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앞길 막은 빗나간 부정

똑똑한 아들, 어리석은 아버지

[일요시사=최형호 기자] 한 때 유망했던 고교생 벤처사업가와 이를 후원했던 그의 부친의 몰락이 우리사회에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 최초의 고교생 벤처사업가로 고교 재학시절 G사를 설립해 한 때 연매출 100억원을 올린 아들과 이를 후원한 아버지 신모(57)씨. 하지만 아버지 신씨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똑똑한 아들은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아버지가 잘나가는 아들을 믿고 투자자들에게 약 11억원의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들 벤처사업가로 만들어
아들 믿고 동창들에게 11억 등쳐
 
     
신씨의 아들은 2001년 당시 18세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 1호 고교 벤처사업가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발명부문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진 수재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아버지 신씨를 졸랐다, 자신의 이름을 건 사업을 하고 싶다고 사업자금을 대달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버지 신씨는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신씨는 아들에게 사업계획서를 보자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아들은 자신의 포부가 담긴 사업계획서를 아버지 신씨에게 보여줬다. 사업계획서를 본 신씨는 아들이 발명가로서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 그를 벤처사업가로 데뷔시켰다.

세상을 호령한 부자

당시 K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사업가가 된 그는 지난 2001년 ‘향기나는 속옷’과 ‘향을 이용한 다이어트 용품’ ‘향기나는 화분과 흙’ 등의 제품들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아들은 그해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신지식인’으로도 뽑히기도 했다.

아들의 사업이 잘되자 아버지인 신씨는 아들회사의 이사직을 맡았다.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호텔을 경영했던 그는 자금을 융통하는 데는 누구보다 전문가였다. 신씨는 아들이 개발한 제품을 해외로 선전해 스위스계 투자회사로부터 2억 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 때문에 아들은 아버지 신씨만 믿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공가도에 힘입어 그들은 2001년 사업을 시작한 첫해 약 1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고, 각종 매체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다음해인 2002년 월드컵의 해를 맞아 아들은 공기튜브로 만든 월드컵 ‘응원 모자’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국내매출은 저조했지만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 수출돼 일본 내 매출 약 60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아들의 개발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아로마 향기가 나는 속옷과 크레파스 등을 잇달아 개발해 국내시장에 내놓았고 2년 연속 연매출 100억원 돌파의 꿈을 이어갔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아들의 개발품은 급제동이 걸렸다. 아로마향 속옷이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향기나는 크레파스도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되었다. 결국 회사를 설립한지 6년만인 지난 2007년 회사가 부도가 나 공장 문을 닫았고 사업자등록이 말소됐다.

신씨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아들이 아이디어만 내놓는다면 재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사업자등록까지 말소된 상황에서 돈이 없었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던 신씨로선 사실상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딱히 빌릴 방법이 없었다. 이때부터 신씨는 위험한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유혹은 신씨를 몰락의 길로 인도했다.

중학교 동창 등을 찾아다니며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하려 한다” “스위스계 투자회사의 경우처럼 다른 외국계 회사로부터 외자유치를 했다”며 고수익을 올려주겠다고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신씨는 코스닥 상장은커녕 영업실적이 전무한 상태였다. 신씨의 거짓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졌다. 중학교 동창에게 코스닥 상장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됐는데 주권 발행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심지어 국회의원 두 명이 회사 지분 5억원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며 상장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거짓말을 해 또 다른 동창으로부터 8억1000여만원을 받았다. 또 예전에 독일에서 유치한 3억달러를 배당하려고 하는데 환율 상승분에 대한 보험료가 필요하다며 9000만원도 끌어 모았다. 이렇게 그가 거짓말을 해서 끌어 모은 돈은 약 11억원 가량이었다.

허상에 사로잡힌 아버지

이 과정에서 신씨의 거짓말은 점점 늘어 심지어 대담해지기까지 했다. 자신이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있다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일한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 검찰조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결국 신씨의 사기행각은 피해자들의 고소로 종결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한병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피해액이 많긴 하지만 변제한 점을 감안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크고 죄질이 가볍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신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소송?경매 비용 등으로 15억원을 갚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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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