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③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바람과 시간이 빚은 푸른 땅땅

4월에 경북 청송(靑松)은 푸르다 못해 눈부시다. 천혜의 자연 속에 원시의 비경이 있는 주왕산과 주산지, 신성계곡 등으로 청송은 여행에 최적화된 땅이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서 청송은 지질 관광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장엄한 협곡과 암석의 역동적인 모습에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청송 지질 탐험은 감동의 파노라마다. 

청송의 대표적인 지질공원인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시작한다. 대전사 앞에서 바라보는 주왕산의 첫인상은 우뚝 솟은 기암 단애다.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아홉 번 넘게 폭발했는데,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며 굳은 용결 응회암이 기암 단애를 형성했다. 하늘로 향한 손 모양 기암 단애는 관광객에게 환영하는 인사처럼 반갑다.

지질 탐방 예약 필수

청송군 전역(845.71㎢)이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라고 할 만큼 드넓다. 지질탐방로는 크게 세 코스로 나뉜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4.5km),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12.4km),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5.5km)다. 지질공원 해설사와 함께하면 교과서보다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설명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청송 지질탐방을 계획할 때는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해설사 예약이 필수다.


백학과 청학이 살아 청학동으로 불렸다는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가장 압도적인 절경을 보여준다. 백학과 청학이 평화롭게 살던 학소대는 포수에게 백학이 잡힌 뒤에도 청학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았다는 애잔한 사연이 있다. 떡을 찌는 시루처럼 보이는 시루봉은 각도에 따라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옛이야기를 듣다 보면 슬렁슬렁 느려지는 걸음에 몸도 마음도 한 템포 쉬어 간다. 
용추협곡은 자하성에서 용추폭포까지 주방천을 따라 이어지는 약 1km 계곡이다. 가파른 기암괴석과 단애가 발달하여 화려한 산세를 자랑하며, 연화봉과 병풍바위,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신선대, 촛대봉, 관음봉, 시루봉 등 수직 절벽이 아찔한 비경을 보여준다. 학소대 앞 학소교부터 용추폭포까지 100여m는 데크가 설치되어 유모차를 밀고도 갈 수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방호정을 만난다. 조선 중기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는 정자다. 약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퇴적암 위로 길안천이 흐르고, 수평으로 쌓인 퇴적암은 지층이 융기하며 기울어졌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소나무 숲과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다. 계곡 하류 지역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소나무 숲, 맑은 물과 자갈밭, 야영장이 있어 가족 휴양지로 사랑받는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1억년 전 백악기를 누빈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단일 지층면에서 발견된 국내 최대 규모다. 백악기 퇴적암에 새겨진 초식 공룡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 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을 찾다 보면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질주하던 공룡들이 떠오른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
장엄한 협곡·역동적인 암석 등 수려한 자연경관

지질탐방로를 걷다 만나는 화석 발굴 체험장도 인기 만점이다. 공룡 알 모형 속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고, 흙에 묻힌 공룡 화석 발굴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장에서 공룡 모형과 공룡 발자국 모양을 비교한 뒤 400여개 공룡 발자국을 찾으면 신기하게 더 잘 보인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의 절경 중 하나인 만안자암 단애는 길안천을 따라 붉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1억2000만년 전 백악기 퇴적암으로, 오랜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아름다운 절벽이 되었다. 길안천 맑은 냇물에서 다슬기를 잡고 울창한 숲에서 생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란 뜻이 있는 백석탄(白石灘)은 신비한 하얀색 돌이 모여 장관이다. 백석탄에 생긴 포트홀(돌개구멍)은 계곡의 흐름에 따라 오랫동안 풍화·침식돼 암반에 생긴 작은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다. 백석탄 하부에서 이암편, 사층리, 생흔 화석 등 수많은 퇴적 구조가 발견되는 자연 학습장을 만난다.


청송꽃돌이라 불리는 구과상 유문암은 5000만년 전 지층의 약한 부분을 뚫고 유문암질마그마가 들어가 생성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지질자원이다. 구과상 조직의 형태에 따라 민들레, 국화, 해바라기, 장미, 모란 등 신비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이 나타난다. 꽃돌과 수석 900여점을 전시하는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은 주왕산관광단지에 있다. 


객주문학관은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만나는 곳이다. 〈객주〉는 1878~1885년 조선 팔도를 누빈 보부상의 삶과 활약상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객주문학관에서 작가의 집필 배경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국 오일장을 떠돌며 쓴 원고 일부와 취재 카메라도 전시된다. 대학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은 육필 원고를 보면 작가의 열정과 노고에 경외감이 든다. 


청송읍 부곡리에는 사계절 탄산수가 샘솟는 달기약수탕이 있다. 지질 명소로 지정된 달기약수탕은 130여년을 이어온 원탕 약수의 성분이 우수하고 맛이 진하다. 달기약수탕 주변에는 달기약수로 토종닭백숙을 내는 식당이 늘어섰다. 진보면 ‘신촌약수탕’의 달기백숙이 유명하다. 산삼 배양근을 푸짐하게 올린 ‘신촌명궁약수가든’의 누룽지백숙과 닭불고기, 닭날개구이 세트는 온 가족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소설 〈객주〉의 배경


청송 지질 여행은 트레킹 코스부터 숙소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추천할 만한  숙소도 퇴적암층을 볼 수 있는 지질 명소 청송자연휴양림, 한옥의 정취가 그윽한 송소고택과 청송민예촌, 지질탐방로를 걷고 뜨거운 온천수에 여독을 푸는 주왕산온천관광호텔과 새롭게 문을 연 대명리조트 청송 등 다양하다. 주왕산온천관광호텔에 있는 청송솔기온천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하 700m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온천수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주산지→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신촌약수탕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주산지→신촌약수탕→청송솔기온천
[둘째 날]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달기약수탕→객주문학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http://csgeop.cs.go.kr
- 청송여행(청송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cs.go.kr/tour.web

문의 전화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111
- 주왕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 054)870-5341
- 신성계곡녹색길안내센터 054)873-5116
-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070
- 객주문학관 054)873-8011
- 주왕산온천관광호텔(청송솔기온천) 054)874-70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청송,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6:30~17:3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청송 IC→주왕산로→주왕산국립공원

숙박 정보
- 송소고택: 파천면 송소고택길, 054)874-6556, http://songso.modoo.at 
- 주왕산온천관광호텔: 청송읍 중앙로, 054)874-7000, www.juwangspahotel.co.kr
- 청송자연휴양림: 부남면 청송로, 054)872-3163, http://csforest.cs.go.kr
- 청송민예촌: 부동면 주왕산로, 054)874-9098, www.cctf.or.kr
- 대명리조트 청송: 부동면 주왕산로, 1588-4888, www.daemyungresort.com  

식당 정보
- 신촌명궁약수가든(누룽지백숙): 진보면 경동로, 054)874-0033
- 주왕산청솔식당(산채정식): 부동면 공원길, 054)873-8808
- 달기약수닭백숙(토종닭백숙): 청송읍 약수길, 054)873-2351, https://blog.naver.com/sung1735
- 심부자밥상(한정식): 파천면 덕천길, 054)874-6555

주변 볼거리
송소고택, 청송백자전시관, 군립청송야송미술관, 태행산꽃돌생태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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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