시장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무역협회는 한 신임회장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남덕우 전 총리에 이어 7년만에 국무총리를 역임한 인물이 회장에 취임함에 따라 무역업계의 애로해소 및 수출증진을 위한 대정부 협상력이 크게 높아지리란 기대감에서다. 한 회장은 과연 무역협회의 이 같은 기대에 적극 부응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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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