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여행 ②충남 태안군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여름철 태안 여행은 백사장이 좋은 바닷가에 숙소를 잡아놓고 해수욕을 하면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정답이다. 물이 아직 차가운 오전에 관광지 한두 군데 돌아보고, 오후 내내 물놀이하면서 느긋하게 즐긴다. 태양이 뜨겁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더위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 한가운데로 달려가는 유람선을 타면 바람이 더 시원하다.

산에 국립공원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안(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기암절벽이 발달했으며, 눈부신 백사장이 많다. 가까운 바다에는 작지만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졌다. 태안반도 일대의 해안과 섬을 엮어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흥유람선 타기다.

독특한 바위들

안흥내항과 신진대교로 연결된 신진도에 들어가면 안흥외항이 나온다. 섬 이름을 따서 신진도항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있는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안흥유람선과 가의도행 여객선이 출발한다. 


유람선은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1시간 소요), 안흥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B코스(1시간30분 소요), 옹도에서 내려 등대를 보고 오는 옹도 하선 코스(2시간40분 소요)가 있다. 옹도 하선 코스는 날씨와 파도에 따라 출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한다.


옹도 하선 코스가 이미 출발해, B코스 표를 사고 승선 카드를 작성한 다음 선착장으로 향한다. ‘유람선 타는 곳’ 간판 양쪽으로 건어물 매대가 늘어섰다. 여기서 주전부리나 안줏거리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매표소 매점에서 새우 과자도 한 봉지 살 것.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일은 없다. 유람선 내 간이매점에도 새우 과자와 음료수가 있다.



유람선이 출발하면 어디선가 갈매기 떼가 뒤따라온다. 새우 과자를 던져주면 ‘탁’ 소리를 내며 낚아채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과자를 들고 팔을 뻗으면 가까이 날아와 잡아채기도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갈매기 먹이 주기에 신이 난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우아하게 바람을 타는 갈매기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유람선이 섬에 다가가면 선장이 해설을 시작한다. 정족도는 가의도와 옹도를 제외하고 유람선 코스 가운데 눈에 가장 띈다. 식물이 거의 없는 바위섬으로, 가마우지 서식처다. 하얗게 뒤덮인 부분은 새 배설물이라고.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여객선이 다닌다. 마늘로 유명한 태안에서도 가의도 육쪽마늘이 원조라고 한다. 가의도 동쪽에 활처럼 휜 해변이 있고, 그 남쪽 끝에 독특한 바위 세 개가 보인다. 사이좋게 선 형제바위, 끝이 뾰족한 돛대바위, 가운데가 뚫린 독립문바위다.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사자바위, 섬 주민의 장수를 기원한다는 거북바위, 여자바위, 코바위, 물개바위 등 사연 있는 바위가 많다. 이 일대 마도해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빠르고, 바닷속에 암초가 많아 예부터 난파선의 공동묘지였다. 2007년 주꾸미 그물에 걸려 올라온 청자를 발견한 데서 시작된 태안선부터 2015년 마도4호선까지 난파된 고려·조선 시대 선박을 이 바다에서 인양했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해안선 아름다워
해안·섬 엮어 태안해안국립공원 지정

가의도에서 서쪽으로 더 달리면 유인 등대가 있는 옹도에 이른다. 옹도 하선 코스를 이용하면 옹도에 내려 동백 숲과 옹도등대 등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옹도는 100년 넘게 출입을 통제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유람선은 내부 선실과 야외 갑판으로 구성되는데, 아무래도 갑판 쪽이 인기다. 갈매기랑 눈을 마주치기도, 평상에 앉아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도 갑판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모임 등 유람선을 탄 이들은 바다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며, 갈매기와 노는 재미에 푹 빠진다. 한두 시간 짧은 바다 여행이 끝나고 항구로 돌아가는 길, 방파제 끝에 선 빨간 등대가 유람선을 맞아준다.



