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여행 ③경북 포항시 북구·영덕군

푸른 바다 따라 달리는 동해선 포항-영덕 기차 여행

동장군이 물러가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3월, 살이 꽉 찬 대게를 맛보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즐기기 위해 동해선 기차에 몸을 실어보자. 포항서 출발해 월포역과 장사역, 강구역을 거쳐 영덕역까지 44.1km를 달리는 동해선이 지난 1월26일 운행을 시작했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소요 시간은 34분. KTX와 동해선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약 3시간10분 만에 영덕에 도착한다. 동해선 덕분에 영덕 여행이 한결 편해졌다. 2020년에는 삼척까지 전체 166.3km에 이르는 동해선이 개통할 예정이다. 
 

푸른 바다를 따라 달리는 동해선은 놀이동산에 있는 기차처럼 앙증맞은 외관을 자랑한다. 세 량이 전부인 기차 안팎은 분홍색 복사꽃과 귀여운 대게, 호미곶해맞이광장에 있는 ‘상생의손’ 등 영덕과 포항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알록달록 꾸며졌다. 기차에 오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볼거리

포항역서 출발한 동해선은 시골길을 시원하게 달린다. 오른쪽 창문 너머로 쪽빛 동해가 들어온다. 기차에 앉아 바다를 보는 특별한 여행이다. 
 

첫 번째 정차하는 곳은 월포역이다. 달을 상징하듯 동그란 모양을 한 월포역이 눈을 사로잡는다. 소담한 맛이 느껴진다. 월포역은 동해선 기차역 중 해변서 가장 가깝다. 역에 내려 걸으니, 5분도 되지 않아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달려든다. 


해변에는 갈매기 수십 마리가 노닌다. 여름이면 북적일 월포해수욕장이 한적하다. 고즈넉한 해변을 걷다 보면 발걸음이 한없이 더뎌진다. 
 

월포역서 다시 동해선에 오른다. 행정구역이 포항시에서 영덕군으로 바뀐다. 월포역을 지나면 주로 터널을 통과해 기차 안에서 바다를 보기 힘들다. 기차는 8분 만에 장사역에 닿는다. 장사역은 동해선서 유일한 무인역이다. 

근처에는 백사장이 길어 ‘장사(長沙)’라는 이름이 붙은 장사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 상륙작전 하루 전에 북한군을 교란할 목적으로 시행한 장사 상륙작전이 펼쳐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장사역서 출발한 기차는 들판 가운데 있는 강구역에 닿는다. 강구역서 나와 차를 타고 5분 정도 달리면 강구항이 나타난다. 강구항은 영덕대게 집산지이자,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다. 

놀이동산 기차처럼 앙증맞은 외관 ‘동해선’
영덕대게 집산지에서 즐기는 ‘영덕대게축제’

강구대교에 들어서니 거대한 대게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강구항 주변은 대게와 오징어, 청어가 넘쳐난다. 대게 요릿집이 촘촘히 이어진 영덕대게거리는 대게를 찌는 김으로 자욱하다. 

대게의 ‘대’는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나무를 뜻한다. 발이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서 대게라는 이름이 붙었다. 살이 꽉 찬 대게는 맛이 고소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좋은 대게를 고르기 위해서는 찬찬히 봐야 한다. 


발이 제대로 붙었는지, 살아 움직이는지, 속살이 얼마나 찼는지 차례로 살펴본다. 
 

대게는 찜통에 쪄서 먹는다. 식당서 살을 쏙쏙 빼 먹기 좋게 잘라준다. 살을 다 발라 먹으면 게딱지에 밥을 비빈다. 음식점에서 대게 요리를 먹기 부담스럽다면 동광어시장에 들러보자. 1층서 대게를 사고 2층 식당에 올라가면 상차림 비용을 내고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3월은 대게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보는 적기다. 영덕대게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도 3월22일부터 25일까지 강구항 일원에서 한바탕 대게 잔치가 벌어진다. 
 

고소한 대게를 맛본 뒤에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 해파랑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자. 강구항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은 바위에 철썩이는 파도를 감상하며 걷기 좋다. 드넓은 공원에는 영덕대게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갈매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조형물 주변은 영덕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 위한 여행자로 북적인다. 
 

동해선 기차의 종착역은 영덕역이다. 이곳에서 먼저 찾아볼 곳은 영덕풍력발전단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풍력발전기가 천천히 도는 풍경이 이국적이다. 1650kW급 풍력발전기 24기는 3m/s 이상 바람이 불면 움직이고, 20m/s 이상 바람이 불면 자동으로 멈춘다. 
 

