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여행 ①춘천 물레길

푸른 호수 위 낭만 뱃사공이 되어봐!

물놀이 계절의 절정이다. 계곡과 바다, 수영장, 얼음물 세숫대야까지 모두 경험했다면, 색다른 물길 여행을 떠나보자. 호반의 도시로 떠나는 ‘춘천 물레길’이다. 이색 체험으로 각광받는 우든 카누가 물레길의 주인공.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패들 젓는 노동까지 더해졌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의암호 한가운데 무인도로 다가가 아마존 정글을 탐사하듯 짜릿한 경험이 더위를 삼킨다.

카누 타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10분 남짓한 카누 탑승 교육 시간이 얼마나 쉬운지 말해준다. 앞으로 나가고 싶으면 그립(패들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블레이드를 물속 깊숙이 담근 뒤 앞에서 뒤로 민다. 후진할 때나 물풀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뒤에서 앞으로 젓는다. 방법을 외우지 말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쉽다. 가볍고 탄성이 좋은 적삼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호수로 나아가 패들링을 해보면 방향감각이 바로 잡힌다.

친환경 레포츠

춘천중도물레길 조윤호 이사는 춘천 물레길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꼽힌 이유를 설명한다. “적삼나무로 만든 카누는 플라스틱 카누보다 견고하고, 중심 잡기도 수월해요. 카누는 36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80세 노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한 수상 레포츠라 더없이 좋습니다.”
연령과 시작 시기에 관계없이 언제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카누의 가장 큰 장점. 질주하기 위한 모터, 동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기름 냄새나 소음이 없는 무동력 친환경 레포츠다. 게다가 물 위에는 정해진 길이 없어 늘 새롭다. 고요한 호수 위 카누에 앉으면 수면과 시야가 수평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뭍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춘천 물레길 카누 체험은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널뛰기할 때 한복판을 괴어 중심을 잡듯이 비교적 몸무게가 가벼운 아이들은 가운데 앉힌다. 손에 패들이 있지만 이따금 젓는 척, 흉내낼 뿐이다. “아빠, 뒤에서 앞으로 저어야지~ 엄마는 앞에서 뒤로!” 패들링의 요령을 익힌 아이는 말로 코치하는 것이 즐겁다. 균형을 잃어 호수에 빠져도 괜찮다. 구명조끼에 기대어 유영하면 그만이니까. 체험할 때는 구조대가 항상 대기 중이므로 안전하다.


카누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카누를 만들기도 한다. 춘천 물레길의 카누 체험 운영 업체는 ‘카누 제작 교실’을 운영하며 카누이스트를 양성한다. 재료와 100% 수작업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자신의 카누를 가지고 평생 여가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붐빈다.


이색 체험으로 각광받는 ‘우든 카누’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한 수상 레포츠

물레길 카누 코스는 업체별로 다양하다. 춘천중도물레길에서는 의암호의 섬 가운데 있는 중도유원지와 무인도 자연생태공원을 지나는 ‘자연생태공원길’이 일반적이다. 총 길이 약 3km로 1시간 코스다. 초보자에게 적당한 코스는 ‘물풀숲길’과 삼천동 하늘 자전거길을 지나는 ‘철새둥지길’이다. ‘중도종주길’과 ‘스카이워크길’은 중급자 이상 코스로, 5~6km 거리에 2시간이 걸린다.


카누 체험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하며, 해가 지는 저녁엔 낭만 가득한 노을 카누도 즐길 수 있다. 코스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계절과 당일 날씨에 따라 변동 운영되므로 출발 전에 확인하고 갈 것. 카누 한 대에 어른 3명(혹은 어른 2명과 어린이 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현재 카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는 춘천중도물레길, 춘천물레길, 춘천의암호물레길, 사단법인 물길로 등이 있다.


