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있는 여행 ①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달큼한 속살, 지금이 제철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큼해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 꽃게 천국이다.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의 약 8%를 생산하는 곳으로,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고, 암수 구분해 크기별로 상자에 담는다. 대부분 인천항에 있는 인천수협연안위판장이나 옹진수협연안위판장으로 보내고, 일부는 급랭 후 택배를 보낸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날에는 밤중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연평도 하면 자연스레 꽃게가 떠오른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주위에 형성된 연평어장은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게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는 것이 연평도 주민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어획량 8% 생산

꽃게는 봄가을에 조업한다. 연간 조업 일수를 180일로 제한하고,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 잡는다. 어족 자원을 보호해 연평어장의 풍요로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9월1일부터 꽃게를 잡지만, 갓 산란을 마친 암게는 살이 빠지고 탈피하느라 껍데기도 물렁해져서 일명 ‘뻥게’라며 버린다. 가을 조업 초반에는 수게가 맛있고, 암게는 살이 제대로 찬 10월 중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암게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식당에선 봄철 암게를 냉동했다가 1년 내내 쓰기도 한다. 

간장게장은 봄에 담가둔 것을 식탁에 올린다. 그렇다고 수게 맛을 깎아내릴 수 없다. 가을 수게는 살이 가득하고 내장이 고소해 탕이나 찜으로 좋다. 수게는 배 쪽 덮개가 뾰족하고, 암게는 둥그런 모양이다.
 

당섬선착장 일대서 꽃게 작업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꽃게잡이 배가 들어오면 굴착기 버킷 부분에 줄을 걸어서 꽃게 더미를 끌어 올려 땅에 뿌린다. 새벽에 출항해 8~10시간 잡은 꽃게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잔뜩 쌓인 꽃게에 바닷물을 뿌려가며 선별해 경매용 상자에 담거나, 작게 포장한 뒤 급랭한다. 

서커스 천막처럼 커다란 그늘막을 쳐놓고 그물서 꽃게를 분리하는 ‘꽃게 따기’ 작업에 수십 명이 매달리는 진풍경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꽃게철이면 선주와 선장, 어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모두 꽃게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랜 작업으로 노하우가 생겨 손만 스쳐도 뻥게인지 속이 찼는지 안다고.
 

꽃게 작업하는 모습을 넋 놓고 구경하다가 천천히 연륙교를 건너 마을 입구로 들어간다. 대연평도는 면사무소가 자리한 마을에 주택과 상점이 몰려 있고, 동쪽에 떨어진 새마을은 규모가 작다. 여객선이나 고깃배가 드나드는 당섬은 연륙교로 대연평도와 이어진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용듸, 거문여 같은 곳은 밀물 때 잠긴다. 바닥에 기둥을 박고 그물을 걸어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어살을 놓고, 굴 양식도 한다. 이 갯벌서 나는 바지락도 대연평도 특산물이다.
 

소연평도는 섬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은 모양이고, 대연평도는 섬 끝에서 끝까지 비교적 평평하게 생겼다. 연평도행 여객선은 소연평도에 먼저 들르고, 대연평도서 잠시 머물다가 인천항으로 돌아간다. 


수심 얕고 물살 빨라 ‘꽃게 천국’
간장게장·꽃게탕 등 밥도둑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 대연평도 여행은 1박2일이 기본이며, 대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 여행 시 하루 이상 머무는 여행객이 예매할 경우 여객 운임을 50% 할인해준다. 민박, 식당, 매점 등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춰서 개인 용품 외에 딱히 챙길 건 없다. 여객선에서 과자와 음료수, 커피, 컵라면을 판매한다.
 

마을로 들어가면 꽃게탕이나 꽃게장, 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과 민박이 여럿 보인다. 조기 조형물로 만든 포토존, 꽃게와 물고기 벽화도 흔하다. 도시나 유명 여행지처럼 깔끔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다. 

도시보다 시간이 2배 정도 느리게 흐르는 듯, 느긋함이 섬 여행의 묘미다. 물이 빠지면 방파제 안쪽으로 갯벌이 드러난다. 물때가 매일 조금씩 바뀌므로 연평 항로 여객선 이용은 운항 시간에 주의할 것.
 

