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여행 ③군산 선유도

신선은 더위를 어떻게 이겼을까?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바다가 육지로 변하고,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는 다리로 연결됐다.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는 세상이다. 새로 열린 길 따라 선유도에서 여름을 즐겨보자. 유람선 타고 바다에서 고군산군도를 입체적으로 감상한 다음, 자동차로 선유도까지 달려보자. 신시도에서 무녀도, 무녀도에서 선유도, 선유도에서 장자도를 징검다리처럼 건넌다. 장자교, 대봉전망대, 선유도해수욕장 등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 명소를 둘러보면 어느새 더위가 사라진다.

새만금방조제를 달리는 길은 거침이 없다. 고속도로보다 반듯한 길이 바다 위에 직선으로 놓였다. 비현실적이라 어리둥절하지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비응도에서 13.5km쯤 가면 유람선이 출발하는 야미도선착장이 나오고, 다시 3.5km 남짓 달리면 신시도에 들어선다. 예전에는 모두 섬이던 곳이다.

63개의 섬 ‘고군산군도’

선유도유람선을 타기 전에 새만금휴게소 신시광장에 들러보자. 광장 한가운데 새만금방조제준공탑이 있고, 신시배수갑문도 보인다. 갑문 뒤로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고군산군도는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로 구성된 섬의 무리로, 선유도가 그중 대표 섬이다. 고군산은 옛 군산이란 말이다. 군산도라 불린 선유도에 수군만호가 상주하던 군산진이 지금의 군산으로 이전하면서 그렇게 불렸다.


선유도유람선은 야미도선착장에서 출항한다. 사람들이 타자 일억조호가 힘차게 선착장을 박차고 나간다. 이 유람선은 1층에서 품바 공연이 열리는 점이 특이하다. 풍경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 직원이 들려주는 해설을 듣고, 경치를 보다 지루하면 1층에서 공연을 즐긴다.


유람선이 출항하면 먼저 갈매기의 쇼가 펼쳐진다. 갈매기는 사람이 손에 쥔 과자를 귀신같이 채 가고, 던져줘도 덥석덥석 잘 받아먹는다.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이 볼 만하다. 하늘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며 비상하는 모습이 멋지다.



유람선이 신시도를 지나자, 멀리 고군산대교가 나타난다. 돛 모양 주탑 덕분에 다리가 출항하는 배처럼 보인다. 본래 주탑 2개로 설계됐지만, 섬과 섬 사이가 좁아 1주탑 방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선유도의 선유3구선착장에 접근하니 빨간색 기도등대가 눈길을 끈다. 두 손바닥을 모은 생김새는 어민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한다.


유람선이 선유도와 대장도 사이를 미끄러져 들어가자, 수려한 선유도해수욕장이 나타난다. 눈부신 백사장 뒤로 진안 마이산을 닮은 망주봉 두 봉우리가 우뚝하다. 반대편에는 대장도의 수려한 봉우리가 드러난다. 유람선 직원이 산 중턱에 자리한 길쭉한 바위를 보라고 알려준다. 등에 아기를 업고 먼 곳을 바라보는 장자할머니바위다. 자신이 뒷바라지해 과거에 급제한 할아버지가 소첩과 함께 오는 모습을 본 할머니가 아기를 업은 채 굳어 바위가 됐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바다가 육지로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자동차로 여행

유람선은 빨간색 도보 전용 장자교와 장자대교 아래를 연달아 지난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유람선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선유도의 남쪽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흰색 인어등대가 나타난다. 인어 머리 위에 등명기가 있고, 인어는 합장한 자세다. 인어가 어민의 안전을 기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 옆에 구멍 뚫린 바위, 동문도 신기하다. 구멍 반대편으로 바다가 보인다.
선유도의 선유봉은 바다에서 보면 기암이 절경을 이룬다. 이제 유람선은 힘차게 선유대교 아래를 지난다. 바다에서 올려다본 빨간색 선유대교의 곡선미가 우아하다. 이제 유람선은 토끼 귀처럼 보이는 망주봉의 배웅을 받으며 야미도선착장으로 되돌아간다.


