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여행 ①인천 무의도와 장봉도

공항철도 타고 서해 섬 어행

긴 겨울 끝에 불어오는 봄바람이 황홀하다. 도심에서 봄이 오는 산과 바다를 가장 빨리 만나는 방법은 공항철도다. 서울역서 공항철도로 떠나는 인천 무의도와 장봉도는 철길, 뱃길, 산길, 해안 길을 모두 만날 수 있어 한나절 여행에 제격이다. 하늘과 바다 사이 푸른 산자락을 걸어도 상쾌하고, 기암괴석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해변을 걸어도 좋다. 
 

공항철도는 서울역-인천공항1터미널역을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직통열차(43분 소요)와 모든 역에 정차하는 일반열차(약 60분 소요)가 있다. 직통열차와 일반열차가 다른 점은 가격이나 속도보다 기차 여행의 낭만과 쾌적함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영종대교 구간을 지나면 창밖으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계절에 따라 변신하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서해의 갯벌을 4분 남짓 감상할 수 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무의도는 공항철도와 자기부상열차로 가는 게 편리하다. 자기부상열차는 인천공항1터미널역 교통센터 2층서 용유역까지 15분 간격으로 무료 운행한다. 

서해의 알프스 ‘호룡곡산’

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띄워 움직이는 첨단 자기부상열차를 타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선로 위로 8mm 떠서 운행하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적고 쾌적하다. 용유역서 20분쯤 걸어가면 잠진도선착장이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까지 배를 타는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최고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대기한다. 배에서 내리는 승객이 없을 때는 버스가 운행하지 않으므로, 장소 이동 시 운행 시간 확인은 필수다. 

무의도(舞衣島)는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희의 옷처럼 보이기도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하나개해수욕장 특설무대서 무의도춤축제가 열린다. 
 

남북으로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6m)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등산객은 선착장서 바로 국사봉에 올라 호룡곡산을 거쳐 광명항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를 택하는데, 3~4시간 걸린다. 

가족이나 친구와 호젓하게 즐기고 싶다면 호룡곡산이 무난하다. 산길이 완만해서 바다를 보며 여유롭게 걷기 좋다. 널찍한 전망대서 내려다보는 섬의 풍광이 ‘서해의 알프스’라 불릴 만하다.
 

광명항으로 내려오면 인도교 너머 소무의도가 보인다. 사람과 자전거만 갈 수 있는 인도교에서 바다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소무의도 인도교부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무의바다누리길은 8개 구간, 총 2.48km다. 서해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며 타박타박 걸어 ‘명사의해변길’까지 가는 1시간 30분은 힐링이다. 

박대로 만든 벌버리묵 4월 초까지 먹을 수 있어
갯벌체험·낙조 구경 등 서해안 여행 묘미 가득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이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소문난 곳이다.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 위로 방갈로 수십 동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백사장 남쪽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특히 드넓은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이 인상적인데, 무의도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을 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무의도의 향토 음식은 ‘박대’라는 생선 껍질을 끓여 만든 박대묵(벌버리묵)이다. 투명한 묵을 손에 들면 벌벌 떨어서 벌버리묵이라고 불렀다는데, 쫀득하고 담백하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박대묵은 4월 초까지 맛볼 수 있다. 데친 채소에 무의도 굴을 넣은 굴쌈장과 장아찌, 갈치속젓을 얹어 먹는 데침쌈밥도 감칠맛 나는 섬 밥상이다. 
 

장봉도는 무의도보다 배 타는 시간이 길어 한나절이 빠듯하다. 공항철도 일반열차 운서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갈아타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 도착한다. 버스 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일정이 여유롭다. 삼목선착장서 여객선을 타고 신도를 거쳐 40분가량 들어가면 장봉도에 이른다. 
 

장봉도선착장 앞에 있는 인어상은 장봉도의 마스코트다. 인어가 생명의 은인인 어부에게 물고기로 보답했다는 전설 때문인지 한들해변은 낚시꾼의 핫 플레이스다. 여름 휴양지로 사랑받는 옹암해변과 진촌해변도 고운 백사장과 해송 숲이 어우러져 가족 여행지로 유명하다. 날이 풀리면 썰물 때 갯벌에서 조개와 소라 줍기 등 생태 체험을 하기도 좋다. 
 

장봉도 능선을 따라 걷는 종주 코스는 등산 마니아 사이에 소문난 섬 산행 명소다. 한적한 해변에서 기암괴석과 바다의 풍광을 즐기는 해안 트레킹 코스도 특별하다. 해변 곳곳에 협곡과 해식동굴 등 다양한 해안지형이 있어 바다를 즐기기 좋다. 

진촌해변 입구 팔각정서 봉화대를 거쳐 가막머리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가막머리해안길은 전 구간이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멋진 일몰도 기대할 만하다. 한나절 일정에는 낙조 시간에 맞춰 장봉도선착장으로 돌아와 바라보는 일몰이 여유롭다. 
 