풍력발전기 주변으로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과 영덕해맞이예술관, 영덕조각공원, 정크&트릭아트전시관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있다.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먼 곳까지 돌아보고 싶다면, 전동 휠 대여소 ‘달려라 왕발통’을 이용하자. 달려라 왕발통은 1인용 전동 휠로, 만 16세 이상이면 대여할 수 있다(신분증 확인). 
 

영덕풍력발전단지서 바다를 향해 내려오면 영덕해맞이공원을 만난다. 일출이 유명하지만 아무 때나 가도 동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반겨준다. 공원에 창포말등대도 있다. 집게발이 등대를 휘감은 모양으로, 대게등대라고도 불린다. 등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축산항은 영덕의 숨은 보석이다. 세 방향이 산으로 둘러싸인 축산항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활기가 넘친다. 축산항의 모습을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죽도산에 올라야 한다. 죽도산은 대나무가 뒤덮어서 붙은 이름이다. 죽도산에 자라는 대나무는 줄기가 가는 소죽으로, 조선시대에 화살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했다. 
 

대나무가 우거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축산항과 주변이 내려다보이는 죽도산전망대가 있다. 죽도산은 해발 87m로 야트막하지만, 사방이 확 트였다. 항구와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죽도산전망대 아래 길이 139m, 높이 26m 블루로드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영덕블루로드 B코스 ‘푸른대게의길’이 이어진다. 호젓한 해변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워진다. 
 

괴시마을도 영덕 여행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예와 덕이 넘치는 고장’ 영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풍스런 한옥 있는 ‘괴시마을’


목은 이색 선생이 태어난 이 마을에는 영양남씨괴시파종택(경북민속문화재 75호), 영해경주댁(경북문화재자료 395호), 영덕 괴시동 해촌고택(경북민속문화재 170호) 등 150~300년 된 한옥이 고스란히 남았다. 천혜의 자연이 주는 맛과 고풍스러운 한옥이 주는 멋이 어우러져, 동해선 기차 여행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동해선 기차 여행] 포항역→월포역→월포해수욕장→장사역→강구역→강구항(해파랑공원)→영덕대게거리→영덕역→영덕풍력발전단지→영덕해맞이공원 

[영덕 여행] 포항역→강구역→강구항(해파랑공원)→영덕대게거리→영덕역→영덕풍력발전단지→영덕해맞이공원→축산항→죽도산전망대→괴시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포항역→월포역→월포해수욕장→장사역→강구역→강구항(해파랑공원)→영덕대게거리→삼사해상공원 

[둘째 날] 영덕역→영덕풍력발전단지→영덕해맞이공원→축산항→죽도산전망대→괴시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덕관광포털(영덕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yd.go.kr 
- 영덕대게축제 
http://www.ydcrabfestival.com
- 월포해수욕장 http://www.월포해수욕장.com

문의 전화 
-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533
- 영덕풍력발전단지 054)734-5870
-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 054)730-7052
- 정크&트릭아트전시관 054)730-6610
- 달려라 왕발통(전동 휠 대여소) 054)730-6670
- 영덕해맞이공원 054)730-705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포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00~다음 날 01: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www.kobus.co.kr 
[기차] 서울역-포항역, KTX 하루 11회(05:40~22:2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용산역-포항역, KTX 하루 1회(17:3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포항역-영덕역, 무궁화호 하루 7회(포항역 07:58~ 19:30/영덕역 08:52~ 20:50) 운행, 34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도동 JC→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 IC→포항
- 대구 출발: 팔공산 IC→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 IC→포항 
- 부산 출발: 경부고속도로→경주 IC→서라벌대로→구황로→국도7호선→포항

숙박 정보
- 글로리모텔: 강구면 삼사길, 054)733-6450
- 동해해상관광호텔: 강구면 삼사길, 054)733-4466, http://www.dhhshotel.co.kr
- 해맞이캠핑장: 영덕읍 해맞이길, 054)730-6337, http://camping.yd.go.kr
- 영덕고래불국민야영장: 병곡면 고래불로, 054)734-6220, http://stay.yd.go.kr
- 칠보산자연휴양림: 병곡면 칠보산길, 054)732-1607, http://www.huyang.go.kr 

식당 정보
- 대게종가(대게): 강구면 강구대게길, 054)733-3838
- 죽도산(대게): 강구면 강구대게길, 054)733-4148
- 청송식당(물곰탕): 강구면 강구대게4길, 054)733-4155

축제와 행사 정보 
영덕대게축제: 2018년 3월22~25일, 강구항 일원, 054)730-6682, http://www.ydcrabfestival.com 

주변 볼거리
차유어촌체험마을, 장육사, 옥계계곡, 신돌석장군유적지, 삼사해상공원, 영덕어촌민속전시관, 고래불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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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