물레길 카누 체험을 마치면 주변 관광지로 떠나보자.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소양2교, 소양강 처녀상과 더불어 춘천에서 첫손에 꼽히는 관광 명소다. 총 길이 174m, 투명 유리 구간 156m에 이르는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다. 공용주차장에서 스카이워크로 향하는 지하보도부터 모두 경사로가 조성되어, 유모차와 휠체어도 접근하기 쉽다. 다만 스카이워크 내 반입은 안 된다. 안전을 위해 덧신을 신고 입장하면 유리 바닥 아래로 소양강이 일렁인다. 강바람을 맞으며 물 위를 걷는 기분이 짜릿하다. 낙조 시간에 맞추면 해 저문 소양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토요일은 인근에서 춘천번개야시장(오후 5~11시)이 열린다.


의암호를 왼편에 두고 드라이브하면 소양호와 소양강댐이 나온다. 소양호일주유람선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면 청평사로 갈 수 있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서 향토 음식점이 발길을 붙든다. 오봉산 기슭을 따라 내려오는 차디찬 계곡이 다시 발길을 잡고, 한여름에도 나무 그늘이 시원한 숲길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호젓한 청평사를 만난다. 973년(광종 24)에 창건된 청평사(명승 70호)는 고려 시대 흔적이 곳곳에 있다.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

돌아오는 길, 남산면 햇골길에 위치한 제이드가든은 파란 하늘과 주홍빛 지붕이 어우러진 방문자센터부터 이국적 풍경이 넘친다. 약 16만㎡ 규모에 24개 테마로 구성된 수목원에서 3900종이 넘는 생명이 자란다. 수목원을 가로지르는 나무내음길로 언덕 오르듯 천천히 걸어보자. 주변에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팽나무 등이 그늘을 만들어준다. 밤 10시까지 조명을 밝히는 숲 속의 작은 유럽, 제이든가든이 긴 여름밤의 낭만을 더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춘천 물레길 카누 체험→공지천조각공원→소양강스카이워크→애니메이션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춘천 물레길 카누 체험→공지천조각공원→소양강스카이워크→애니메이션박물관
둘째 날: 소양호, 소양댐→청평사→제이드가든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시 문화관광 http://tour.chuncheon.go.kr
- 춘천물레길 www.mullegil.org
- 춘천중도물레길 www.ccmullegil.co.kr
- 춘천의암호물레길 http://joymullegil.co.kr
- 사단법인 물길로 http://mullegil.or.kr
- 청평사 http://cheongpyeongsa.co.kr
- 제이드가든 www.hanwharesort.co.kr/irsweb/resort3/tpark/tp_intro.do?tp_cd=0400
- 춘천번개야시장 https://bgsj.modoo.at

문의 전화
- 춘천시청 경제관광국 관광정책과 033)250-3063
- 춘천물레길 033)242-8463
- 춘천중도물레길 033)243-7177
- 춘천의암호물레길 033)242-2006
- 소양강스카이워크 033)240-1695
- 소양호유람선 033)242-2455
- 청평사 033)244-1095, 제이드가든 033)260-83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분 간격(06:00~23:59) 운행, 약 1시간10분~1시간40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50·51번 버스, 공지사거리 정류장에서 75번 버스 환승, 송암스포츠타운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하루 18회(06:00~22:48) 운행, 약 1시간1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지하철: 상봉역-춘천역, 경춘선 약 25분 간격(05:30~23:12) 운행, 약 1시간2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강촌 IC→강촌IC교차로에서 좌회전→발산교차로에서 춘천·강촌 방면 우회전→강촌교차로에서 양구·춘천 방면 우회전→경춘로→의암교차로에서 화천·춘천댐 방면→박사로→신연교 건너 좌회전→옛경춘로→스포츠타운길

숙박 정보
- 베니키아춘천베어스호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5-4300, www.hotelbears.co.kr
- 춘천관광호텔: 춘천시 중앙로68번길, 033)257-1900, www. hotelchuncheon.com
- KT&G 상상마당 춘천스테이호텔 :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식당 정보
- 우성닭갈비 본점(닭갈비): 춘천시 후만로, 033)254-0053, www.woosungdk.com
- 곰배령(강원나물밥정식): 춘천시 춘천로, 033)255-5500
- 춘천통나무집닭갈비(닭갈비·막국수): 신북읍 신샘밭로, 033)241-5999, www.chdakgalbi.com

주변 볼거리
강원도립화목원, 삼악산, 국립춘천박물관,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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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