영종도 예단포항은 작고 아름다운 포구다.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이곳은 방파제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과 싱싱한 회를 맛보러 회센터를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낚싯배를 갖고 직접 운영하는 횟집이 있어 자연산 회가 저렴하다. 
 

인천역(당시 제물포역)은 우리나라에 처음 철도가 개통한 1899년에 개통식을 한 곳이다. 1925년에 지은 역사는 현재까지 그 모습을 이어온다. 인천역 건너편 차이나타운과 인천아트플랫폼을 지나 개항장거리를 만난다. 

장봉도 마스코트 ‘인어상’

개항장거리의 청·일조계지 경계계단(인천기념물 51호)을 중심으로 거리 양쪽에 중국식 건물과 일본식 목조건물이 늘어섰다. 고풍스러운 개항기 건축물을 살펴보고, 일본식 가옥 내부를 예쁘게 꾸민 카페서 차를 마시며 쉬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무의도] 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무의바다누리길→예단포항
[장봉도] 옹암해변→진촌해변→가막머리전망대→예단포항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무의바다누리길→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 
[둘째 날] 장봉도 옹암해변→진촌해변→가막머리전망대→예단포항→개항장거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문화관광 http://www.icjg.go.kr/tour
- 인천투어 http://itour.incheon.go.kr
- 공항철도 http://www.arex.or.kr
- 무의도해운 http://www.muuido.co.kr 
- 하나개해수욕장 
http://www.hanagae.co.kr 
- 옹진관광문화 
http://www.ongjin.go.kr/tour
- 장봉도닷컴 http://www.jangbongdo.com
- 세종해운 http://www.sejonghaeun.com  

문의 전화
- 인천종합관광안내소 032)832-3031
- 중구청 관광진흥실 032)760-6492
- 옹진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11~4
-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 공항철도 1599-7788 
- 자기부상열차(인천국제공항안내소) 032)741-0114 
- 무의도해운 032)751-3354~6
- 잠진도관광안내소 032)751-2628
- 장봉도출장소 032)899-3573
- 삼목선착장(세종해운) 032)751-2211

대중교통 정보
[무의도-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1터미널역, 직통열차 하루 20여회(06:00~22:50) 운행, 약 43분 소요. 인천공항1터미널역-용유역, 자기부상열차 15분 간격(07:30~20:15) 운행, 약 11분 소요. 잠진도선착장까지 도보 20분.
*문의: 공항철도 1599-7788, http://www.arex.or.kr 자기부상열차(인천국제공항안내소) 032)741-0114 

[무의도-페리] 잠진도선착장-무의도, 30분 간격(07:45~18:45) 운항, 약 10분 소요(기상 이변 시 변경 가능, 출발 전 운항 확인 필수).

[장봉도-공항철도] 서울역-운서역, 일반열차 10~15분 간격(05:20 ~23:40) 운행, 약 54분 소요. 운서역서 307번·204번 버스 이용, 영종도 삼목선착장 정류장 하차, 약 20분 소요. 

*문의: 공항철도 1599-7788, www.arex.or.kr 인천버스정보관리시스템 032)440-1652~8, http://bus.incheon.go.kr 
*문의: 무의도해운 032)751-3354~6 

[장봉도-페리] 삼목선착장-장봉도선착장, 하루 12회(07:00 ~18:10) 운항, 약 40분 소요(기상 이변 시 변경 가능, 출발 전 운항 확인 필수).
*문의: 삼목선착장(세종해운) 032)751-2211

자가운전
- 무의도: 강변북로→자유로→방화대교→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영종대교→공항입구 IC→영종해안북로→잠진도선착장→무의도(큰무리선착장) 
- 장봉도: 강변북로→자유로→방화대교→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영종대교→공항입구 IC→영종해안북로→삼목선착장→장봉도선착장   

숙박 정보
- 씨사이드호텔: 중구 대무의로, 032)752-7737, http://www.seasidehotel.co.kr 
- 무의소나무펜션: 중구 대무의로, 032)751-4525, 
http://www.muui.net 
- 오후엔펜션: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26번길, 032)882-1100, 
http://ohooen.co.kr
- 블루힐펜션: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541번길, 032)466-5007, http://www.blue-hill.co.kr  


식당 정보
- 무의도데침쌈밥(데침쌈밥·벌버리묵): 중구 대무의로, 032)746-5010
- 광명회식당(해물칼국수): 중구 대무의로, 032)752-9203
- 바닷길식당(백합칼국수):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 032)751-1580
- 해변식당(해물탕):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 032)752-4788

주변 볼거리
송월동 동화마을, 차이나타운, 개항장거리, 인천아트플랫폼, 신포국제시장, 을왕리해수욕장, 월미도, 자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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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