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강남 신(新)재벌타운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0:27:03
  • 댓글 0개

회장님 널린 ‘로열패밀리 아방궁’ 찾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신(新)재벌타운’이 포착됐다. 30세대에 불과한 이 빌라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일가가 대거 살고 있다. 특히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매입한 오너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상위 0.1%’ VIP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현대판 아방궁’엔 누가 살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입소문
오너일가 대거 거주…전체 소유주 70% 유명 기업인

‘재벌 타운’ 하면 가장 먼저 한남동이 떠오른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부촌인 한남동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이는 ‘상위 1%’ 재벌들이 앞 다퉈 둥지를 트는 이유다. 한남동은 ‘배산임수’와 ‘영구음수’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입지로, 한강물이 감싸고도는 데다 남산에서 서빙고동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품어 안고 있는 형국이란 게 풍수가들의 전언. 때문에 집집마다 대대손손 재물이 가득 쌓이는 터라고 한다.

강북서 ‘남으로 남으로’
강남권 이주 재벌 2배↑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부촌 지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하나둘 ‘남으로, 남으로’ 남하를 하더니 강남에 이삿짐을 푸는 재벌들이 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대 재벌그룹 총수일가 391명의 주거지를 알아보니 71명의 주소가 변경됐는데, 이중 44%(31명)가 서울 강남권으로 이주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딜까.

당연히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를 비롯해 삼성동 ‘아펠바움’과 ‘아이파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상위 0.1%’ 주택들이다. 이들 ‘현대판 아방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평가되는 만큼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재벌 뉴타운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부동산 전문가는 “재벌가 사람들이 새 둥지를 튼 곳은 서초동, 삼성동, 청담동, 도곡동 등 강남에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및 빌라”라며 “이 지역은 지난 5년 사이에 재벌의 거주가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도 숨어있다. 그중 한곳이 바로 A빌라다. 이 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카일룸, 타워팰리스 못지않은 신(新)재벌타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A빌라 전체 소유주들을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유명한 기업인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A빌라는 2개동에 각각 14가구, 16가구씩 총 30가구로 이뤄져있다. 한 세대당 230∼240㎡(약 70여평) 규모다. 이 빌라는 흔히 말하는 ‘대형 초호화’는 아니지만,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은 명예회장·함영준 회장 2채 보유
‘현대·GS가 3세’ 정일선·허세홍도 매입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A빌라 소유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일가는 7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오너 또는 그 가족들이다. 여기에 ‘잘나가는’ 중견기업인 11명까지 더하면 30가구 중 무려 20가구(2명 2채 소유)가 재계 인사들이 주인인 셈이다.

우선 신세계그룹 일가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정재은 명예회장.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 명예회장은 A빌라에 2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 12월 A빌라가 신축되기도 전 매입한데 이어 2003년 3월 추가로 사들였다. 정 명예회장이 소유한 집은 아래 위층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재 한남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등기돼 있다. 이 한남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이 회장 명의다. 1967년 이 회장과 결혼한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재산이 A빌라뿐이다. 한남동에도 이 회장과 두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의 집만 있다. A빌라 인근의 청담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이들 3명 소유의 부지와 건물만 있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9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도 모두 자녀에게 증여해 개인재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가 A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층 구조의 A빌라 맨 꼭대기 층은 ‘애경 황태자’가 쥐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1년 2월 시행사로부터 이 빌라를 매입했다. 당초 모친 장영신 회장과 지분 1/2씩 나눠 사들였다가 2006년 8월 장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개인소유가 됐다. 채 총괄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두 동생인 채동석 부회장·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채 사장은 요즘 한창 말 많은 방송인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현대가 3세도 A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은 2002년 9월 이 집을 구입해 이사했다. 정 사장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의 장남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과 사촌지간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 정대선 비에스앤씨 사장의 형인 그는 19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와 결혼했다.

정 사장이 사는 집 바로 위층엔 장인 구 회장이 거주하고 있다. 구 회장도 정 사장과 같은 날 A빌라를 매입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 회장은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과 형제다.

GS가 3세도 A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집주인은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 전무는 2003년 2월 매매로 빌라 소유권을 확보했다. 1969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34세 때 매입한 셈이다.

