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비리 날벼락’ 막전막후

설마설마 했는데…담철곤이 기가 막혀!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3년6개월을 구형했고, 재판부가 이를 거의 수용해 3년형을 때렸다. 설마 설마했던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미 쇠고랑을 찬 담 회장은 교도소에서 나오기 위해 ‘바동바동’몸부림쳤지만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법원, 징역 3년 선고…공소사실 대부분 유죄 판결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엄한 처벌 불가피”

‘▲3월22일 오리온 본사 압수수색…▲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5월25일 담 회장 구속영장 청구…▲5월26일 담 회장 구속…’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지 2개월 만에 쇠고랑을 찼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사건과 달리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등을 검찰이 쥐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이를 재판부도 대부분 인정했다.

“대기업 회장으로서
투명 책임 저버렸다”

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회장으로서 비자금을 마련하는 등 투명경영 책임을 저버린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은 투명한 기업경영 윤리의식과 준법경영 책임의식이 요구된다”며 “횡령금액이 280억원을 넘어서고 시장경제의 자정능력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기대와 법치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담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었다. 담 회장은 총 300억원대 회자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공소 내용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중국 자회사를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또 거액의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과 외제 승용차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사택관리비까지 회사 자금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미술품에 대해 “회사를 위한 게 아니라 집을 장식하려 그림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고 장기간 집에 전시하면서 개인 소유로 취급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이를 훌쩍 넘어선 300억원대로 늘어났다. 담 회장 자택에 있던 100억원이 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횡령액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 미술품들을 계열사 법인자금 140억원으로 매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했다. 담 회장이 회사 소유의 그림을 대여료 없이 집에 걸어놓는 작품은 모두 10여점이다. 담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가운데 6점을 경기도 양평 그룹 연수원으로 옮겨 놨다.

검찰은 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머지 4점이 인테리어 용도로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으로, 담 회장이 대표로 있던 계열사들이 홍송원 대표(구속)의 서미갤러리에서 구입했다.

담 회장은 회사가 구입한 프란츠 클라인의 시가 55억원짜리 그림 ‘Painting 11’을 자택 식당에 걸었다. 주방 천장엔 알렉산더 칼더의 28억원짜리 모빌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를 매달았다.

‘호화 변호인, 변제,
업적 부각…’공염불

담 회장은 안젤름 키퍼의 작품 ‘Rock and Lead Books’도 자택에 설치했다. 이 작품의 가격은 14억원에 이른다. 오리온 계열사가 약 20억원에 사들인 데미안 허스트의 설치미술 작품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도 있었다.

검찰은 “담 회장 자택에 걸린 작품들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오리온그룹 계열사 4곳의 법인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라며 “미술품의 경우 소유자를 공시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집에 걸어뒀다면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외에도 담 회장의 ‘회삿돈 쓰기’는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가의 외제 고급 슈퍼카도 굴렸다.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사들이거나 리스한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큰범죄 저지르고 선처 바라다니” 
재판부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책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담 회장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싸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사용,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황제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담 회장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자택에 집사와 가정부 등 관리자 8명을 두고 연간 2억원씩 10여년 동안 총 20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 돈은 모두 위장계열사 I사에서 나갔다.

담 회장은 또 I사가 매입한 터에 건물을 세우고 가족들의 공간으로 사용해 회사에 8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담 회장은 2003년 자택 인근의 대지 1319㎡(약 400평)를 39억원에 사들였고, 이듬해 3억원의 웃돈을 얹어 I사에 되팔았다.

2005년 갤러리를 설립한 I사는 이 자리에 18억원을 들여 지상 1층·지하 2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이 건물은 담 회장 가족들의 체력단련실, 외제차 보관소, 사진작업실 등으로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3억원도 I사가 대신 부담했다.

담 회장 측은 실형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방어에 나섰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 모였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그만큼 유명한 변호사들이 담 회장을 겹겹이 둘러쌌다.

담 회장 측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정기 전 제주지검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여기에 검찰청에서 이름 꽤나 날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도 변제했다. 담 회장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검찰 측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한 회삿돈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전액 갚았다. 담 회장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변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무거운 형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어 경영인으로서 ‘담철곤 업적’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공판 때마다 해외시장 진출 등의 담 회장 공로를 부각시켰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도 지난 8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담 회장은 ‘35g 외교관’초코파이로 대한민국의 정을 세계 60개국에 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담 회장의 구속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오리온은 TV와 신문 등에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초코파이의 국위 선양을 내세운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일반 제조업체 최초로 무려 2분짜리 지상파 방송용 초코파이 CF까지 만들어 선보였다. 오리온은 “한국 과자의 자부심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리온의 광고 공세와 담 회장의 재판이 겹치자 업계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판결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담 회장의 노력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공정사회의 취지를 훼손한 책임이 크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책해 눈길을 끌었다.

선장 잃은 ‘오리온호’
큰 충격 속 망연자실

재판부는 “개인재산이 적지도 않은 회장으로서 준법경영, 투명경영에 대한 고도의 책임 의식이 필요함에도 지위에 걸맞은 책임을 못하고 계열사를 사유물로 여기는 범행을 했다”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이나 국제경쟁력을 이유로 선처를 바라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선장 잃은 ‘오리온호’는 패닉 상태다. 담 회장이 실형을 살게 되면서 오리온그룹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오너가 없다고 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리온그룹은 내부적으로 항소를 검토하고 있으나 당분간 담 회장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있어도 오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며 “풀어야 할 현안들이 쌓인 데다 오너 부재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까지 겹친 회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오리온그룹은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이 형집행 중간에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고 해도 검찰과 담 회장간 법리공방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중에 혐의를 벗더라도 큰 타격을 입은 오리온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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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