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강남 신(新)재벌타운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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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널린 ‘로열패밀리 아방궁’ 찾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신(新)재벌타운’이 포착됐다. 30세대에 불과한 이 빌라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일가가 대거 살고 있다. 특히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매입한 오너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상위 0.1%’ VIP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현대판 아방궁’엔 누가 살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입소문
오너일가 대거 거주…전체 소유주 70% 유명 기업인

‘재벌 타운’ 하면 가장 먼저 한남동이 떠오른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부촌인 한남동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이는 ‘상위 1%’ 재벌들이 앞 다퉈 둥지를 트는 이유다. 한남동은 ‘배산임수’와 ‘영구음수’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입지로, 한강물이 감싸고도는 데다 남산에서 서빙고동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품어 안고 있는 형국이란 게 풍수가들의 전언. 때문에 집집마다 대대손손 재물이 가득 쌓이는 터라고 한다.

강북서 ‘남으로 남으로’
강남권 이주 재벌 2배↑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부촌 지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하나둘 ‘남으로, 남으로’ 남하를 하더니 강남에 이삿짐을 푸는 재벌들이 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대 재벌그룹 총수일가 391명의 주거지를 알아보니 71명의 주소가 변경됐는데, 이중 44%(31명)가 서울 강남권으로 이주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딜까.

당연히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를 비롯해 삼성동 ‘아펠바움’과 ‘아이파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상위 0.1%’ 주택들이다. 이들 ‘현대판 아방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평가되는 만큼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재벌 뉴타운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부동산 전문가는 “재벌가 사람들이 새 둥지를 튼 곳은 서초동, 삼성동, 청담동, 도곡동 등 강남에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및 빌라”라며 “이 지역은 지난 5년 사이에 재벌의 거주가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도 숨어있다. 그중 한곳이 바로 A빌라다. 이 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카일룸, 타워팰리스 못지않은 신(新)재벌타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A빌라 전체 소유주들을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유명한 기업인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A빌라는 2개동에 각각 14가구, 16가구씩 총 30가구로 이뤄져있다. 한 세대당 230∼240㎡(약 70여평) 규모다. 이 빌라는 흔히 말하는 ‘대형 초호화’는 아니지만,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은 명예회장·함영준 회장 2채 보유
‘현대·GS가 3세’ 정일선·허세홍도 매입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A빌라 소유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일가는 7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오너 또는 그 가족들이다. 여기에 ‘잘나가는’ 중견기업인 11명까지 더하면 30가구 중 무려 20가구(2명 2채 소유)가 재계 인사들이 주인인 셈이다.

우선 신세계그룹 일가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정재은 명예회장.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 명예회장은 A빌라에 2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 12월 A빌라가 신축되기도 전 매입한데 이어 2003년 3월 추가로 사들였다. 정 명예회장이 소유한 집은 아래 위층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재 한남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등기돼 있다. 이 한남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이 회장 명의다. 1967년 이 회장과 결혼한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재산이 A빌라뿐이다. 한남동에도 이 회장과 두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의 집만 있다. A빌라 인근의 청담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이들 3명 소유의 부지와 건물만 있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9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도 모두 자녀에게 증여해 개인재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가 A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층 구조의 A빌라 맨 꼭대기 층은 ‘애경 황태자’가 쥐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1년 2월 시행사로부터 이 빌라를 매입했다. 당초 모친 장영신 회장과 지분 1/2씩 나눠 사들였다가 2006년 8월 장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개인소유가 됐다. 채 총괄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두 동생인 채동석 부회장·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채 사장은 요즘 한창 말 많은 방송인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현대가 3세도 A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은 2002년 9월 이 집을 구입해 이사했다. 정 사장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의 장남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과 사촌지간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 정대선 비에스앤씨 사장의 형인 그는 19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와 결혼했다.

정 사장이 사는 집 바로 위층엔 장인 구 회장이 거주하고 있다. 구 회장도 정 사장과 같은 날 A빌라를 매입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 회장은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과 형제다.

GS가 3세도 A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집주인은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 전무는 2003년 2월 매매로 빌라 소유권을 확보했다. 1969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34세 때 매입한 셈이다.

