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전경련 무용론 막전막후

답답한 ‘재계 청와대’…갑갑한 ‘재벌 대통령’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무용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의 본산’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 수장 인선 문제로 진통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순항하는 듯 했으나 이도 잠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안일한 실무진들이 그동안 쌓아온 전경련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기능·역할 미흡 지적…‘재계 본산’ 위상 흔들
‘정치권과 대립각’ 수세 몰리자 바로 꼬리 내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5·16 직후인 1961년 7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모방해 조직됐다.

당시 전경련은 정부의 대형 국책공사 물량을 분배하고, 업체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또 새로운 경제정책이 나올 때마다 재벌을 대신해 정부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전경련을 방패삼아 ‘등에 업고 있는 짐’을 떨쳐버릴 심산으로 회장직을 맡은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압박 정책
제대로 대응 못해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그 위상이 달라졌다. 전경련은 과거 같지 않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란 지적이 많다. 주요 현안에 대해 재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엔 전경련을 조용한 절에 비유한 ‘전경사’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에 부담을 갖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전경련 회장으로 나서는 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진 것. 이는 파워 있는 총수들의 손사래로 이어졌다.

전경련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초대회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당대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이 이끌어 왔다. 이후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중견그룹에서 회장이 나오면서 전경련의 위상 추락이 가시화됐다.
김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5대 그룹에서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26·27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29·30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31·32대) 등이 모두 재계 서열 30위권 밖의 기업 회장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은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굵직한 인물이 전경련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 그룹 임원은 “과거 든든한 지지세력이었던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과 거리를 두면서 이제 더 이상 재계 중심점이 아니라는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다”며 “전경련이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경제단체보다도 입지가 위축되자 ‘이럴 바엔 차라리 경제단체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경련을 맡기까지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조석래 회장은 2007년 3월 31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 32대 회장직 연임 중 2010년 7월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의했다. 당시 비실세 회장의 한계를 넘어 과거 막강한 전경련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선 ‘힘 있는’ 총수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새 회장 인선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물망에 오르내린 총수들이 하나같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운영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허 회장이 2011년 2월 33대 회장에 올랐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침묵으로 한동안 일관했다. 이 와중에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기업별 동반성장지수 발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법인세 감세 철회 움직임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등 재계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졌지만, 정작 전경련은 대기업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등 대응이 부실하다는 재계의 비난을 받았다. 전경련은 “정부와 정치권에 재계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 사이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허 회장이 드디어 ‘마이크’를 든 것은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대놓고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다.

허 회장은 우선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난했다. 이어 정치권의 감세 철회 논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도 내비쳤다. 또 휘발유 가격과 동반성장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허 회장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계 단체 수장이 경제 문제가 아닌 국정 사안을 꼬집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마디로 “못 해 먹겠다”는 재계의 반발 심리를 어느 정도 대변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전체적으로 허 회장의 쓴소리를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대기업들의 입장을 시원하게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잔뜩 벼르자
슬그머니 보조 맞춰

그러나 이도 잠시. 허 회장을 여의도로 호출하는 등 발끈한 정치권이 잔뜩 벼르자 전경련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이는 허 회장의 바짝 낮춘 자세에서 알 수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과 함께 서울 수유시장을 방문해 “재래시장 육성을 위해 전경련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정부·정치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27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 포럼’에선 눈치보기 기류마저 감지됐다. 당초 재계는 허 회장이 하계 포럼에서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양쪽 사이가 심상치 않아 허 회장 입에 더욱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더 이상 독설은 없었다. 허 회장은 갈등 국면을 의식한 듯 정부·정치권의 ‘정’자도 꺼내지 않았다. 허 회장은 개회사에서 “소비자와 파트너, 구성원과의 연결이 기업의 경쟁력이며, 이를 위해 CEO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포럼 주제에 국한된 ‘스마트 혁명’만 강조했다.

안일한 실무진들이 명성 먹칠
정병철 부회장 리더십 도마에


하계 포럼은 매년 7월 말 기업 CEO 등 경제계 인사들이 제주에 모여 그해의 경제·산업계 이슈를 논의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재계의 축제다. 지난해의 경우 수장이었던 조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세종시와 같은 국가 중대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발언이 예상외로 큰 논란을 낳자 전경련은 즉시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재계 한 인사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경련이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끼다가 뒤늦게 소신 발언을 쏟아낸 허 회장도 재계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세를 낮춘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안일한 실무진들이 그동안 쌓아온 전경련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전경련 실무진을 이끌고 있는 정병철 상근부회장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2008년 3월 상근부회장에 선임됐다. 당시 전경련은 “정 부회장이 재계 화합은 물론 정부와 경제계간 가교 역할에 적임자라”라며 “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계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이럴 때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내면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허 회장이 추대될 때 교체설이 돌았지만 그대로 연임에 성공했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보좌하면서 사무국을 총괄한다. 인사와 재무 등 실권을 쥐고 있다. 동시에 500여개 대기업과 60여개 업종별 단체 등 회원사의 애로를 파악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필요한 제언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경련 무능 비판
모두 정병철 책임”

그러나 전경련이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재계가 정 부회장을 곱게 볼 리 없다. 허 회장보다 오히려 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모 그룹 임원은 “전경련이 무능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모두 정 부회장을 비롯한 사무국 임직원들의 책임”이라며 “구태의연한 권위주의 사고에 젖어 회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은 최근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전경련 내 역할보다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한국광고주협회장을 맡은데 이어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에 신설된 부회장직까지 겸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협회와 연구원은 사실상 전경련의 지배를 받게 됐다. 두 곳은 전경련에서 설립했으나 별다른 간섭 없이 자율 체제로 운영돼 왔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장악하자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었다.

한경연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김영용 전 원장을 사퇴시키고 대신 정 부회장을 밀어 넣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이는 재계로부터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자 그 화살을 한경연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엔 나라에 큰 일이 많다. 총선이 있고, 대선도 있다. 모두 정치권 사안이지만 재계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질 테고, 상대적으로 재계를 압박하는 수위가 높아질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넋 놓고 있는 전경련을 바라보는 재계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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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