안흥내항과 신진도를 잇는 안흥나래교는 길이 300m, 폭 3m 해상 인도교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 인상적이다. 안흥나래교가 생기면서 조용하던 안흥내항이 활기를 되찾았다. 다리 반대편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태안보존센터다. 이곳에 마도해역에서 인양한 태안선과 마도1~4호선, 수중 유물을 일반에 공개하는 서해수중유물전시관이 올해 말쯤 개관할 예정이다. 안흥나래교는 낮에도 예쁘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더 근사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해 발걸음마저 상쾌하다.


안흥내항 뒷산 언덕에 자리한 안흥성(안흥진성)은 1655년(효종 6)에 축성했다. 성을 쌓은 돌에 담당한 고을의 석공 이름이 새겨져, 이 부근 고을의 인부들이 동원됐음을 알 수 있다. 동학혁명 때 성내 모든 건물이 소실되고 성곽이 무너졌다. 지금은 동서남북 4개 문 가운데 서문인 수홍루와 성곽만 복원한 상태다. 수홍루에 오르면 서쪽으로 옛날 경상·전라 지역에서 도성으로 가던 배들이 지나던 바닷길이 보인다. 성곽을 따라 올라가면 태극사가 나오고, 북문이 있던 자리가 눈에 띈다. 수홍루 근처 문화해설사가 상주하는 안내소에서 안흥성과 안흥 앞바다에 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안흥항에서 가까운 연포해수욕장은 캠핑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기는 곳이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솔밭에 텐트를 치고 해변에서 물놀이, 갯벌 체험을 하기 좋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벌에서 조개를 캐보자. 바지락과 맛조개가 많은데, 따로 비용을 받지 않아 더 즐겁다.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수상스키 등 간단한 수상 스포츠도 가능하다. 활처럼 휜 해변 앞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이 섬 옆으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볼 만하다.


청산수목원의 여름은 연꽃 세상이다. 연을 식재한 수생 정원이 수목원에서 가장 넓다. 수련, 백련, 어리연꽃, 가시연 등 다양한 연이 앞다퉈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연꽃이 절정을 이루는 8월 말까지 태안연꽃축제가 열린다. 

청산수목원 ‘연꽃’

모네 연원(연꽃 정원), 밀레 정원, 고갱 가든, 고흐 브릿지 등 주제별로 꾸며 이채롭다. 밀레 정원은 ‘이삭 줍는 사람들’ ‘만종’ 등 밀레의 대표작을 표현한 조형물이 있는 잔디 정원이다. 근처에 홍가시나무가 늘어선 포토 존과 울타리가 예쁘다. 이국적인 억새류로 가득한 팜파스원, 알록달록 핀 꽃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허브원까지 수목원이 꽤 넓고 볼거리도 많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안흥유람선→연포해수욕장→안흥나래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안흥유람선→안흥성→연포해수욕장→안흥나래교
둘째 날: 청산수목원→만리포해수욕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태안군청 오감관광 www.taean.go.kr/tour.do
- 안흥유람선 www.shinjindo.com
- 청산수목원 www.greenpark.co.kr
- 연포해수욕장 www.yeonpo.net  

문의 전화
- 태안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41)670-2766
- 안흥유람선 매표소 041)675-1603, 674-1603
- 청산수목원 041) 675-0656
- 연포해수욕장번영회 041)674-090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태안,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40~20:0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1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 통합예매 www. kobus.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운암로→운산교차로에서 서산 방면 우회전→서해로→두야교차로에서 신진도·안흥 방면 좌회전→태흥로→신진도길→마도길→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


숙박 정보
- 피노키오펜션: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www.pinocchiopension.com
- 연포해수욕장캠핑장: 근흥면 연포2길, 041)674-0909
- 블레스오션펜션: 근흥면 용도로, 041)673-2727, www.blessocean.co.kr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www.chollipo.org 

식당 정보
- 방포회타운(회·매운탕): 안면읍 방포항길, 041)674-0026
- 끼웅이네밥집(바지락탕): 근흥면 마도길, 041)675-6456
- 생생왕꽃게(간장게장·게살쌈장): 남면 천수만로, 041)675-4133, www.sjcrab.net
- 꾸지나무골회수산 (모둠회): 이원면 꾸지나무길, 041)674-7850

주변 볼거리
갈음이해수욕장,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태안신두리해안사구, 두웅습지, 천리포수목원, 몽산포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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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