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레포츠즐기기 ④봉화 승부역·분천역과 청송 얼음골

한겨울이 반가운 오지의 겨울 왕국

한겨울에는 폭폭 연기 뿜고 달리는 기차 여행이 제격이다. 경북 내륙의 첩첩산중 승부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보자. 눈이 오면 금상첨화다. 톡톡 차창을 두드리는 눈이 내려앉으면 세상은 겨울 왕국으로 변신한다. 
 

승부역은 경북 내륙의 오지다. 석포면서 승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지만 겨울에는 노면이 얼어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겨울철 승부역 일대는 기차가 지배하는 숨은 왕국처럼 느껴진다.

승부역으로 가는 관광열차가 그 유명한 ‘환상선 눈꽃열차’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겨울이면 한시적으로 운행한다. 일반 열차를 타려면 영주역으로 가야 한다. 영주역서 영동선 무궁화호를 타면 봉화역, 춘양역, 현동역, 분천역 등을 거쳐 승부역에 닿는다. 

분천역-승부역-철암역 구간을 왕복하는 V-train(백두대간협곡열차)과 서울역서 출발해 분천역과 승부역 등을 거쳐 제천에 도착하는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을 타는 방법도 있다. 
 

기차를 탔다면 우선 분천역에 내리자.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이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도 분천역 산타마을이 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클로스와 기념 촬영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분천역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무인화가 진행되다가 2013년 V-train과 O-train이 개통하면서 환골탈태했다. 

겨울에만 운행 ‘환상선 눈꽃열차’


산골에 있어 눈이 많고 춥다는 점을 고려해 ‘산타마을’로 테마를 정하고, 주민들이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장식했다. 
 

분천역 앞에는 루돌프 네 마리가 끄는 썰매가 반긴다. 산타 옆자리에 앉아 사진 찍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북극곰 조형물 등이 겨울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아이들은 썰매를 좋아한다. 

특히 꽝꽝 얼어붙은 개천에서 지치는 썰매는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한 놀이다. 코 흘리며 썰매 타던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은 연방 넘어지면서도 즐거워한다. 
 

이글루소망터널서 새해 소망을 적었으면 승부역으로 이동하자. 덜컹덜컹 흔들리며 차창 밖으로 눈 덮인 산하를 보는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승부역에 내린 사람은 필자와 할머니 한 분이 전부다. 

평일이라 더 한적하다. 할머니는 역사를 서성거리다가 간이 대합실로 들어선다. 따라가 슬쩍 말을 붙여본다. 나물 팔러 석포서 왔다고 한다. 대합실에 앉아 무작정 V-train을 기다린다. 기차가 오려면 두 시간 이상 남았다. 할머니 보따리의 나물이 전부 팔렸으면 좋겠다. 
 

할머니와 헤어져 설렁설렁 주변을 산책한다. 승부역서 분천역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 인기를 끄는 ‘낙동강 세평하늘길’이다. 강줄기를 따라 조금 걸어본다. 꽝꽝 언 강물에 눈이 살짝 덮였다. 앞쪽으로 수려한 절벽이 우뚝하다. 

마치 동강의 석회암 절벽, 뼝대를 보는 기분이다. ​겨울 강물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뼛속까지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승부역으로 돌아온다.
 


경북 청송에는 승부역에 버금가는 오지 골짜기가 있다. 주왕산이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점이며, 청송의 동쪽 끝이다.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는데 그중에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로운 곳이다. 

얼음골에 도착하니 바람이 매섭다. 얼음골은 오후 2시가 지나면 해가 산등성이 뒤로 넘어가 춥다. 얼음골에서는 우선 약수를 맛봐야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 얼음골약수터로 향한다. 약수는 의외로 미지근하다. 이곳 약수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차갑지 않다. 얼음골의 신비를 간직한 약수로, 물맛이 부드럽고 깊다. 
 

약수터 옆에 자리한 높이 62m 인공 폭포는 시나브로 얼어붙었다. 얼음은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처럼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얼었다. 인공 폭포와 기암절벽이 꽝꽝 얼어붙으면 거대한 빙벽장으로 변신한다. 한겨울 청송 얼음골에는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루돌프·산타 등 겨울축제 분위기 ‘분천역’ 
한여름에도 얼음 어는 신비로운 ‘얼음골’

얼음골이 꽝꽝 얼어붙으면 갈고리 같은 아이스바일을 손에 들고 크램폰을 발에 차고 빙벽을 오른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린다. 2017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난이도 부문서 남자부 박희용 선수와 여자부 송한나래 선수가 동반 우승했다. 
 