허 전무는 1992년 오사카전기에 입사해 IBM과 쉐브론에서 근무하다 2007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줄곧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초 국내로 돌아와서도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으로 일하며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현 거주지는 수원시 장안구 모 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30가구 중 20가구
기업인이 ‘집주인’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는 A빌라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올해 82세인 함 창업주는 2003년 4월 이 빌라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삿짐을 싸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함 창업주는 2010년 3월 외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 바통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함 창업주 자택의 윗윗집 소유주는 함 회장이다. 함 회장은 2008년 5월 김모씨로부터 A빌라 2개호를 통째로 매입했다. 그러나 함 회장은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 식구들과 지내고 있다.

A빌라엔 세간의 이목을 끌만 한 기업인들도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도 A빌라 주민이다. 그는 팬택 전성기인 2001년 2월 빌라를 매입해 3개월 뒤 강서구 등촌동에서 이사했다. 당시 부인 김봉진씨와 공동명의로 사들였다가 팬택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직전인 2006년 6월 자신의 지분을 모두 김씨에게 증여했다. 박 부회장은 그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팬택을 다시 맡아 지난해 말 기사회생시킨 ‘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박원호 디아이 회장이다. 디아이는 1955년 설립된 반도체 종합장비 제조업체로,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 오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가수 싸이(본면 박재상)의 부친으로 더 유명하다. 부인 김영희씨는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프티시즌스 사장. 박 회장은 2000년 4월 A빌라를 매입, 2002년 1월 이곳으로 전거했다.

세 번째 인물은 박인철 리한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6년 5월부터 거주하고 있는 A빌라를 유명 여배우에게 샀다. 원래 소유자는 ‘월드스타’강수연씨. 박 회장은 2005년 11월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설정을 통해 강씨의 집을 매입했다. 리한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연매출이 600억원에 달한다.

절반가량 다른 주소지 거주
단순 투자목적 가능성 높아
막대한 차익 거둬 ‘돈방석’

중견기업 오너들도 A빌라에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다.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은 2000년 10월 빌라를 매입해 현재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과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각각 2000년 11월, 2001년 11월 빌라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이 빌라가 아닌 인근 아파트와 다른 빌라에서 살고 있다.


이외에 ▲박유상 동국실업 회장(2001년 10월 매입) ▲안의환 전진중공업 회장(2011년 11월 매입) ▲류방희 풍산건설 회장(2002년 7월 매입) ▲황선태 덴소풍성 회장(2001년 3월 매입) ▲주해성 에스피컴텍 회장(2003년 4월 매입) 등도 A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담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A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타워팰리스 못지 않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오너일가가 소유해 ‘그들만의 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유명 재계인사 명의의 가구가 20세대에 이를 정도로 많고, 전체 비율로 따지면 60%가 넘어 VIP 부동산 시장에선 신 재벌 타운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A빌라에 실제로 거주하는 재계 인사들이 적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 A빌라를 소유한 18명의 실거주지를 보면 10명은 빌라에 살고 있지만, 나머지 8명의 경우 전혀 다른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은 명예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허세홍 전무, 함영준 회장, 우석형 회장, 백승호 회장, 박유상 회장, 안의환 회장 등이다. 이들의 매입 시기도 빌라 준공 전이나 직후인 2000년대 초중반에 몰려있어 차익을 노린 투자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이 빌라의 가격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냐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A빌라에 투자한 오너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 빌라 부지의 공시지가는 단위면적(㎡)당 2000년 1월 160만원대에서 지난해 1월 860만원으로 올랐다. 10년 만에 약 5배 이상 뛴 것이다. 지난해 1월 기준 정부가 산정한 A빌라의 공동주택가격은 호당 20억∼2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A빌라는 건축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청담동 중심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 따르면 매매가는 대략 30억원(호당) 안팎으로 추정된다. 결국 단순 계산상으로 2000∼2002년 A빌라를 매입한 오너들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머쥔 셈이다.

10년 만에 5배 올라
 실거래가는…‘대박’

한 중개업자는 “A빌라는 청담동 중심에 있어 그야말로 ‘황금빌라’라 할 수 있다”며 “얼마 전 이 빌라와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라가 3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최근 삼성, 신세계, 대상 등 대기업 오너일가가 청담동 일대 부지와 빌딩을 경쟁적으로 잇달아 매수하고 있다”며 “왜 그러겠는가. 일부에선 청담동 땅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가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