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여행 ③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별 가득한 밤하늘 아래 즐기는 싱그러운 숲 산책

요즘 사람들, 하늘은 봐도 별은 보지 못한다. 밤이면 가로등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별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대낮처럼 환한 밤, 아이들은 이제 별을 보며 공상에 빠지거나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는다. 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 손잡고 ‘빛 오염’이 없는 곳에서 ‘별 구경’을 하고 싶은 이들은 전남 장흥군 억불산으로 가보자. 맑고 투명한 하늘을 인 곳이다. 해가 지면 서쪽 하늘 근처에 별이 하나둘 돋기 시작하고, 이내 쌀알을 뿌려놓은 듯 별이 가득 찬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편백은 보통 40 m까지 자란다. 언뜻 보면 삼나무나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하지만 납작하게 펼쳐진 잎이 특징이다. 장흥군은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피톤치드를 즐기려는 사람이 몰려든다.

피톤치드 가득

편백 숲 산책은 잠시 미루고 억불산에 올라보자. 정상 가까운 곳에 정남진천문과학관이 자리한다. 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주관측실에는 600mm 반사망원경과 152mm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성운, 성단, 은하 등 우주의 실제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에도 망원경 6대가 있어 태양의 홍염과 흑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흐리고 비가 오면 천체관측이 불가능하니, 출발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하고 천문과학관에 문의한다.

2층에 위치한 전시실도 흥미롭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우주 탐험의 역사와 재미있는 우주 속 현상을 학습하고, 별자리 역사와 사계절 별자리, 태양계의 행성, 행성의 운동, 케플러법칙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편백 숲을 걸으면서 보는 별은 어떨까. 사실 여름은 별을 관측하기 적당한 시기가 아니다. 대기가 불안정하고 희뿌연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불산 편백 숲 주변은 대기가 깨끗해서 하늘 가득 뿌려진 별을 관찰하기 좋다.


여름철 별자리는 저녁 무렵 하늘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다. 한여름 밤에 고개를 들면 직각삼각형으로 놓인 밝은 별 세 개가 보인다. 이 별이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가(직녀성),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알타이르(견우성),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데네브다.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세 별을 이용하면 다른 별자리를 찾기 쉽다. 베가와 데네브를 긋는 선을 경계로 알타이르와 반대되는 곳에 북극성이 자리한다. 이 별들을 찾았다면 여름철 별자리의 기본은 안 셈이다.



별빛 가득한 숲 속을 산책하면 형용할 수 없이 기쁘고 즐겁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로 오솔길이 희미하게 뻗었다.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가끔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싱그러운 숲 향기가 묻어난다. 힘껏 심호흡을 하면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가슴 가득 밀려든다. 도시에서 맡던 공기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마치 다른 세상의 공기 같다.

울창한 편백 숲 속, 여름별 관찰
황토흙집, 삼나무한옥에서 하룻밤 묵어

피톤치드는 식물을 뜻하는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이 있는 ‘cide’를 합친 말이다. 식물이 몸에 상처가 나면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분비하는 항균물질인데, 인간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편백은 침엽수 가운데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뿜어내, 소나무와 잣나무를 능가한다. 사람들이 호흡을 통해 마시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농도를 절반 이상 줄여준다. 고혈압과 심장병에 좋고,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숲이 좋은 것을 몸이 먼저 아는 듯,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꼭 밤이 아니어도 괜찮다. 편백 숲에는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3736m ‘말레길’이 있다. ‘말레’는 대청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장애인도 이 길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을 놓지 않았다. 정상까지 완만한 나무 데크를 따라 흙 한 번 밟지 않고 오른다.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황토흙집, 목조주택, 삼나무한옥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춰 밤하늘의 별과 피톤치드를 함께 만끽하기 좋다.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이청준, 한승원, 이승우, 송기숙 등 한국 현대 소설을 이끈 문인들이 나고 자란 곳이 바로 장흥이다. 먼저 들러야 할 곳은 회진면이다.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승원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한승원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재공원을 지나 한승원 생가와 신상리 해산한승원문학현장비까지 ‘한승원소설문학길’이 조성되었다. 한재공원에 오르면 회진면 일대와 노력도를 품은 남해가 보인다. 봄이면 10㎡에 이르는 이곳에 할미꽃이 가득 핀다.


한재공원에서 내려오면 고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진목마을이다.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끈 선생은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중편소설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진목마을은 이 묘사 그대로다. 마을 앞쪽 동산 같은 산 너머에는 회진 앞바다가 펼쳐지고, 마을 뒤쪽으로 천관산이 버티고 섰다.

마을 입구에서 표지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청준 생가가 보인다. 자그마한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마을에 들어서기 전, 〈천년학〉 세트장을 만난다. 〈천년학〉은 이청준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다. 임 감독은 이청준 연작소설 <서편제〉와 장편소설 <축제〉 등도 영화로 만들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자리한 곳이 장흥군 관산읍이다. 이곳에 10층 규모로 지은 정남진전망대가 있다. 보성과 고흥, 완도를 품은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문학의 고장 ‘장흥’

장흥은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장흥삼합’이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된장물회를 맛보자. 된장을 푼 시원한 국물에 열무김치를 푸짐하게 넣은 색다른 물회다.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리고 회를 듬뿍 얹어내는데,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숟가락을 바쁘게 만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천문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천문과학관
둘째 날: 한재공원→진목마을 이청준 생가→정남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정남진천문과학관 http://star.jangheung.go.k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57
- 정남진천문과학관 061)860-0651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7회(08:00~16:50) 운행, 약 5시간 소요. 광주-장흥,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05~20:3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버스타고 www.bustago.or.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제2순환도로→남해고속도로 장흥 IC→장흥읍→우드랜드길→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숙박 정보
- 스파리조트안단테: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100~3, www.andanteresort.com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장흥읍 우드랜드길, 061)864-0063, www.jhwoodland.co.kr
- 천관산자연휴양림: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huyang.go.kr
- 유치자연휴양림: 유치면 휴양림길, 061)863-6350, www.yuchi.or.kr


식당 정보
- 우리집횟집(된장물회): 회진면 회진선창길, 061)867-5208
- 끄니걱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명희네음식점(매생이탕):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3369, www.myunghee.net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보림사, 천관산문학공원, 방촌유물전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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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