허 전무는 1992년 오사카전기에 입사해 IBM과 쉐브론에서 근무하다 2007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줄곧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초 국내로 돌아와서도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으로 일하며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현 거주지는 수원시 장안구 모 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30가구 중 20가구
기업인이 ‘집주인’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는 A빌라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올해 82세인 함 창업주는 2003년 4월 이 빌라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삿짐을 싸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함 창업주는 2010년 3월 외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 바통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함 창업주 자택의 윗윗집 소유주는 함 회장이다. 함 회장은 2008년 5월 김모씨로부터 A빌라 2개호를 통째로 매입했다. 그러나 함 회장은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 식구들과 지내고 있다.

A빌라엔 세간의 이목을 끌만 한 기업인들도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도 A빌라 주민이다. 그는 팬택 전성기인 2001년 2월 빌라를 매입해 3개월 뒤 강서구 등촌동에서 이사했다. 당시 부인 김봉진씨와 공동명의로 사들였다가 팬택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직전인 2006년 6월 자신의 지분을 모두 김씨에게 증여했다. 박 부회장은 그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팬택을 다시 맡아 지난해 말 기사회생시킨 ‘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박원호 디아이 회장이다. 디아이는 1955년 설립된 반도체 종합장비 제조업체로,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 오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가수 싸이(본면 박재상)의 부친으로 더 유명하다. 부인 김영희씨는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프티시즌스 사장. 박 회장은 2000년 4월 A빌라를 매입, 2002년 1월 이곳으로 전거했다.

세 번째 인물은 박인철 리한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6년 5월부터 거주하고 있는 A빌라를 유명 여배우에게 샀다. 원래 소유자는 ‘월드스타’강수연씨. 박 회장은 2005년 11월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설정을 통해 강씨의 집을 매입했다. 리한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연매출이 600억원에 달한다.

절반가량 다른 주소지 거주
단순 투자목적 가능성 높아
막대한 차익 거둬 ‘돈방석’

중견기업 오너들도 A빌라에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다.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은 2000년 10월 빌라를 매입해 현재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과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각각 2000년 11월, 2001년 11월 빌라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이 빌라가 아닌 인근 아파트와 다른 빌라에서 살고 있다.


이외에 ▲박유상 동국실업 회장(2001년 10월 매입) ▲안의환 전진중공업 회장(2011년 11월 매입) ▲류방희 풍산건설 회장(2002년 7월 매입) ▲황선태 덴소풍성 회장(2001년 3월 매입) ▲주해성 에스피컴텍 회장(2003년 4월 매입) 등도 A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담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A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타워팰리스 못지 않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오너일가가 소유해 ‘그들만의 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유명 재계인사 명의의 가구가 20세대에 이를 정도로 많고, 전체 비율로 따지면 60%가 넘어 VIP 부동산 시장에선 신 재벌 타운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A빌라에 실제로 거주하는 재계 인사들이 적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 A빌라를 소유한 18명의 실거주지를 보면 10명은 빌라에 살고 있지만, 나머지 8명의 경우 전혀 다른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은 명예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허세홍 전무, 함영준 회장, 우석형 회장, 백승호 회장, 박유상 회장, 안의환 회장 등이다. 이들의 매입 시기도 빌라 준공 전이나 직후인 2000년대 초중반에 몰려있어 차익을 노린 투자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이 빌라의 가격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냐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A빌라에 투자한 오너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 빌라 부지의 공시지가는 단위면적(㎡)당 2000년 1월 160만원대에서 지난해 1월 860만원으로 올랐다. 10년 만에 약 5배 이상 뛴 것이다. 지난해 1월 기준 정부가 산정한 A빌라의 공동주택가격은 호당 20억∼2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A빌라는 건축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청담동 중심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 따르면 매매가는 대략 30억원(호당) 안팎으로 추정된다. 결국 단순 계산상으로 2000∼2002년 A빌라를 매입한 오너들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머쥔 셈이다.

10년 만에 5배 올라
 실거래가는…‘대박’

한 중개업자는 “A빌라는 청담동 중심에 있어 그야말로 ‘황금빌라’라 할 수 있다”며 “얼마 전 이 빌라와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라가 3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최근 삼성, 신세계, 대상 등 대기업 오너일가가 청담동 일대 부지와 빌딩을 경쟁적으로 잇달아 매수하고 있다”며 “왜 그러겠는가. 일부에선 청담동 땅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가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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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