얼음골을 즐겼으면 청송의 명소를 둘러보자. 주방계곡은 주왕산의 절경이 모인 곳이다. 대전사 보광전 뒤로 우뚝 솟은 기암(旗岩)은 주왕산의 상징이다. 생김새가 뫼산(山) 자 모양이라 웅장하고 당당하다. 주방천을 따라 걸으면 거인의 얼굴 같은 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먼저 급수대가 오른쪽서 고개를 쳐들고, 다음은 시루봉과 학소대가 차례로 얼굴을 내민다. 급수대가 험상궂다면 시루봉은 인자한 할아버지 같다. 느릿느릿 걷다가 용추폭포(제1폭포)에 이르러 발걸음을 돌린다. 
 

주왕산서 내려오면 청송수석꽃돌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청송 꽃돌과 수석을 전시한 문화 공간이다. 전시관에는 크기와 무늬가 다양한 꽃돌이 가득하다. 화산암 속의 광물질이 꽃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내서 꽃돌이라고 부른다. 돌 속에 국화가 핀 듯하다. 
 

박물관서 나와 진보면으로 가다 보면 객주문학관을 만난다. 폐교된 고등학교 건물을 고친 객주문학관에서는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꽃돌 가득한 ‘청송수석꽃돌박물관’

김주영은 청송 두메산골서 태어나 한국문학사에 남을 걸작 <객주>로 명성을 얻었다. 조선 후기 보부상의 삶과 애환을 그린 <객주>의 여러 장면과 깨알 같은 글씨로 노트를 가득 채운 작가의 육필 원고가 감동적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봉화] 영주역→분천역→승부역→영주역(영동선 무궁화호)→분천역-승부역-철암역(V-train) 
[청송] 청송 얼음골→대전사→청송수석꽃돌박물관→객주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영주역→분천역→승부역→청송자연휴양림 
[둘째 날] 청송 얼음골→대전사→청송수석꽃돌박물관→객주문학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V-train http://www.v-train.co.kr
- 봉화관광 http://www.bonghwa.go.kr/open.content/tour
- 청송관광 http://tour.cs.go.kr
- 청송자연휴양림 http://csforest.cs.go.kr

문의 전화
- V-train 054)1600-7788
-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53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역-분천역, O-train 하루 1회(08: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영주역-분천역, 무궁화호 하루 3회(08:41, 13:26, 18:59) 운행, 약 1시간 소요. 분천역-승부역, 무궁화호 하루 3회(09:48, 14:35, 20:06) 운행, 약 15분 소요. 분천역-승부역, O-train 하루 1회(13:38) 운행, 약 15분 소요. 분천역-승부역, V-train 하루 1~2회(10:20, 13:52) 운행, 약 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 com 
[버스] 서울-청송,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6:30~ 17:3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자가운전
-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죽령로→원당로→파인토피아로→소천로→분천역
- 당진영덕고속도로 청송 IC→청송로→주왕산로→청송 얼음골 


숙박 정보
- 하얀달빛아래펜션: 봉화군 소천면 매현길, 054)672-0445, http://blog.naver.com/co5317
- 승부하늘세평펜션: 봉화군 석포면 승부길, 054)673-5402
- 송소고택: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054)874-6556, 
https://songso.modoo.at(명품고택)
- 주왕산온천관광호텔: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054)874-7000~6, 
http://www.juwangspahotel.co.kr
- 청송자연휴양림: 청송군 부남면 청송로, 054)872-3163, http://csforest.cs.go.kr  

식당 정보
- 분천역 먹거리장터(산채비빔밥):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 솔봉이(송이돌솥밥·송이전골): 봉화군 봉화읍 내성천1길, 054)673-1090
- 소슬밥상(소슬자연빛깔)(한식): 청송군 파천면 덕천길, 054)873-6300
- 달기약수닭백숙(토종닭백숙): 청송군 청송읍 약수길, 054)873-2351, https://blog.naver.com/sung1735
- 주왕산청솔식당(산채정식):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054)873-8808
- 주왕산가든(소갈비):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로, 054)874-4991

주변 볼거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목재문화체험장, 낙동강 세평하늘길(승부역-양원역-분천역), 청송 송소 고택, 군립청송야송미술관, 청송자연휴양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