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여행 ⑤해운대온천 할매탕

근육통과 아토피는 물렀거라~

부산의 대표 관광지 해운대. 이번 겨울에는 해운대온천서 뜨끈한 온천욕을 즐겨보자. 해운대는 산, 바다, 강에 온천까지 품은 사포지향(四抱之鄕)이다. 해운대온천에는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해운대온천은 1876년 부산항 개항 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1887년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和田野茂光)가 온천을 발견해 욕장을 개발한 것이 시초로, 1934년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1935년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투자해 온천 여관을 건립했는데 대온천장과 오락장, 동물원 등이 들어선 온천 테마파크였다. 현재 해운대구청 앞 연못에는 당시 온천장의 흔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황족과 조선 총독 등 고위층의 휴양지이자 관광지였고 1960~1970년대에는 경주와 해운대로 이어지는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2층 건물이었다. 2006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 10년 4월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철거된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들어섰다.

물·탕 관리 철저

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는데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그 여운이 깊었나 보다.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
 

할매탕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할매탕 온천수는 피부병에 좋아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당시는 피부병 환자가 원탕서 한 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0년 <대한피부과학회지> 48권 12호에 실린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서 해운대지구 식염천 입욕 효과에 관한 연구’에 임상 실험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할매탕은 수질 관리와 욕탕 관리에 철저해 욕탕에 물때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물과 탕 관리가 최고의 광고”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는데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에 이른다.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탕 안의 밸브를 열면 하얀 수증기를 머금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되어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할매탕은 가족탕과 남녀 사우나로 구성된다. 가족탕은 6개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요금은 사우나 6000원, 가족탕 2인 2시간 기준 3만원이다(1인 추가 5000원, 1시간 추가 1만원). 예약은 받지 않고, 온천 객실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해운대온천센터 1층에 위치한 ‘블랙업커피’에서는 ‘해, 수염’이라는 소금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블랙업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로 만든 것이 입소문 나면서 유명해졌다. 직접 로스팅한 아이스 더치 커피에 프랑스산 생크림을 얹고 게랑드 소금을 뿌려준다. 


관절염에 뛰어나 할머니들이 찾는 ‘할매탕’ 
피부병에도 좋아 아토피피부염 개선효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더치 커피와 묵직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게랑드 소금 맛이 차례로 느껴진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 치즈, 천일염을 사용한 식빵도 함께 맛보길 권한다.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으로 달맞이길이 있다. 미포오거리서 와우산을 넘어 청사포와 송정으로 이어지며, 달맞이고개를 넘는 길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달맞이길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나는 해마루전망대는 꼭 가보자. 

발아래 청사포와 달맞이길의 해운대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달맞이길이 드라이브 코스라면, 문탠로드와 동해남부선 옛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문탠로드는 울창한 해송 숲을 따라 달맞이어울마당까지 갔다가 해월정을 거쳐 돌아오는 2.5km 코스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동해남부선 옛길은 미포 건널목서 송정역까지 4.8km에 이르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바다의 절경과 해운대 삼포(미포, 구덕포, 청사포)를 모두 만나는 길이다. 
 

청사포를 지나면 최근 문을 연 청사포다릿돌전망대가 나온다. 청사포 해안서 등대까지 늘어선 다섯 개 암초가 징검다리 같다고 붙은 이름이다. 전망대로 걸어 들어가면 바닥의 강화유리를 통해 파도가 일렁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동쪽으로 구덕포와 송정해수욕장이, 서쪽으로 청사포와 그 너머로 오륙도와 태종대가 있는 영도가 아스라하다. 도로 반사경을 얼굴로 활용한 우주인, 선글라스를 쓴 강아지 벽화가 재미난 청사포로58번길의 청사포 벽화거리도 만나보자.
 

송정해수욕장은 겨울이면 일출 명소로 이름이 높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해변과 죽도공원의 소나무 숲과 정자 뒤로 해가 뜨는 풍경이 장관이다. 죽도공원은 한 바퀴 산책하기 좋다. 죽도정에 오르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송정해수욕장과 청사포다릿돌전망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기장군의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가문이 400여년 동안 가꿔온 숲이다. 2017년 KBS-1TV 추석 특집 〈힐링 다큐 나무야 나무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협녀, 칼의 기억〉 등도 이곳서 촬영했다. 

