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재벌사위 토사구팽 속사정

장인에 엉기다 맨몸으로 쫓겨났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에 한 소송 결과가 시선을 끌고 있다. 지금은 남남이 된 옛 재벌 장인과 사위가 수십억원대 주식 소유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는데, 그 내막이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한 식구였던 이들은 어쩌다 소송까지 갔을까. 그리고 그리 좋던 사이는 왜 틀어졌을까.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 사건의 전말을 담아봤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모 업체 A회장과 옛 사위 B씨가 벌인 소송이 결국 A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 1부는 지난 3일 B씨가 “A회장이 자신의 회사 지분 빼돌렸다”며 A회장을 상대로 낸 횡령금 등 청구소송에서 A회장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식은 사실상 장인인 A회장의 것”이라며 “B씨의 청구 소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7년 B씨가 소송을 제기한지 4년 만에 진흙탕 싸움이 일단락됐다. 사실 A회장과 B씨 사이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창업 초기 서로 의지하며 회사를 일군 둘도 없는 ‘사업 파트너’였다.

나중에 ‘본전’ 생각?

1992년 A회장의 장녀와 결혼한 B씨는 이듬해부터 장인의 회사에서 관리과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후 둘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회사를 키워나갔다. 회사는 1990년대 말부터 급성장해 2000년대 초 업계 선두자리에 올라섰다.

B씨는 A회장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 상무이사까지 맡았다. 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회사 주주명부에도 전체 주식의 12%인 12만주를 가진 것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주식은 1990년대 A회장이 액면가 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뒤 B씨에게 증여한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회사는 2003년과 2004년 한 차례씩 실시한 유·무상 증자에서 B씨의 주식을 실권처리하고 이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B씨는 뒤늦게 발끈했다. B씨는 2007년 3월 “A회장에게 증여받은 주식 12만주에 대한 유상증자분 등을 배정받지 못했다”며 A회장을 상대로 23억6000만원을 요구하는 횡령금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에 A회장은 “해당 주식은 사위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맞섰다.

청구액 24억6000만원은 B씨가 실권하지 않았을 경우 소유했을 주식을 당시 시세로 계산한 금액과 그동안 받지 못한 배당금을 합산한 금액이다. 소송이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지자 회사 측은 “B씨가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악용해 횡령 소송을 제기했다”며 “회사의 문제가 아닌 단순 가족간의 분쟁으로 횡령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송은 일진일퇴 공방전으로 다소 복잡하게 흘러갔다. 2008년 2월 1심은 A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B씨가 주식 12만주를 자기 돈으로 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회장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 보고 B씨가 낸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 명의로 인수된 주식에 대한 주금 및 이로 인해 발생한 증여세를 모두 A회장이 납부한 점 등에 비춰 B씨가 A회장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B씨는 다음달 곧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2심 소송을 제기한 것. 회사 관계자는 “1심 소송이 기각됐는데도 B씨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 항고심도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업파트너로 손발 맞추다 회사 성장하자 등 돌려 
25억 주식 두고 진흙탕 싸움…중간에 집안서 퇴출

그러나 법정분쟁 2라운드에선 B씨가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법은 2009년 6월 원고패소한 1심을 깨고 “A회장은 B씨에게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실권한 6만주에 대해 6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명의신탁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해당 주식을 B씨의 소유로 볼 수 있다”며 “A회장 측의 일부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A회장의 주장도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B씨의 미소도 잠시. 대법원은 2009년 11월 “원고가 주장하지 않은 무상증자 주식 6만주에 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위법하다”며 원심이 지급명령한 6억4000만원 중 6억2000만원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를 받아들인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3월 “B씨가 자신의 주식이 실권 처리되는 것을 인지하고도 장기간 이를 묵인했다. 이는 사후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B씨의 패소를 결정했고, 결국 최종 결정권을 쥔 대법원이 이번에 “서울고법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확정한 것이다.

가정 잃고 돈 날리고

재판부는 “B씨의 주식을 실권 처리하고 우리사주에 배정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 과정에서 A회장이 재산상 이득을 얻지 않았다”며 “또 B씨는 실권 사실을 알았지만 무상증자와 배당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는 기간 동안 이를 묵인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암묵적 승낙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B씨는 A회장과 주식분쟁을 겪으면서 처갓집 식구들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부인과도 거의 남남처럼 지내다 결국 2008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B씨가 주식 실권이 있었던 2004년 소송을 내지 않고 3년 뒤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부인과 사이가 틀어지자 ‘본전’ 생각이 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여튼 B씨는 소송 과정에서 가정도 잃고, 돈까지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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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