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실세’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 ‘빌딩 암투’ 전말

테헤란로에 600억 묻고…아직 눈 못 감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민들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6공 실세’ 엄삼탁씨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의 유족과 옛 측근이 3년째 소송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들은 강남 수백억원대 빌딩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고인이 생전 명의신탁” vs “제값 다 주고 샀다” 
유족-측근 18층 건물 소유권 두고 3년째 진실공방


고 엄삼탁씨는 ‘6공 황태자’ 박철언씨와 함께 노태우 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인물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6공화국 실세 중 실세였다. 1965년 경북대 사범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학군단(ROTC) 3기로 임관한 엄씨는 수도경비사령부에 재직 당시 연대장이던 노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 6공 시절 이름을 날렸다.

특유의 충성심으로 노 전 대통령의 궂은일을 도맡아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가 정권을 잡자 승승장구하다 예비역 소장으로 전역, 국가정보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보좌관(1989년)과 기획조정실장(1990∼1993년) 등을 역임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려

기조실은 안기부 조직관리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따라서 역대 안기부 기조실장은 최고 통치권자의 ‘측근 인사’가 기용됐다. 이들은 안기부의 예산을 관장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사금고지기’ 역할까지 맡았다. 엄씨는 노태우 정권 5년 중 무려 3년씩이나 기조실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총애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엄씨는 YS정부가 들어선 뒤 1993년 병무청장으로 기용됐으나 곧바로 슬롯머신 사건에 휘말려 낙마했다. 이후 끊임없이 정치적 재기를 노렸다. 1997년 대선 때 재경 경북도민회장을 맡으면서 반대편에 섰던 DJ 진영에 합류했지만, 이듬해 대구 달성 보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패배하는 등 정치 재기가 여의치 않자 체육계로 돌아섰다.

군 시절 국군체육부대장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부회장(1993년),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1998년), 한국씨름연맹 총재(1999∼2002년) 등을 지냈다. 민주당 부총재와 대구시지부장을 역임하고 2002년 탈당한 뒤 또 다시 2005년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되면서 완전히 정치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2008년 2월 지병인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8세.

이렇게 국민들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6공 실세 엄씨가 최근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의 유족과 옛 측근이 3년째 소송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들은 강남 수백억원대 빌딩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때 가깝게 지내던 이들은 무슨 이유로 어쩌다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일까. 사건은 엄씨가 별세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씨의 유족에 따르면 엄씨는 사망 직전 지인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은 강남 빌딩을 찾아 달라. 내 소유인데 다른 사람 명의로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것이니 원래대로 내 가족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엄씨는 인감증명이 첨부된 확약서와 위임장, 각서 등도 건넸다. 문서엔 ‘위 부동산은 본인 명의로 돼 있으나, 부동산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엄삼탁이고 본인은 단순한 명의수탁자입니다’란 내용이 적혀있었다.

유족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주였던 권모씨 등이 엄씨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이를 변제하기 위해 2000년 부동산을 엄씨에게 팔았다”며 “당시 강남에 신축 중인 빌딩의 부지를 다른 사람의 명의로 옮긴 뒤 공사비용을 엄씨가 대줘서 2001년 건물을 완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인에 대한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엄씨가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 명의를 맡기고 관리하도록 했던 것”이라며 “엄씨는 실소유주가 노출될 만한 금융 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는 등 빌딩과 토지가 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보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자금 추적 피해 숨겨둔 재산”
무슨 돈으로…출처 의문 증폭


‘명의신탁’은 소유관계를 공시하도록 돼 있는 부동산 등의 재산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제3자의 명의로 등기부에 등재한 뒤 실질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종중(문중)재산의 위탁관리 등을 인정하기 위해 허용된 당사자간의 계약관행으로, 그동안 법률적인 규정이 없어 취득세·양도세 등의 조세부과를 회피하거나 각종 규제를 피하는 등 재산도피 수단으로 악용됐었다. 그러나 1995년 7월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외조항을 제외하고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엄씨가 자신의 빌딩을 명의신탁했다고 지목한 사람은 생전 측근인 박모씨였다. 박씨는 엄씨의 고교 1년 선배로, 평소 호형호제하던 막역한 사이였다. 박씨는 이같은 각별한 친분으로 엄씨가 회장을 맡았던 국민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또 엄씨가 한국씨름연맹 총재로 재직할 때 연맹 이사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차명건물 찾아달라”
사망 전 유언 남겨
 
