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노리는’ 신종 대리결제 서비스 주의보

엄마 아빠 모르게 ‘카드 쓱∼’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리결제’가 청소년들 사이서 성행 중이다. 포털사이트에 대리결제를 검색하면 이미 수백 개의 업체들이 노출된다. 이들 업체는 부모 동의 없이 게임 결제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업체들의 행태에 피해는 점점 늘고 있다. 
 

대리결제란 직접 모바일게임 결제가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미성년자 등을 위해 게임 아이템을 대신 구매 대행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리결제 서비스가 변질되어, 주로 부모 동의 없이는 게임 결제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많이 이뤄진다. 또 최근에는 대규모 과금 결제가 많은 유저들이 신용카드 한도 등으로 인해 대리결제를 많이 이용한다.

청소년 사이 인기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결제 방법이 아니며, 거래의 안정을 보장하는 수단도 미흡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혼자서 결제를 할 수 있는 성인이라면 금전적으로 굳이 대리결제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결제할 수 없는 미성년자가 대리결제 업체의 주 고객이다. 대리결제 사이트는 회원가입이나 구매과정 중 어디에도 성인인증을 요청하지 않는다. 미성년자가 이용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리결제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대리결제 사이트에서 원하는 게임을 선택 후 결제 금액을 정한다. 금액은 계좌 이체하거나 문화상품권으로 낸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카카오톡 아이디, 이메일을 기본정보로 입력한다. 


SNS를 통해 미성년인 게임 이용자가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리결제자에게 넘겨준다. 그후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직접 미성년자의 아이디로 게임에 접속해 카드 결제를 통해 게임 화폐를 충전한다. 

입금 후 게임아이템을 얻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청소년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네이버 검색창에 대리결제라고 검색해보면, 이미 수백 개의 업체가 뜰 정도로 대리결제 사이트가 성업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업자등록번호까지 내걸고 당당히 영업 중이다.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대리결제 수익은 수수료서 나온다. 결제 금액에 따라 다르나 최소 결제금액의 30%, 혹은 그 이상을 수수료로 받는다. 5만 원을 결제하면, 수수료만 1만 50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런 엄청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청소년들이 대리결제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은 대리결제로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또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청소년인 자신의 명의로 모든 결제를 대행하므로 부모 동의를 피하게 되고, 동시에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대리결제 서비스가 사기에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미성년 대리결제 이용자는 부모 몰래 대리결제 서비스를 은밀하게 이용한다. 대리결제자에게 돈을 입금하고 난 뒤 대리결제자가 잠적해도 청소년 의뢰인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억대 대리결제 업체 사기사건이 발생 했다. 당시 게임 대리결제 업체 A사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M’ 이용자들에게 5∼15% 할인율로 대리결제 신청을 받은 뒤 거액을 모아 잠적했다. 


A사는 5% 저렴한 가격에 대리결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았다. 할인율을 최대 15%까지 높이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대리결제’ 검색하면 수백개 업체 노출
부모에 발각될까 신고도 못하는 아이들

하지만 약속된 결제를 해주지 않고 잠적해 이용자 피해로 이어졌다. 이 사건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피해자 증언을 종합해 피해규모를 8억∼15억원 규모로 추측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리결제, 대리육성 등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에 대한 주의 공지를 올렸다. 계정 공유로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약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캐시를 싸게 구매할 방법은 거의 없다. 정상적인 제휴나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적은 할인율 혜택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게임 내 원가보다 싸게 파는 곳은 의심이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결제 사이트 등에서 기존 가격보다 할인해 판매할 수 있는 행위는 대포폰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온라인게임때부터 있었던 방식으로 상식선 이상의 할인을 해주는 곳은 의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신고조차 꺼리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게임할 때 한꺼번에 3만0∼40만원을 대리결제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1∼2만원 정도 소액을 결제한다. 소액을 결제하던 도중 사기를 당했을 때 기분은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그냥 넘어간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다. 
 

미성년자가 주로 접하는 게임 개인방송도 큰 문제다. 이들 게임방송 진행자들이 미성년자 대리결제를 부추기기 탓이다. 대리결제 사이트 하단부에는 추천한 BJ 입력란이 있다. BJ가 해당 방송에서 대리결제를 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여러 동영상 플랫폼에서 대리결제로 개인방송을 검색해본 결과 대리결제를 권하는 방송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방송은 광고비를 받고, 배너형태로 대리결제 사이트를 광고한다. 

때로는 방송 중 직접적으로 대리결제 사이트 홍보하기도 한다. 추천 BJ에게 결제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후문이다.

이들 방송은 현질로 구매한 유료아이템을 적극 활용해 현란한 모바일게임 방송을 선보인다. 유료 아이템 확률성 앞에 시청자는 함께 울고 웃는다. 댓글로 분위기를 맞추고, 서로 감정을 나눈다. 유료아이템 사행성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순간이다. 


마치 도박장을 방불케한다. 판돈을 올리고, 레이스를 거는 도박판처럼 게임 현질이 쏟아지는 순간 시청자는 환호성을 지른다. 이 게임방송 BJ는 4500여만원을 현질했다고 끊임없이 과시한다. 이 방송의 주시청자는 청소년들로 알려져있다.

새로운 법 필요

관련 법률은 무더기 편법 앞에 무색하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청소년보호법,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 등 관련 법률은 게임 내 부모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 결제를 금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대리결제는 실질적인 게임 아이템 등 구매 과정을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대신하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며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대리결제 서비스를 막을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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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