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영업정지 사태 초읽기 [긴급점검]

고금리 꼼수에 ‘무과장’ 직장 잃을 판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국내 1, 2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가 나란히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대형 대부업체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회사는 법이 정한 이자 상한선보다 높은 금리의 이자를 받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특히 금감원이 이번을 계기로 대부업계 전반에 메스를 가져다 대리란 방침을 밝혀오면서 대부업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대부업체 고금리 적발 
오는 1월 영업정지 예정 서민 대출길이 막힐 판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가 이자율 상한선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회사의 최고이자율 위반은 지난 9월 초부터 진행된 금감원의 ‘테마검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이번 검사의 목적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지난 6월 최고이자율이 연 44%에서 연 39%로 다시 인하된 이후 실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줄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애초 총부리는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이자’에 정조준 돼 있었다.

초기 검사 대상은 중소형 대부업체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 계열사인 미즈사랑이 만기가 된 한도거래 대출에 종전의 고금리를 그대로 적용해 이자를 더 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지난해 8월 44%로 1년 대출을 받은 고객이 지난 8월 대출 계약 연장을 할 때 낮아진 이자율 39%가 아닌 기존의 44% 이자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얘기다.

이자 부담 확인조사
실시했다 불법 적발

위법유형을 포착한 금감원은 검사 대상을 대형 11개사로 확대했다. 확대 검사 결과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와 계열사인 원캐싱, 업계 2위인 산와대부의 불법 이자 수취가 추가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들 회사가 대출 소비자들에게서 부당하게 받아낸 이자 초과분을 전액 반환하도록 지시했다. 이들 회사는 지난 10월 초까지 이를 모두 대출 소비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적발된 4개 업체가 돌려준 것으로 밝힌 초과이자는 대출 6만1827건, 총 30억6000만원에 달한다. 해당 업체들은 9월부터 최고이자율을 넘어선 금리로 계약된 대출을 모두 갱신해 연 39% 이하 이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앤캐시 측 관계자는 “초과이자를 받은 것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자 지시를 받은 즉시 금리를 내리고 초과분을 환급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를 이르면 이달말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넘길 계획이다.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 제재권은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권만 행사할 수 있다.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의 본사가 강남에 있어 제재권은 강남구청에서 행사한다. 강남구는 이들 업체에 보름 안팎의 사전통지 기간을 주고 소명을 들은 후 내부 검토를 거쳐 내년 초 영업정지를 내릴 전망이다.

이들 회사에 내려질 처벌은 무겁다. 현행 대부업법 시행령 별표에 따르면 법령에서 정한 이자 상한선을 넘겨 계약을 체결하기만 해도 1회 적발에 일부 영업정지 1개월, 2회에 일부 영업정지 3개월, 3회에 일부 영업정지 6개월의 처분을 받는다.

법을 어긴 이자를 받았다면 1회 적발에 6개월 전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2회 적발이면 등록취소를 당한다. 이번 경우 계약 체결뿐 아니라 법을 어긴 이자를 받은 만큼 전면 영업정지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업조치를 받은 대부업체는 신규 대출 및 기존 대출자에 대한 추가 대출은 물론 TV광고 등 각종 영업 활동이 금지된다. 다만 기존 대출자에 대한 이자와 원금 상환, 대출 만기 연장은 그대로 가능하다. 적발된 업체들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정상 영업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3개월 내에 결론이 나지만 일부 대부업체에서 법적 공방도 예고하고 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앤캐시 측 관계자는 “지난해 연체된 대출금에 기존 금리(연 44%)를 적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위법 사실이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면서 “징계 수위를 본 뒤 법적인 절차를 밟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대부업체
법적공방 예고

금감원은 러시앤캐시와 산와대부 등의 불법행위 적발을 계기로 대부업체 전반의 위법 행태에 메스를 들이댈 계획이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기본만 한 것”이라며 “민원이 들어온 대부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시검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수시 검사와 별도로 대형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기검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100여곳 중 매년 30개 안팎을 일정에 따라 검사한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적발된 4개 업체 외에 이자를 불법적으로 챙긴 회사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적잖다. 특히 최고이자율 준수 여부 외에 불법 대부중개수수료 문제도 집중 검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아직까진 구체적 검사 일정은 잡히지는 않은 상태지만 조만간 가닥을 잡고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 같은 강도 높은 조치는 현재 추진 중인 서민금융 구조개선의 연장선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해 16개나 문을 닫게 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이어 서민금융 전담기관들의 고질적 병폐를 절개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유럽 발 금융 불안이 내년부터 몰고 올 실물위기에 대비해 서민금융 기반을 선제적으로 정비하자는 의도도 깔렸다. 그동안 은행·카드·증권·보험업계 등 업권별 수수료 인하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사와 저축은행 등은 반사익 기대감에 ‘미소’
금감원 불법 조사 대부업계 전방위적으로 확산


올 초 불거진 비리사태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검사와 감독이라는 본연의 역할 회복으로 쇄신하고자하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금감원 측 관계자는 “당국이 무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현장검사 하나하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형 대부업체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사례가 사상 초유인 만큼 서민금융에 공백이 생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대부업체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으면 저신용 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만 불법을 뿌리 뽑는 게 장기적으로 서민금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후폭풍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62개 지점을 거느린 업계 1위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말 기준 48만2000여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대출액은 1조6535억원에 달한다. 업계 2위인 산와머니는 42만1000여명이 1조603억원을 빌리고 있다. 전체 대부업체 이용자수가 220만7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업 이용자 10명 가운데 4명이 이용 중인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이는 결국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들이 연 200%가 넘는 고금리의 사채시장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채 쪽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당국과 연계해 불법 사채시장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채시장 단속과 더불어 대출 공백을 서민금융으로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아 대부업체를 이용해 온 서민들은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 서민금융제도 이용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5~10등급이면서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서민 금융지원 상품이다. 16개 시중은행 창구를 방문해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연 11~14%의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햇살론은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서민 가운데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26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ㆍ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대부업체 대출이 있을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대환대출상품인 바꿔드림론도 유용하다.

사채시장 단속
서민금융 유도

한편, 대형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 가능성에 저축은행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사익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서울저축은행은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인 225원(14.90%) 오른 17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솔로몬저축은행(5.12%), 진흥저축은행(10%) 등 저축은행주들은 매수세가 몰리며 일제히 급등했다. 실제 솔로몬저축은행은 이날 거래량이 10배 이상 급등했고 서울저축은행과 진흥저축은행도 거래량이 3~5배 이상 늘었다. 코스닥 상장 대부업체인 리드코프도 이날 거래제한폭까지 치솟으며 600원(14.89%) 오른 4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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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