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끝나지 않은 메르스 공포 예방법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1:11:07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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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3년 만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은 홍역을 치렀다. 정부는 최근 중동서 메르스에 감염된 남성이 입국했다는 사실을 뒤 늦게 알았다. 다행스러운 건 선제적인 대응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안전한 추석 연휴를 위해서는 스스로 예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A(61)씨는 지난 7일 귀국한 지 하루 만인 8일 오후 4시께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A씨는 8월16일부터 9월6일까지 쿠웨이트에 머물다, 지난 6일 밤 10시35분 에미레이트항공 EK860편에 탑승해 7일 새벽 1시10분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했다. 

2시간 뒤인 새벽 3시47분 EK322편을 타고 같은 날 오후 4시51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인천공항서 검역을 받았는데, 검역관에게 10일 전(8월28일) 설사 증상이 있었으나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검역관은 A씨 체온을 잰 결과 36.3도로 정상이었기 때문에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귀가시켰다. 다만 귀가 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검역을 끝냈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 낫다”

A씨는 아내와 공항을 나서자마자 리무진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 자신이 중동에 다녀왔음을 병원 쪽에 알렸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건 이날 저녁 7시22분께. 병원 접수 후 응급실 외부 건물에 별도로 위치한 격리진료실로 이동했으며 진료를 통해 메르스 증상이 확인됐다. 


저녁 9시34분께,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을 신고했다. 의심환자로 분류된 A씨는 서울 강남구보건소 음압격리구급차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건 8일 0시33분이며, 이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이날 오후 4시께 메르스 양성으로 최종 확인했다.

A씨와 밀접 접촉한 22명도 자택과 시설에 격리조치됐다. 특히 A씨와 같은 비행기에 탔던 영국인 여성 한 명이 발열 등의 의심증상을 호소,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서 격리치료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밀접접촉자 외 항공기 동승객 등 440명에 대해서도 수동감시가 아닌 거주지 지자체 공무원을 통한 1:1 능동감시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쿠웨이트서 비행기를 탄 뒤 서울대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2m 이내 긴밀하게 접촉한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무원 3명 및 승객 10명, 검역관 1명, 출입국 심사관 1명, 리무진 택시기사 1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가족 1명 등 21명으로 이들에 대해선 자택격리 및 증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 명단은 지자체에 통보해 잠복기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유선·문자로 연락하는 수동감시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초동대응과 현격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당시 첫 메르스 확진 환자는 바레인과 카타르를 다녀온 68세 남성 B씨로, 지난 5월4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문제는 귀국 후 감기 증상으로 병원 3곳을 방문했으며, 약 2주가 지난 후인 5월20일에야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았다는 점이다.

2주 동안 무방비 상태로 사람들과 접촉하고, 확진 전 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감염 의심자와 2차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5년도와 비교해서 현재 보건당국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빨라졌다는 평가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전염병 비상
쿠웨이트 온 남성 확진에 악몽 재현


또 메르스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병원 명단 공개 여부 및 정확한 정보 제공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국민의 공포감을 키웠다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첫 메르스 확진자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밀접접촉자 21명과 일상접촉자 172명에 대한 1대 1감시 체계를 가동시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메르스 확진자 관련 국무총리 주재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과잉대응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은 정해진 매뉴얼을 철저히 이행하며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필요한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 ▲환자를 완벽하게 격리하고 매뉴얼대로 치료하며 환자의 이동 및 접촉경로, 접촉자 등에 대한 추적조사 등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히 진행해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것 ▲복지부장관 및 질병관리본부장은 방역 진행상황 등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불안감이 없도록 할 것 등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서 이 총리는 “불행하게도 메르스 환자 한 명이 발생했다. 우리는 2015년에 메르스를 이미 겪어 의료진이나 정부 당국이나 국민들 모두 큰 트라우마처럼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며 “38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냈다는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 또한 많은 아픈 경험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이제는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 피해자가 한분도 나오지 않고, 국민들께서 걱정을 덜하시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이 발 빠른 대처와 더불어 의료계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첫 확진 환자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은 응급의료센터에 ‘메르스 안내문’을 부착하고, 해당 환자를 음압시설이 설치된 감염 격리병동에 입원시킨 상태다.

국가지정격리병상이 마련된 서울대병원은 주말 비상근무를 통해 메르스로 인한 혼란을 막고, 감염 예방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물론 인천공항 검역시스템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 A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통과돼 공항 검역서 구멍이 지적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검역당국 그리고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해외유입 감염병 검역 및 관리기준 개선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송재찬 상근부회장이 실장으로 있는 ‘메르스 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비상업무체제에 들어갔다.

개인 청결 중요 
중동 여행 자제

해외서도 한국의 메르스 대응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서 “초기 대응이 비교적 잘됐기에 대규모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심하기 아직 이르다. 향후 1∼2주가 메르스 확산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견줘 A씨가 접촉한 사람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역체계 감시망이 뚫릴 수도 있다. 

공항이나 병원서 A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경우, A씨가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된 8일 오후 4시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격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2차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는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메르스 예방법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고 떠나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중동 지역은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다만 65세 이상의 고령자·어린이·임산부·암투병자 등 면역저하자, 당뇨·고혈압·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서 최초로 감염된 환자가 보고된 이후 자국 내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총 13개국이다. 중동지역 9개국 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요르단·쿠웨이트·예멘·레바논·이란, 유럽 2개국 영국·프랑스, 아프리카 1개국 튀니지, 아시아 1개국 한국이다. 