유람선 여행이 끝나면 자동차를 타고 섬에 들어갈 차례다. 길은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신시도를 관통해 고군산대교로 이어지고, 무녀도를 지나 선유대교에 닿는다. 유람선으로 지난 곳에 와보니 풍경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유람선으로 둘러보며 찍어둔 곳은 장자교, 선유도해수욕장과 대봉전망대다.


우선 도보 전용 장자교로 향한다. 섬과 섬을 걸어서 건너는 게 신기하다. 다리 중간에 서니 세찬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린다. 다리 건너 올려다본 대장봉은 무서운 장수가 버티고 선 느낌이다. 다시 장자교를 건너 선유도해수욕장을 지나 선유3구 앞에 차를 세웠다. 군산구불길 ‘고군산길’ 이정표를 따라 20분쯤 오르면 대봉 정상에 닿는다.


정상 아래 대봉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자 “와~” 탄성이 나온다. 드넓은 선유도해수욕장과 망주봉,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여기서는 선유팔경의 여러 절경을 볼 수 있다. 선유도해수욕장에 고운 모래가 깔린 모습이 ‘명사십리’, 기러기가 내려앉은 것 같은 해수욕장 모습은 ‘평사낙안’이다. 망주봉 두 봉우리 사이를 자세히 보면, 비가 많이 올 때 흘러내린 ‘망주폭포’ 흔적도 눈에 띈다. 저물 무렵에 찾아오면 ‘선유낙조’가 그만이다.


시원한 선유도해수욕장

대봉전망대를 내려오면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땀을 씻어내자. 깨끗하고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이 거대한 운동장 같아 속이 시원하다. 곽재구 시인은 이 백사장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떠올리며 ‘선유도’라는 시를 썼다. 해수욕장은 바다로 100m쯤 나가도 물이 허리 높이 정도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천천히 바닷물에 들어가니 서늘한 기운이 몰려온다. 선유도 신선들은 고군산군도를 구석구석 구경하다가 이곳에 몸 담그고 더위를 이기지 않았을까?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새만금휴게소 신시광장→선유도유람선 관광→장자교→대봉전망대→선유도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새만금휴게소 신시광장→선유도유람선 관광→장자교→선유도해수욕장→선유도(숙박)
둘째 날: 선유도해수욕장→대봉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군산문화관광 http://tour.gunsan.go.kr
- 선유도닷컴 http://sunyoudo.com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5
- 군산관광안내소 063)453-4986
- 고군산군도관광안내소 063)465-5186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6회(05:35~20:39)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3: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비응항-선유도·장자도, 비응항 정류장에서 하루 15회(06:30~ 20:30) 운행. 약 2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우성여객 063)462-7135
- 배: 군산유람선-야미도선착장에서 하루 2회(오전 10시, 오후 2시) 운항(전화 확인 필수), 약 1시간30분 소요. 월명유람선-비응항선착장에서 하루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운항(전화 확인 필수), 약 2시간 소요. 
*문의: 군산유람선 063)442-8845 월명유람선 063)445-2240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새만금휴게소 
- 부산 출발: 남해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 IC→군산 방면→새만금휴게소
- 광주 출발: 호남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새만금휴게소

숙박 정보
- 차칸호텔: 군산시 소룡1길, 063)464-6205, www.chakanhotel.kr
- 베스트웨스턴군산호텔: 군산시 새만금북로, 063)469-1234, www.gunsanhotel.co.kr
- 장자도바위섬펜션: 옥도면 장자도2길, 063)466-8005, www.bawiseom.com 

식당 정보
- 고래포차(활어회·회덮밥): 군산시 선유도3길, 010-7511-1270
- 군산수산물종합센터(활어회): 군산시 내항2길, 063)442-4822
- 중앙식당(반지회·아귀찜): 군산시 해망로, 063)446-0471
- 복성루(짬뽕): 군산시 월명로, 063)445-8412

주변 볼거리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금강철새조망대, 채만식문학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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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