엄씨의 사망 직후 지인에게 유언을 전해들은 유족은 명의수탁자인 박씨에게 빌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씨는 “내가 엄씨로부터 사들여 소유권을 이전받은 빌딩”이라며 유족들의 반환 요청을 거부했다.

박씨는 “내가 엄씨에게 130억원을 주고 신축 중이던 건물과 땅을 샀다. 이후 내 돈 160억원을 더 들여 건물을 완공했다”며 “매매대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지불했는데, (엄씨와 작성한) ‘잔금 완불 시 그 전의 관련 문서는 모두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확약서까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거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내 명의의 7개 계좌에 매달 일정액을 입금하면 엄씨가 그 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빌딩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엄씨의 유족과 박씨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빌딩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박씨 명의의 ○○빌딩은 2001년 5월 XXX-XX번지 외 2필지에 지어진 지하 6층 지상 18층 건물로, 대지면적 1128㎡(약 340평)에 연면적 1만6690㎡(약 5100평) 규모다.

이 빌딩의 매매가는 약 600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빌딩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 단위면적(㎡)당 2990만원으로 나타났다. 땅값만 약 34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산정한 건물 기준시가를 더하면 총 5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이 빌딩은 건축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테헤란로 변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와 기준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빌딩과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딩들이 6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박씨는 빌딩 신축 전 부지를 먼저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상 땅 주인이 된 것은 2000년 4월. 박씨는 1980∼90년대 잘나가던 △△그룹 오너 권씨 형제로부터 토지를 매입했다. 이듬해 7월엔 완공된 빌딩 소유자로 등기됐다.

문제는 엄씨가 세상을 뜨면서다. 유족인 부인 정모씨와 두 아들은 엄씨가 사망하고 일주일 뒤 박씨를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하는 한편 박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명의신탁 무효로 인한 소유권보존등기말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반환 요구 거부하자 민·형사 ‘줄소송’
형, 대법원 “증거 없다”측근 손들어 
민, 1심 측근 ‘승’…2심선 유족 ‘승’


우선 형사 소송은 박씨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7월 대법원이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대법원 형사재판부는 “박씨의 딸이 엄씨의 부인에게 80억원에 합의를 시도하는 등 박씨가 엄씨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그를 위해 관리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박씨가 명의수탁자였다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없는 진실이라는 확신을 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아내·자녀에 넘겨라”
원심 깨고 유족 승소

하지만 민사 소송은 1·2심이 각각 다른 결과가 나왔다. 1심은 박씨의 승소.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는 지난해 1월 엄씨의 유족이 박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엄씨가 지인 권모씨 등으로부터 토지 및 미완성 건물을 박씨의 명의로 사들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엄씨가 권씨 등으로부터 토지 등을 산 뒤 등기를 생략한 채 박씨에게 팔았으며 박씨는 대금을 여러 차례 나눠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것과 130억원에 이르는 매매대금을 수차례 분할해 지급하는 방식도 매우 이례적이기는 하나 정치인인 엄씨의 신분상 자금추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러한 매매대금 지급 방식이 약정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씨는 엄씨로부터 사들인 미완성 건물을 160여억원을 들여 모두 지었고 이 과정에서 엄씨는 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실제 건축주의 사정으로 미완성인 건물을 인도받아 완성했을 경우 완성을 한 사람을 소유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2심에선 유족이 이겼다. 서울고법 민사31부는 지난 2일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이 건물 소유권 가운데 엄씨의 아내에게 지분 7분의3을, 두 자녀에게 각각 7분의2씩 이전등기하라”며 “원고 측의 주된 청구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