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있는 여행 ①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달큼한 속살, 지금이 제철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큼해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 꽃게 천국이다.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의 약 8%를 생산하는 곳으로,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고, 암수 구분해 크기별로 상자에 담는다. 대부분 인천항에 있는 인천수협연안위판장이나 옹진수협연안위판장으로 보내고, 일부는 급랭 후 택배를 보낸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날에는 밤중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연평도 하면 자연스레 꽃게가 떠오른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주위에 형성된 연평어장은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게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는 것이 연평도 주민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어획량 8% 생산

꽃게는 봄가을에 조업한다. 연간 조업 일수를 180일로 제한하고,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 잡는다. 어족 자원을 보호해 연평어장의 풍요로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9월1일부터 꽃게를 잡지만, 갓 산란을 마친 암게는 살이 빠지고 탈피하느라 껍데기도 물렁해져서 일명 ‘뻥게’라며 버린다. 가을 조업 초반에는 수게가 맛있고, 암게는 살이 제대로 찬 10월 중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암게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식당에선 봄철 암게를 냉동했다가 1년 내내 쓰기도 한다. 

간장게장은 봄에 담가둔 것을 식탁에 올린다. 그렇다고 수게 맛을 깎아내릴 수 없다. 가을 수게는 살이 가득하고 내장이 고소해 탕이나 찜으로 좋다. 수게는 배 쪽 덮개가 뾰족하고, 암게는 둥그런 모양이다.
 

당섬선착장 일대서 꽃게 작업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꽃게잡이 배가 들어오면 굴착기 버킷 부분에 줄을 걸어서 꽃게 더미를 끌어 올려 땅에 뿌린다. 새벽에 출항해 8~10시간 잡은 꽃게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잔뜩 쌓인 꽃게에 바닷물을 뿌려가며 선별해 경매용 상자에 담거나, 작게 포장한 뒤 급랭한다. 

서커스 천막처럼 커다란 그늘막을 쳐놓고 그물서 꽃게를 분리하는 ‘꽃게 따기’ 작업에 수십 명이 매달리는 진풍경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꽃게철이면 선주와 선장, 어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모두 꽃게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랜 작업으로 노하우가 생겨 손만 스쳐도 뻥게인지 속이 찼는지 안다고.
 

꽃게 작업하는 모습을 넋 놓고 구경하다가 천천히 연륙교를 건너 마을 입구로 들어간다. 대연평도는 면사무소가 자리한 마을에 주택과 상점이 몰려 있고, 동쪽에 떨어진 새마을은 규모가 작다. 여객선이나 고깃배가 드나드는 당섬은 연륙교로 대연평도와 이어진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용듸, 거문여 같은 곳은 밀물 때 잠긴다. 바닥에 기둥을 박고 그물을 걸어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어살을 놓고, 굴 양식도 한다. 이 갯벌서 나는 바지락도 대연평도 특산물이다.
 

소연평도는 섬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은 모양이고, 대연평도는 섬 끝에서 끝까지 비교적 평평하게 생겼다. 연평도행 여객선은 소연평도에 먼저 들르고, 대연평도서 잠시 머물다가 인천항으로 돌아간다. 


수심 얕고 물살 빨라 ‘꽃게 천국’
간장게장·꽃게탕 등 밥도둑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 대연평도 여행은 1박2일이 기본이며, 대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 여행 시 하루 이상 머무는 여행객이 예매할 경우 여객 운임을 50% 할인해준다. 민박, 식당, 매점 등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춰서 개인 용품 외에 딱히 챙길 건 없다. 여객선에서 과자와 음료수, 커피, 컵라면을 판매한다.
 

마을로 들어가면 꽃게탕이나 꽃게장, 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과 민박이 여럿 보인다. 조기 조형물로 만든 포토존, 꽃게와 물고기 벽화도 흔하다. 도시나 유명 여행지처럼 깔끔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다. 

도시보다 시간이 2배 정도 느리게 흐르는 듯, 느긋함이 섬 여행의 묘미다. 물이 빠지면 방파제 안쪽으로 갯벌이 드러난다. 물때가 매일 조금씩 바뀌므로 연평 항로 여객선 이용은 운항 시간에 주의할 것.
 

