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끝나지 않은 메르스 공포 예방법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1:11:07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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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3년 만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은 홍역을 치렀다. 정부는 최근 중동서 메르스에 감염된 남성이 입국했다는 사실을 뒤 늦게 알았다. 다행스러운 건 선제적인 대응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안전한 추석 연휴를 위해서는 스스로 예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A(61)씨는 지난 7일 귀국한 지 하루 만인 8일 오후 4시께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A씨는 8월16일부터 9월6일까지 쿠웨이트에 머물다, 지난 6일 밤 10시35분 에미레이트항공 EK860편에 탑승해 7일 새벽 1시10분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했다. 

2시간 뒤인 새벽 3시47분 EK322편을 타고 같은 날 오후 4시51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인천공항서 검역을 받았는데, 검역관에게 10일 전(8월28일) 설사 증상이 있었으나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검역관은 A씨 체온을 잰 결과 36.3도로 정상이었기 때문에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귀가시켰다. 다만 귀가 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검역을 끝냈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 낫다”

A씨는 아내와 공항을 나서자마자 리무진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 자신이 중동에 다녀왔음을 병원 쪽에 알렸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건 이날 저녁 7시22분께. 병원 접수 후 응급실 외부 건물에 별도로 위치한 격리진료실로 이동했으며 진료를 통해 메르스 증상이 확인됐다. 


저녁 9시34분께,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을 신고했다. 의심환자로 분류된 A씨는 서울 강남구보건소 음압격리구급차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건 8일 0시33분이며, 이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이날 오후 4시께 메르스 양성으로 최종 확인했다.

A씨와 밀접 접촉한 22명도 자택과 시설에 격리조치됐다. 특히 A씨와 같은 비행기에 탔던 영국인 여성 한 명이 발열 등의 의심증상을 호소,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서 격리치료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밀접접촉자 외 항공기 동승객 등 440명에 대해서도 수동감시가 아닌 거주지 지자체 공무원을 통한 1:1 능동감시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쿠웨이트서 비행기를 탄 뒤 서울대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2m 이내 긴밀하게 접촉한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무원 3명 및 승객 10명, 검역관 1명, 출입국 심사관 1명, 리무진 택시기사 1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가족 1명 등 21명으로 이들에 대해선 자택격리 및 증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 명단은 지자체에 통보해 잠복기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유선·문자로 연락하는 수동감시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초동대응과 현격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당시 첫 메르스 확진 환자는 바레인과 카타르를 다녀온 68세 남성 B씨로, 지난 5월4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문제는 귀국 후 감기 증상으로 병원 3곳을 방문했으며, 약 2주가 지난 후인 5월20일에야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았다는 점이다.

2주 동안 무방비 상태로 사람들과 접촉하고, 확진 전 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감염 의심자와 2차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5년도와 비교해서 현재 보건당국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빨라졌다는 평가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전염병 비상
쿠웨이트 온 남성 확진에 악몽 재현


또 메르스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병원 명단 공개 여부 및 정확한 정보 제공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국민의 공포감을 키웠다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첫 메르스 확진자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밀접접촉자 21명과 일상접촉자 172명에 대한 1대 1감시 체계를 가동시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메르스 확진자 관련 국무총리 주재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과잉대응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은 정해진 매뉴얼을 철저히 이행하며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필요한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 ▲환자를 완벽하게 격리하고 매뉴얼대로 치료하며 환자의 이동 및 접촉경로, 접촉자 등에 대한 추적조사 등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히 진행해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것 ▲복지부장관 및 질병관리본부장은 방역 진행상황 등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불안감이 없도록 할 것 등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서 이 총리는 “불행하게도 메르스 환자 한 명이 발생했다. 우리는 2015년에 메르스를 이미 겪어 의료진이나 정부 당국이나 국민들 모두 큰 트라우마처럼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며 “38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냈다는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 또한 많은 아픈 경험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이제는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 피해자가 한분도 나오지 않고, 국민들께서 걱정을 덜하시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이 발 빠른 대처와 더불어 의료계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첫 확진 환자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은 응급의료센터에 ‘메르스 안내문’을 부착하고, 해당 환자를 음압시설이 설치된 감염 격리병동에 입원시킨 상태다.

국가지정격리병상이 마련된 서울대병원은 주말 비상근무를 통해 메르스로 인한 혼란을 막고, 감염 예방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물론 인천공항 검역시스템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 A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통과돼 공항 검역서 구멍이 지적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검역당국 그리고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해외유입 감염병 검역 및 관리기준 개선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송재찬 상근부회장이 실장으로 있는 ‘메르스 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비상업무체제에 들어갔다.

개인 청결 중요 
중동 여행 자제

해외서도 한국의 메르스 대응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서 “초기 대응이 비교적 잘됐기에 대규모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심하기 아직 이르다. 향후 1∼2주가 메르스 확산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견줘 A씨가 접촉한 사람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역체계 감시망이 뚫릴 수도 있다. 

공항이나 병원서 A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경우, A씨가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된 8일 오후 4시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격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2차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는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메르스 예방법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고 떠나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중동 지역은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다만 65세 이상의 고령자·어린이·임산부·암투병자 등 면역저하자, 당뇨·고혈압·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서 최초로 감염된 환자가 보고된 이후 자국 내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총 13개국이다. 중동지역 9개국 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요르단·쿠웨이트·예멘·레바논·이란, 유럽 2개국 영국·프랑스, 아프리카 1개국 튀니지, 아시아 1개국 한국이다. 

