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제왕’ 주병진의 귀환

12년 만에 돌아와 ‘절대 입담’ 보여줄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토크쇼의 제왕’ 주병진이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주인으로 돌아왔다. 온갖 구설에 시달리며 방송가를 떠난 지 장장 12년만이다. 연예인은 물론 사업가로도 화려한 삶을 살다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주병진. 그 간의 상처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는 그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방송인이라서 받은 눈총 방송으로 씻어내겠다’  주병진의 지난날과 오늘을 따라가 봤다.

<토크콘서트>서 ‘정통 토크쇼’ 선보일 예정
연예인은 물론 사업가로도 화려한 삶 살아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시 MBC드림센터 다목적홀에서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병진, 권석 CP, 최현정 아나운서, 안인배 콘엔미디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주병진은 오랜만에 여는 기자간담회에 다소 위축된 듯 보였지만 금방 안정을 되찾고 조리 있게 질문에 답을 하는 등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였다.

다소 위축된 모습
금방 안정 ‘베테랑’

자신을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엔 책임감이 따른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병진은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결정적인 동기에 대해 “12년 동안 냉동상태로 지내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방법을 생각했다.

총 네 가지 방법을 생각했는데 첫 번째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활동하는 것이었고, 마지막으로 편안하게 생을 끊는 방법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고심 끝에 그는 결국 방송활동을 돌파구로 정했다. 그리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젊은 시절 못지않은 얼굴과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주병진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을 다졌다. 주변에서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방송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꿈이 다시 생긴 것 같다. 12년의 세월동안 멈춰있었는데,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쉬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주병진은 이번 <주병진 토크콘서트>에서 ‘정통 토크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긴 세월동안 방송환경은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바뀌었다. 주류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십분 살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는 게 주병진의 계획이다.

주병진은 “제 생각에 몇 년 사이에 오락프로그램이 자극적인 쪽으로 치우친 것 같다. 그런 프로그램도 공존이라는 단어 안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 프로그램이 등장해 균형을 맞춰 시청자에게 균형 잡힌 시청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게스트들이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병진과 최현정 아나운서는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예정이다.
 
기존 변칙 토크쇼의 틀에서 벗어나 시청자와 관객이 감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주병진은 “기존 연예인 뿐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등 명사들과 일반인 중에서도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분들을 모실 예정이다. 누구든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명사가 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작사가 거는 기대도 대단했다. 사회자와 프로그램의 계약기간은 통상 6개월이지만 주병진은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외주제작사 코엔의 안인배 대표는 “주병진씨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겸손함을 보이셨는데, 제작진은 아니다. 6개월 정도만 지나면 타 방송국 프로그램과 어깨를 나란히 할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주병진의 첫 녹화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주병진은 녹화직전까지 자신을 믿지 못했지만 녹화가 진행될수록 예전 실력을 발휘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주병진씨가 처음엔 녹화에 대해 부담감이 컸는데, 시간이 갈수록 매끄러운 진행 실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주병진은 지난 1977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래 1980~90년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주병진의 나이트 쇼> <주병진의 데이트 라인> 등을 통해 ‘국민 MC’로 활약을 펼치며 ‘개그계의 신사’로 큰 인기를 모았다.

또 ‘연예인 사업가 1호’인 주병진은 속옷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을 설립, ‘보디가드’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고 연 매출 1200억대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예인은 물론 사업가로도 화려한 삶을 살았던 주병진. 그의 인생에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병진은 한 여대생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연예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자타공인 방송계의 신사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었다. 주병진에겐 결코 지울 수 없는 불미스럽고 절망적인 사건이었다.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 
동료들의 도움 ‘큰 힘’

1심 공판에서 주병진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와 관련, 주병진은 “그 때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론은 ‘마녀사냥’식으로 사건을 몰아갔고 숨조차 쉴 수 없는 날들이었다”라고 떠올렸다.
 
누군가 주병진에게 도움이 되려 해도 그 사실만으로 뭇매를 맞던 때였다. 특히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며 잔인한 활자들로 집중폭격을 맞았다. 아무리 진실을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때 주병진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코미디언 동료인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사방으로 뛰었다.

이에 대해 주병진은 “지속적으로 싸워나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 끝까지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쓰러지지 않게 도와준 사람들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주병진과 이들은 고소한 여대생의 주변인과 목격자를 만나 하나둘씩 진실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폭행 사건’으로 포장되고 뒤바뀌었는지가 서서히 알려지게 됐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2년여. 2003년 주병진은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게 된 이날, 주병진과 동료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주병진은 “진실이 밝혀져 너무나 기뻤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인한 손가락질은 지속되고 있었다”면서 참았던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대중의 관심은 사라진 뒤였다. 시작의 충격은 만천하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지리한 시간이 흐르자 흥미를 잃고 만 사건이 돼버렸다. 주병진은 당시 “법정을 나온 순간 날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다시 긴 싸움이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2007년에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선 이겼지만 세상이 여전히 무서웠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며 이 끔찍한 터널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고심 끝에 주병진은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명인이어서 얻었던 누명, 방송인이어서 쏟아졌던 눈총, 모두 다시 방송으로 씻자는 것이었다.

‘꽃뱀’에게 성폭행 고소당하면서 나락으로
“방송인이라서 받은 눈총, 방송으로 씻는다”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다. 또 극심한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건물 인테리어를 고치는 날엔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낯선 사람을 만나면 ‘날 공격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다. 매일 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을 정도다.

운동만이 구원이었다. 매일 땀을 쏟고 숨이 차도록 걸으며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러자 정신이 들었고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은 나이가 먹을수록 불리한 매체인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병진은 다시 서려 했다. 그는 수개월 전 방송에 출연해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가고 싶다. 하늘을 바라보고 싶고 세상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주병진은 오랜 칩거를 깨고 방송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런 그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웃음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한편,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방송인 주병진이 복귀를 알린 정통 토크쇼로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계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섭외해 이들의 진정성 있는 삶의 철학을 들려준다는 기획의도로 제작됐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300여명의 청중을 초대해 현장에서 함께하는 소통의 토크 콘서트를 만들 계획이다.

무죄 판결 받았지만
차가운 시선 여전

첫 게스트는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로 선정돼 지난 1일 오후 11시에 방송됐다.

박찬호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주병진은 함께 진행하는 최현정 아나운서에게 “네가 말 좀 해!”라고 외쳐 웃음을 전했다. 주병진 특유의 멘트 “여러분의 시선을 모아 모아서 제 자리로 가겠습니다”는 대사도 여전했다.

박찬호에 이은 두 번째 게스트는 배우 차승원이다. 차승원은 이번 녹화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 차승원’의 색다른 모습과 배우로서 살았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평소 작품 활동 외에 얼굴을 자주 비치지 않았던 차승원이 본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소통이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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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