대연평도의 볼거리는 주로 서쪽 해안에 있다. 먼저 찾아갈 곳은 조기역사관이다. 지금은 ‘연평도=꽃게’라는 공식이 당연시되지만, 1960년대 말까지 연평도는 조기 파시가 성했다. 현재 인구가 2000여명인데 당시 3만여명이 살았다니, 조기파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를 찾았다가 대연평도 당섬과 모이도 사이에 물고기가 많이 오가는 것을 발견하고 가시나무를 꽂아두자, 가시마다 조기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기역사관 내부에 조기를 잡기 시작한 역사와 조기 파시 사진 자료가 전시된다. 조기 파시의 흔적을 좀 더 찾고 싶다면 옹진수협연평출장소 앞에서 시작되는 조기파시 탐방로를 따라 걸어보자. 마을 중심부임에도 오가는 이가 드물어 한가로운 섬마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조기역사관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가래칠기해변과 구리동해변은 물론, 멀리 북녘땅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빠삐용절벽은 조기역사관 남쪽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영화 〈빠삐용〉에서 자유를 염원하며 뛰어내린 절벽을 닮았다.
 

연평도평화공원은 1999년과 2002년 벌어진 연평해전으로 숨진 군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용감한 기상을 표현한 금속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연평해전 당시 참전한 함정과 같은 모델인 참수리급 고속정이 연평도함상공원에 있으니 연계해 둘러보자.

연평도평화공원서 도로를 따라 바다로 내려가면 가래칠기해변이 나온다. 주먹만 한 자갈이 빼곡하게 깔린 해변에 파도가 부딪히며 나는 ‘차르륵~’ 소리가 듣기 좋다. 해변 오른쪽에 반듯한 바위는 7폭 크기 병풍바위다. 

연평도=꽃게

아담한 가래칠기해변에 비해 구리동해변은 길이가 1km에 이른다. 썰물이면 너른 백사장이 드러나 너비 200m가 넘고, 밀물에는 자갈 해변만 남는다. 물이 투명하고 깨끗해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인기다. 가을에는 물에 들어가지 못해도 바위 절벽으로 된 해안 풍경이 근사하다.
 


조기역사관이나 해변 쪽으로는 공영버스가 운행하지 않고, 섬에 택시도 없다. 걸어서 3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데, 힘들면 민박서 빌려주는 차량(2시간 3만원)을 이용한다. 2시간이면 서쪽 여행지는 물론, 북서쪽 끝에 자리한 망향전망대와 아이스크림바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조기파시의 흔적, 바랜 벽화, 집이 들어선 모양대로 들쭉날쭉한 골목, 아름다운 해변, 꽃게가 풍성한 가을 연평도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여행지다.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당섬선착장→조기역사관→연평도평화공원→가래칠기해변→구리동해변
둘째 날: 조기파시탐방로→연평도함상공원→용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옹진관광문화 www.ongjin.go.kr/open_content/tour
- 가보고싶은섬(여객선 예약) https://island.haewoon.co.kr
- 고려고속훼리 www.kefship.com

문의 전화
- 연평면사무소 032)899-3450
- 옹진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51~4
- 고려고속훼리 1577-2891 

대중교통 정보
배: 인천-연평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서 하루 1회 왕복 운항, 약 2시간 소요(물때에 따라 출발·도착 시간 변동. 가보고싶은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고려고속훼리 홈페이지에서 월별 운항 시간표 확인). 
*문의: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032)880-3400, www.icferry.or.kr, 
버스: 동인천역-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24번 버스, 약 25분 소요. 대연평도 공영버스는 선착장, 마을 입구, 면사무소, 새마을 등지 운행(하루 6회, 여객선 시간표에 따라 운행 시간 변동. 여행지는 운행하지 않음). 
*문의: 연평면 공영버스 032)899-3477


자가운전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IC→인천대로→인천항사거리서 연안부두 방면 좌회전→서해대로→축항대로→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숙박 정보
- 전원펜션: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1-8990
- 경주민박: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2-4275, http://경주민박.gajagaja.co.kr
- 별빛민박: 연평면 연평중앙로13번길, 032)831-3963

식당 정보
- 미영식당(꽃게장백반):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1-4327
- 전원정(꽃게탕):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4-7266
- 밀물식당(해물칼국수): 연평면 연평로137번길, 032)832-3080 

주변 볼거리
충민사, 연평도안보교육장, 해송정, 백로서식지, 망향전망대, 아이스크림바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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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