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마약에 빠진 ‘화이트칼라’ 실태

겉은 ‘일류’ 속은 ‘삼류’

[일요시사=최형호 기자] 최근 다시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마약사범으로 검찰에 불려간 이들은 상장사 대표, 기획사 사장, 기업인 등 사회부유층. 소위 말하는 ‘화이트칼라’들이다. 화이트칼라 수십여 명이 마약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한국사회는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이 대체 왜 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일요시사>는 이들이 왜 마약에 손을 댔으며 유통은 어떻게 했는지, 끝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집중 취재했다.

‘마약펀드’ 조성에 부인과 함께 마약
마약, 가볍게 생각하단 인생 망쳐

지난 2005년 부동산 관련 코스피 상장사 대표였던 조모(48)씨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마약에 손을 댔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인을 통해 필로폰을 처음 접한 것. 심지어 동거녀도 마약 중독자로 만들었다.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하다 동거 중인 내연녀에게 들키자 함께 마약을 즐긴 것이다. 동거녀와 헤어진 뒤 다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아내마저도 필로폰 중독자로 만들었다. 조씨는 여러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마약에 중독되면서 회사 경영권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유명 부유층 마약사범들

유명 탤런트 아내를 둔 연예기획사 사장 이모(44)씨는 2004년 태국 방콕의 유흥주점에서 대마초를 처음 접했다. 그 후 그는 마약에 빠져 들었다. 이 사실은 안 미국의 사업파트너는 지난해 12월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필로폰과 코카인을 그에게 건넸다. 밀려있는 스케줄 때문에 수면부족에 시달렸던 이씨는 잠을 쫓으려 마약과 코카인을 자신의 몸속으로 투여했다. 이씨는 마약사건을 계기로 탤런트인 아내와 이혼했고, 집행유예 중이던 경제범죄마저 가중처벌 될 위기에 놓였다.

마약 펀드를 만든 부유층 자제들도 검찰에 적발됐다. 모 스포츠협회장 아들 김모(27)씨 등 부유층 자제 유학파들은 자신들이 피울 대마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일종의 ‘펀드’를 마련했다. 8명이 100만∼400만원씩, 총 1750만원을 모아 펀드를 만들었고, 그 돈으로 항공료, 숙박비, 대마 구매자금 등에 사용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미국에서 3차례에 걸쳐 대마 700g을 밀수해 나눠 피웠다.

미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이모(33)씨. 그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2500만원의 빚 독촉을 받고 고민하다가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수해 돈을 벌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안모(39)씨에게 필로폰 자금을 빌리고, 올 3월 중국에서 필로폰 5.49g을 속옷에 숨겨 들여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특히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안씨는 국내 모 은행 창업 멤버의 아들로 이 은행 행원이었다. 이씨는 마약을 접해본 적도 없는 회사원이었지만 영화나 뉴스를 통해 필로폰을 속옷에 숨긴 채 밀수하는 장면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화이트칼라 계층의 마약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마약사범 16명을 구속 기소, 3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계층은 유학, 관광, 사업차 방문 등 외국에 갈 기회가 잦아 무분별한 유흥으로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적발이 매우 어렵고,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한다 해도 보안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곳에서 하기 때문에 포착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화이트칼라들은 유창한 외국어실력과 해외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마약류를 밀수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달리 얘기하면 기존 마약류 공급 사범들보다 공급, 밀수 면에서 재빨랐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존 공급사범들은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인적네트워크를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범인 검거에 용이했지만, 이번 화이트칼라 마약범죄는 외국방문 시, 외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강남의 유흥업소 등 마약유통의 경로가 다양했고, 무엇보다 화이트칼라층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져 검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들도 이런 허술함을 이용해 겉은 남들에게 촉망받는 사회지도층으로, 속은 마약을 통해 법을 경시하고, 일탈을 일삼는 삼류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나?

검찰 관계자는 화이트 계층들에게는 딱히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른 나이에 유학을 가면 한국문화보다 그 나라 문화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한국보다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의 특성상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약을 하게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 담배 팔리듯 외국에 널브러진 마약을 한번이라도 잘못 먹으면 평생 헤어나질 못한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맛을 잘못 들인 유학생들이 마약과 익숙하지 않은 한국 토박이들에게 전염시킨다는 데 있다. 외국에 살다온 부유층들이 한국에 거주해도 마약유통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근절을 위해서 어린나이에 외국유학을 하며 무분별한 유흥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외국유학 시 불법적인 일탈을 자행하지 않는다면 커서도 마약에 손 댈 일이 없다”고 시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언제든지 마약을 끊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법에 대한 경시 태도에 대해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며 “마약류가 만연한 외국 경험을 일반화시켜 마약을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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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