대연평도의 볼거리는 주로 서쪽 해안에 있다. 먼저 찾아갈 곳은 조기역사관이다. 지금은 ‘연평도=꽃게’라는 공식이 당연시되지만, 1960년대 말까지 연평도는 조기 파시가 성했다. 현재 인구가 2000여명인데 당시 3만여명이 살았다니, 조기파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를 찾았다가 대연평도 당섬과 모이도 사이에 물고기가 많이 오가는 것을 발견하고 가시나무를 꽂아두자, 가시마다 조기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기역사관 내부에 조기를 잡기 시작한 역사와 조기 파시 사진 자료가 전시된다. 조기 파시의 흔적을 좀 더 찾고 싶다면 옹진수협연평출장소 앞에서 시작되는 조기파시 탐방로를 따라 걸어보자. 마을 중심부임에도 오가는 이가 드물어 한가로운 섬마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조기역사관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가래칠기해변과 구리동해변은 물론, 멀리 북녘땅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빠삐용절벽은 조기역사관 남쪽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영화 〈빠삐용〉에서 자유를 염원하며 뛰어내린 절벽을 닮았다.
 

연평도평화공원은 1999년과 2002년 벌어진 연평해전으로 숨진 군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용감한 기상을 표현한 금속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연평해전 당시 참전한 함정과 같은 모델인 참수리급 고속정이 연평도함상공원에 있으니 연계해 둘러보자.

연평도평화공원서 도로를 따라 바다로 내려가면 가래칠기해변이 나온다. 주먹만 한 자갈이 빼곡하게 깔린 해변에 파도가 부딪히며 나는 ‘차르륵~’ 소리가 듣기 좋다. 해변 오른쪽에 반듯한 바위는 7폭 크기 병풍바위다. 

연평도=꽃게

아담한 가래칠기해변에 비해 구리동해변은 길이가 1km에 이른다. 썰물이면 너른 백사장이 드러나 너비 200m가 넘고, 밀물에는 자갈 해변만 남는다. 물이 투명하고 깨끗해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인기다. 가을에는 물에 들어가지 못해도 바위 절벽으로 된 해안 풍경이 근사하다.
 


조기역사관이나 해변 쪽으로는 공영버스가 운행하지 않고, 섬에 택시도 없다. 걸어서 3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데, 힘들면 민박서 빌려주는 차량(2시간 3만원)을 이용한다. 2시간이면 서쪽 여행지는 물론, 북서쪽 끝에 자리한 망향전망대와 아이스크림바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조기파시의 흔적, 바랜 벽화, 집이 들어선 모양대로 들쭉날쭉한 골목, 아름다운 해변, 꽃게가 풍성한 가을 연평도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여행지다.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당섬선착장→조기역사관→연평도평화공원→가래칠기해변→구리동해변
둘째 날: 조기파시탐방로→연평도함상공원→용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옹진관광문화 www.ongjin.go.kr/open_content/tour
- 가보고싶은섬(여객선 예약) https://island.haewoon.co.kr
- 고려고속훼리 www.kefship.com

문의 전화
- 연평면사무소 032)899-3450
- 옹진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51~4
- 고려고속훼리 1577-2891 

대중교통 정보
배: 인천-연평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서 하루 1회 왕복 운항, 약 2시간 소요(물때에 따라 출발·도착 시간 변동. 가보고싶은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고려고속훼리 홈페이지에서 월별 운항 시간표 확인). 
*문의: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032)880-3400, www.icferry.or.kr, 
버스: 동인천역-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24번 버스, 약 25분 소요. 대연평도 공영버스는 선착장, 마을 입구, 면사무소, 새마을 등지 운행(하루 6회, 여객선 시간표에 따라 운행 시간 변동. 여행지는 운행하지 않음). 
*문의: 연평면 공영버스 032)899-3477


자가운전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IC→인천대로→인천항사거리서 연안부두 방면 좌회전→서해대로→축항대로→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숙박 정보
- 전원펜션: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1-8990
- 경주민박: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2-4275, http://경주민박.gajagaja.co.kr
- 별빛민박: 연평면 연평중앙로13번길, 032)831-3963

식당 정보
- 미영식당(꽃게장백반):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1-4327
- 전원정(꽃게탕):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4-7266
- 밀물식당(해물칼국수):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2-3080 

주변 볼거리
충민사, 연평도안보교육장, 해송정, 백로서식지, 망향전망대, 아이스크림바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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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