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혹 키맨’ 김원홍(전 SK해운 고문) 실체 추적

역술인? 무속인? “다 지어낸 헛소문”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검찰의 SK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의혹 중심에 있는 ‘키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열쇠를 쥔 핵심인물이 바로 김원홍씨다. 김씨는 실마리를 풀 ‘중간고리’로 지목되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 정체 또한 불명하다. 이쯤 되니 ‘역술인이다, 무속인이다’하는 미확인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그는 누구일까.

‘판도라의 상자’ 열쇠 쥔 정체불명 미스터리맨 
정확한 신분 두고 설왕설래…미확인 루머 난무

SK 수사의 ‘키맨’으로 떠오른 김원홍씨 실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유수의 언론들은 김씨를 역술인 또는 무속인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SK일가 선물투자의 대리인이자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한 자금 조성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SK그룹 18개 계열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500억원 상당이 돈세탁을 거쳐 김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빼돌려진 자금이 김씨에게 건너간 만큼 김씨가 이번 사건을 푸는 ‘열쇠’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누구일까.

자금 조성 핵심인물
철저히 베일에 싸여

그는 철저히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맨’이다. 다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김씨의 간단한 이력만 확인이 가능하다. 김씨는 경북 경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출신 대학은 불분명하다. 한때 모 증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SK해운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보험판매 전문회사의 지분 12.95%를 보유한 3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2007년 보험 판매업을 전문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생명·손해보험 상품 판매, 부동산 및 상조 컨설팅, 대출, 금융자문 컨설팅 등을 한다. 자본금 100억원 규모이며, 지난해 10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중국에서 투자회사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까지가 그에 대해 알려진 전부다. 상세한 이력은 물론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 일체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인터넷에서 기본 정보조차 찾기 힘들다. 재계 인사들 사이에선 “김원홍이 누군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 SK 직원도 “한때 SK해운 고문직을 맡았지만 지금은 무관해 그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워낙 베일에 꽁꽁 싸여있다 보니 김씨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정확한 신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것. 특히 ‘역술인이다, 무속인이다’하는 미확인 소문까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SK일가의 선물투자를 사실상 전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무속인”이라고 밝혔다. 이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썼고, SK일가가 무속인의 자문을 받아 선물에 투자했다는 추정이 이어졌다. 일반인들은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고작 무속인의 말만 듣고 선뜻 수천억원의 거액을 투자할 수 있냐는 의문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회장님-무속인’관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씨가 무속인이란 근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학을 공부한 역술인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무속·역술인 관련 협·단체들은 모두 ‘김원홍’이란 이름으로 가입하거나 소속된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무속협회 관계자는 “전국의 회원 명단에서 김씨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며 “게다가 신들린 무속인이면 내림굿 등을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무속인들 사이에서 다 알게 되는데 (김씨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한 역술인도 “(김씨는) 일단 역술인 명부에 등록돼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도 누군지 모른다. 한 번도 못 들어 봤다”고 고개를 저었다.

SK 측도 김씨가 역술인이나 무속인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소설이란 것이다. 회사 한 임원은 “총수일가와 김씨가 지인관계인 것은 맞지만, 김씨를 역술인 또는 무속인으로 알고 교류했던 것은 절대로 아닐 것”이라며 “김씨의 말만 듣고 투자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금융전문가로 명성
고수익 투자 출중

국내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경제를 전공한 오너들이 무속·역술인과 교류는 물론 조언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더구나 최태원 회장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3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경영계획을 짜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왜냐면 3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측이 아니라 바람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도 SK일가가 무속·역술인과 교류하거나 조언을 받았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SK 수사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많은 언론들과 정보기관 등에서 김씨의 역술인 행보를 추적했으나 지금까지 전혀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가 역술인이다, 무속인이란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으로 활동했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김씨가 졸지에 무속인이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 금융전문가로서 김씨의 투자 실력이 출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족집게’, ‘도사’, ‘점쟁이’등의 별칭이 붙게 됐고, 이 말이 와전돼 무속인 또는 역술인으로 불린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장 유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는 증권사에 근무할 당시 고수익을 내는 금융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고졸 출신으로 증권사에 발을 들여놓은 것 자체가 그의 실력을 가늠케 한다. 증권사를 그만두고선 강남 재력가들의 재산을 불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 고문 등 SK와 인연을 맺은 것도 김씨의 투자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무속인 전혀 근거 없어 “역술인도 아니다” 확인
“점쟁이 말만 듣고 거액 투자?…글로벌 오너가 그럴리 없다!”

일각에선 음해 세력의 고의적인 유언비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SK와 그 일가를 흠집내기 위해 ‘김원홍=역술인’, ‘최태원+역술인’이란 루머를 악의적으로 시중에 퍼뜨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증권가엔 SK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최 회장과 역술인의 관계가 회자된 바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연말과 올초에 걸쳐 SK일가와 무속인이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파다했다”며 “최 회장이 선물 투자로 손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김씨가 소문 속 무속인으로 등장했고, 이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의 점괘에 따라 SK일가가 베팅했다는 설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이에 SK 측은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온갖 루머가 다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음해 세력의 유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특정한 의도로 음해성 괴담을 퍼뜨렸다면 그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검찰의 입장은 어떨까. 당초 김씨가 무속인이라고 밝혔던 검찰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 더 이상 김씨의 실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김씨가 무속인인지 역술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SK 수사 결과가 나오면 김씨의 실체와 역할 등도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무슨 의도로?”
고의적인 유언비어

김씨를 SK 의혹 중심에 있는 ‘키맨’으로 지목했던 검찰은 어찌된 일인지 김씨 수사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 회장 형제를 소환해 조사를 마쳤지만, 수사 초기인 지난 3월 출국한 뒤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김씨를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 입국을 권유할 뿐 범죄인 인도청구 등 강제송환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직접 조사가 없어도 최 회장 형제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차질이 없다는 입장. 그러나 검찰 주변에선 선물투자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씨를 건너뛰고 최 회장 형제부터 불러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검찰이 SK 사건을 띄우기 위해 언론플레이 차원에서 이번 수사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김씨를 무속인으로 둔갑시켜 이슈화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