아홉산숲은 52만㎡ 면적에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맹종죽 대숲, 편백과 삼나무 숲 등 천연림과 인공림이 어우러진 모둠 숲이다. 천천히 거닐며 사색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좋다. 방문 예약이 원칙이다. 아홉산숲서 약 5km 떨어진 장년산 서북쪽 자락에는 지난 11월 부산치유의숲이 개원했다. 숲 산책은 물론 숲 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임진왜란 유적 동래읍성


아홉산숲 가는 길에 동래구를 지난다. 동래구에는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과 수많은 군사와 백성이 목숨을 잃은 동래읍성이 있다. 부산지하철 4호선 수안역에는 지하철 공사 당시 발견된 해자와 출토 유물을 전시하는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이 마련돼 역사 유적 답사 코스로 제격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아홉산숲→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동래읍성(동래읍성역사관, 장영실과학동산)→할매탕→청사포다릿돌전망대→송정해수욕장, 죽도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문탠로드→동해남부선 옛길→청사포다릿돌전망대→국립부산과학관 
[둘째 날] 송정해수욕장 일출→할매탕→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동래읍성(동래읍성역사관, 장영실과학동산)→아홉산숲→부산치유의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산시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
- 해운대문화관광 http://tour.haeundae.go.kr
- 할매탕 http://할매탕.com
- 블랙업커피 http://www.blackupcoffee.com
- 아홉산숲 http://www.ahopsan.com

문의 전화
- 해운대구청 관광문화과 051)749-4085
- 해운대관광안내소 051)749-5700
- 할매탕 051)740-7010
- 블랙업커피 해운대점 051)809-4952
- 아홉산숲 051)721-9183
- 달맞이길관광안내소(달맞이길, 문탠로드, 동해남부선 옛길) 051)749-5710
- 송정해수욕장 051)749-5800
- 동래읍성(동래읍성역사관) 051)550-4488
-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부산박물관) 051)610-711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20~4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www.kobus.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http://www.bxt.co.kr
[기차] 서울-부산, KTX 하루 50여 회(05:15~22:5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용산-부산, KTX 하루 7~8회(05:30~21:15)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http://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구서 IC→해운대·벡스코 방면 번영로 2.5km 직진→회동고가도로서 석대고가도로 진입, 수영강변대로 5km 직진→동래·벡스코 방면 좌회전, 300m 직진, 해운대경찰서앞교차로 우회전, 해운대로 4.2km 직진→부산기계공고삼거리 우측, 610m 직진, 해운대해수욕장삼거리 좌회전→500m 직진, 해운대온천사거리 구청 방면 좌회전→해운대온천사거리 우회전→할매탕 

숙박 정보
- 베니키아프리미어마리안느호텔: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051)606-0600, http://mariannehotel.co.kr 
- 베니키아프리미어호텔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051)760-7000
- 호텔더마크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051)501-9440, 
http://www.hotelthemark.co.kr 
- 호텔씨엘드메르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051)750-1000, 
http://www.cieldemer.com
- V모텔: 해운대구 송정중앙로39번길, 051)701-0081 

식당 정보
- 명향(홍합톳밥정식): 해운대구 중동2로, 051)731-3368
- 백번집(백반정식): 해운대구 중동2로, 051)742-8576
- 송정집(스지김치찌개국수):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051)704-0577
- 수민이네: 조개구이, 해운대구 청사포로58번길, 051)701-7661
- 오복미역 송정점(가자미미역국): 해운대구 해운대로, 051)703-8809
- 서울깍두기 달맞이점(한우설렁탕): 해운대구 달맞이길, 051)747-8706
- 웅천장터돼지국밥(순대국밥): 기장군 철마면 곰내길, 051)724-0069

주변 볼거리
해운대해수욕장, SEALIFE부산아쿠아리움, 동백공원, 누리마루APEC 하우스, 동래온천, 금정산성, 국립부산과학관, 해동용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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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