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에 임명됐다. 당내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정 위원장은 검사 재임 시절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성품과 쇄신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다. 새누리당은 정 위원장이 원칙에 입각한 공천을 해줄 것이라고 단단히 믿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정 위원장이 나라를 위해 쓴잔도 마다치 않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새누리당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강직한 성품으로 원칙 입각한 공천 기대한다”
검사 재임 시절 내부 개혁과 쇄신에 솔선수범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4·11 총선 새누리당 공천심사를 이끌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공천위) 위원장으로 지난달 31일 임명됐다. 정 위원장은 당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의를 받고 고사했지만 거듭된 요청에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정 위원장과 개인적 인연은 없으나 많은 사람의 추천을 받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거듭 요청에 수락
새누리당이 정 위원장을 공추위원장에 임명한 배경은 검사 재임 시절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성품과 개혁과 쇄신에 솔선수범했던 점 때문으로 전해졌다.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 위원장의 임명배경에 대해 “취약계층을 위한 법률구조와 법률서비스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중앙선관위 메니페스토 제도를 도입했다”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성품으로, 중앙선관위에서의 경험을 살려 철두철미하게 원칙에 입각한 공천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라를 위해 쓴잔도 마실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감히 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MB 정부 실세 용퇴론’에 대해 정 위원장은 “그런 점이야말로 공천위에서 논의해야 할 점”이라고 전했다.
현역 물갈이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결론을 지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박 위원장이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고강도 인적쇄신을 암시했다.
공천심사 원칙과 관련해서는 “지도자가 될 사람은 개인의 영달보다 국민의 복리와 영달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출세를 위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19대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단호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천위원 전원 불출마 선언’까지 고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본인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회전문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또 “박 위원장에게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은 일주일쯤 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추위원장 임명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박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탈정치’ 개혁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이 현실 정치에 경험이 없는 점을 두고 ‘정치 실험’에 가깝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사범학교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정 위원장은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광주와 부산지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30년 검찰 외길을 걸어온 정 위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1982년에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을 수사했고 대검 중수3과장 재직 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해커를 적발했다.
‘대도’ 조세형 탈주사건을 비롯해 명성사건, 수서지구 택지공급 비리사건, 안기부 배후조정 북풍사건 등 권력형 비리를 수사 지휘해 공정하고 강직하다는 세간의 평을 들었다.
서울지검 특별범죄수사본부 시절, 의정부지원 판사비리 사건과 관련 변호사들로부터 수백만원을 받는 등 금품 및 향응을 제공 받은 판사 15명에 대해 대법원에 명단을 통보해 중징계를 요청했다. 광주지검 검사장으로 재직 시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음란사이트 사냥대회’를 전국 최초로 열어 ‘사이버공간의 오염실태’를 알리기도 했다.
또 울산지청장 재직 시에는 전국 최초로 ‘민원 후견제도’를 창안해 시행했고 대검 감찰부장 재직 시에는 ‘검찰 낮술 금지’를 실시하는 등 내부 개혁과 쇄신에 솔선수범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재직 중에는 매니페스토 선거운동 방식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
퇴임 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대형 로펌 로고스 소속 고문변호사로 지내다 지난 2008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돼 지난해 6월까지 일했다. 공단이 ‘친서민 법률복지기관’으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