이중 영국·프랑스·튀니지·한국은 중동지역 방문 후 유입에 의한 2차 전파사례에 속한다. 2016∼2017년 중동지역 메르스 발생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이다. 
 

메르스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고,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서 중동지역의 감염된 단봉낙타와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사람이 감염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렀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가래 등이 작은 비말(물방울) 형태로 전파되거나 환자의 분비물이 묻은 물건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만일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농장방문을 자제하고 동물(특히 낙타)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나 생낙타유(Camel milk)를 섭취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장소는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상하면 1339 전화

만약 중동지역을 방문(여행)한 후 14일 이내 발열과 기침·호흡곤란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1339 또는 보건소로 먼저 신고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기초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메르스 의심환자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환자로 분류될 시 보건소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된다. 

이후 가래, 혈액 등 검체를 채취해 확진검사를 시행한다. 1차 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48시간 이후에 2차 검사를 실시한다. 모두 음성일 경우 격리가 해제된다. 

중동지역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 방문을 위해 비행기 환승 목적으로 중동을 경유한 경우, 특히 공항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경우는 중동지역 방문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만약 경유 시 공항 밖을 출입했다면 의료기관 방문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신고해야 한다.  

정부 빠른 대응으로 사태 확산 막아
공항 검역 구멍은 보안·대책 필요 

메르스 감염의 초기 증상은 다른 질환의 증상들과 비슷하다. 감염 초기에 메르스 환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모든 병·의원에서는 기본 감염관리 원칙을 준수하면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의 여행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 검사를 받게 되면 격리 기간에 메르스와 관련된 검사비와 입원비는 정부에서 부담한다. 

병문안 그만

2015년 메르스 유행은 잘못된 병문안 문화로부터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시는 메르스의 가공할 공포 때문에 지인이 입원해도 병문안을 꺼리다가 상황이 호전된 뒤 3년을 지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한 모습이다. 

병문안 문화는 환자의 건강과 안정,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선 면회시간 18∼20시(주말·공휴일 10∼12시 가능)를 준수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을 겪으며 현재는 전국 모든 병원의 면회시간이 통일됐으며 환자당 2명까지 허용된다.

단체방문은 제한되고 있다. 병문안 전후 손 위생도 철저히 해야 한다. 손 위생 없이 환자를 접촉하는 행위는 온갖 균을 환자에게 그대로 다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병실 진입 전 손소독제를 손 구석구석 묻혀 2∼3분간 마를 때까지 닦아주고, 병원을 나설 때도 손 위생 후에 귀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병원 내 온갖 균을 버스나 전철 손잡이에 묻혀 타인에게 감염을 전파하게 된다.

기침 예절도 준수해야 한다. 재채기를 하면 비말이 초속 30m의 속도로 최대 4만 개나 튀어나간다. 면회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재채기 때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가리거나 없으면 옷소매 위쪽으로 가린다. 
 

손에 하는 경우 손에 묻은 균들을 통해 감염이 광범위하게 전파되므로 피해야 한다. 감기나 인플루엔자, 설사·복통 등 급성 장염, 피부에 병변이 있는 경우 병문안이 제한된다. 

평소에 잘해야

메르스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 외에도 평소 건강한 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65세 이상이나 어린이, 임산부, 암투병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숙면, 균형 잡힌 식사 외에 클로렐라, 강황 등의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클로렐라’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졌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클로렐라의 면역 기능성을 인정했다. 실제 건강한 일반인에게 8주간 클로렐라를 먹게 한 결과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면역단백질인 IL-12와 IFN-γ의 발현량이 유의적으로 증가하고,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정확하게 바이러스를 찾아 죽이는 NK세포의 활성도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면역력 증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강황’이다. 카레의 원료인 강황에 이를 돕는 성분들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강황이 메르스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진 이유는 ‘커큐민’이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커큐민은 강황의 진한 노란색 성분으로 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면역체계의 단백질 수치를 높여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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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3년 전 메르스 악몽은?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3년 전에 있었던 메르스 사태는 무려 일곱 달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38명이 숨졌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는 바레인에 살다가 입국한 68세의 남성이었다. 입국 바로 전 업무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를 방문했다.

5월초 입국한 이 남성은 일주일만에 38도가 넘는 고열과 기침증상을 보였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입국 후 16일이나 지난 뒤였다. 그동안, 가족은 물론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에게도 병균이 퍼졌다.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환자의 가족이 의심증상을 보였는데도 해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 발생 열이틀째 첫 사망자가 보고되고 2주 만에 격리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이 과정서 일부는 환자와의 접촉 여부를 감췄고,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공공장소를 활보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20일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면서 세계보건기구서 합동조사단을 급파했다.

범정부적 대응에 잦아드는 듯 하던 메르스 사태는 꾸준히 확진자가 이어졌고, 발생 6개월여 만인 11월25일에야 처음으로 확진자가 없었다. 그 후, 한 달이 더 지나서야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를 공식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7개월 동안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숨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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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