이중 영국·프랑스·튀니지·한국은 중동지역 방문 후 유입에 의한 2차 전파사례에 속한다. 2016∼2017년 중동지역 메르스 발생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이다. 
 

메르스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고,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서 중동지역의 감염된 단봉낙타와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사람이 감염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렀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가래 등이 작은 비말(물방울) 형태로 전파되거나 환자의 분비물이 묻은 물건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만일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농장방문을 자제하고 동물(특히 낙타)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나 생낙타유(Camel milk)를 섭취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장소는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상하면 1339 전화

만약 중동지역을 방문(여행)한 후 14일 이내 발열과 기침·호흡곤란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1339 또는 보건소로 먼저 신고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기초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메르스 의심환자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환자로 분류될 시 보건소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된다. 

이후 가래, 혈액 등 검체를 채취해 확진검사를 시행한다. 1차 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48시간 이후에 2차 검사를 실시한다. 모두 음성일 경우 격리가 해제된다. 

중동지역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 방문을 위해 비행기 환승 목적으로 중동을 경유한 경우, 특히 공항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경우는 중동지역 방문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만약 경유 시 공항 밖을 출입했다면 의료기관 방문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신고해야 한다.  

정부 빠른 대응으로 사태 확산 막아
공항 검역 구멍은 보안·대책 필요 

메르스 감염의 초기 증상은 다른 질환의 증상들과 비슷하다. 감염 초기에 메르스 환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모든 병·의원에서는 기본 감염관리 원칙을 준수하면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의 여행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 검사를 받게 되면 격리 기간에 메르스와 관련된 검사비와 입원비는 정부에서 부담한다. 

병문안 그만

2015년 메르스 유행은 잘못된 병문안 문화로부터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시는 메르스의 가공할 공포 때문에 지인이 입원해도 병문안을 꺼리다가 상황이 호전된 뒤 3년을 지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한 모습이다. 

병문안 문화는 환자의 건강과 안정,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선 면회시간 18∼20시(주말·공휴일 10∼12시 가능)를 준수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을 겪으며 현재는 전국 모든 병원의 면회시간이 통일됐으며 환자당 2명까지 허용된다.

단체방문은 제한되고 있다. 병문안 전후 손 위생도 철저히 해야 한다. 손 위생 없이 환자를 접촉하는 행위는 온갖 균을 환자에게 그대로 다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병실 진입 전 손소독제를 손 구석구석 묻혀 2∼3분간 마를 때까지 닦아주고, 병원을 나설 때도 손 위생 후에 귀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병원 내 온갖 균을 버스나 전철 손잡이에 묻혀 타인에게 감염을 전파하게 된다.

기침 예절도 준수해야 한다. 재채기를 하면 비말이 초속 30m의 속도로 최대 4만 개나 튀어나간다. 면회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재채기 때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가리거나 없으면 옷소매 위쪽으로 가린다. 
 

손에 하는 경우 손에 묻은 균들을 통해 감염이 광범위하게 전파되므로 피해야 한다. 감기나 인플루엔자, 설사·복통 등 급성 장염, 피부에 병변이 있는 경우 병문안이 제한된다. 

평소에 잘해야

메르스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 외에도 평소 건강한 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65세 이상이나 어린이, 임산부, 암투병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숙면, 균형 잡힌 식사 외에 클로렐라, 강황 등의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클로렐라’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졌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클로렐라의 면역 기능성을 인정했다. 실제 건강한 일반인에게 8주간 클로렐라를 먹게 한 결과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면역단백질인 IL-12와 IFN-γ의 발현량이 유의적으로 증가하고,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정확하게 바이러스를 찾아 죽이는 NK세포의 활성도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면역력 증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강황’이다. 카레의 원료인 강황에 이를 돕는 성분들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강황이 메르스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진 이유는 ‘커큐민’이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커큐민은 강황의 진한 노란색 성분으로 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면역체계의 단백질 수치를 높여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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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3년 전 메르스 악몽은?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3년 전에 있었던 메르스 사태는 무려 일곱 달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38명이 숨졌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는 바레인에 살다가 입국한 68세의 남성이었다. 입국 바로 전 업무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를 방문했다.

5월초 입국한 이 남성은 일주일만에 38도가 넘는 고열과 기침증상을 보였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입국 후 16일이나 지난 뒤였다. 그동안, 가족은 물론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에게도 병균이 퍼졌다.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환자의 가족이 의심증상을 보였는데도 해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 발생 열이틀째 첫 사망자가 보고되고 2주 만에 격리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이 과정서 일부는 환자와의 접촉 여부를 감췄고,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공공장소를 활보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20일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면서 세계보건기구서 합동조사단을 급파했다.

범정부적 대응에 잦아드는 듯 하던 메르스 사태는 꾸준히 확진자가 이어졌고, 발생 6개월여 만인 11월25일에야 처음으로 확진자가 없었다. 그 후, 한 달이 더 지나서야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를 공식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7개월 동안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숨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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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