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최고의 인물 최악의 인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8:37:34
  • 호수 1146호
  • 댓글 0개

좌절과 희망이 교차한 대한민국 그속에서 빛나고 빛바랜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7년 정유년도 저물어간다. 올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으며, 대통령 선거도 8개월이나 앞서 치러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는 사람과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등장하는 법. <일요시사>는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등 각 분야서 올해 최고의 인물과 최악의 인물을 선정했다.
  

2017년 최고의 인물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인크루트는 ‘2017년 올해의 인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이 올해의 호감 인물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베스트 문재인

인크루트는 정치·법조계, 문화·사회, 기업·기업인, 방송·연예, 스포츠 총 5개 분야별 각 후보자들 중 가장 긍정적인 인상(또는 호감)을 갖게 한 인물과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인상(또는 비호감)을 갖게 한 인물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의 호감 인물은 득표율 51.0%를 차지한 문재인 대통령이 1위에 올랐다.

“이게 나라냐?” 박근혜정부의 민간인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분노한 수백만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이렇게 외쳤다. 같은 해 12월 국회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3개월여 만에 헌법재판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박근혜정부는 막을 내렸다.


이후 2개월 뒤 치러진 조기 대선을 통해 문 정부가 출범했다. 실의에 빠진 국민은 문 정부를 향해 “이게 나라다”라고 기대와 지지를 보냈다. 혼란 속에서 출범한 문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7개월여 동안 줄곧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스트 이국종

북한 귀순병을 살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도 올해 최고의 인물로 떠올랐다. 인크루트가 조사한 문화·사회분야서 이 센터장은  38.3%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우리 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한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피랍 선박인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맡아 완치시키며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 수술을 집도했다. 이 교수는 <CNN> 인터뷰서 지난달 23일, JSA를 넘어 탈출한 북한 병사의 탈출 상황과 수술과정 및 환자의 현재 상태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병사는 절반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려 저혈압과 쇼크로 죽어가고 있었다”며 “병사가 여기가 진짜 남한이 맞느냐고 묻기에 태극기를 한 번 보라고 대답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또 언론에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거침없이 얘기하며 국민적인 공감을 샀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지원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의견이 23만건을 넘어섰고,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예산과 인력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예산 증액을 약속했고 실제로 증액이 이뤄졌다. 

베스트 함영준

최고의 기업인으로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꼽혔다. 지난 10년간 라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던 사실과 그간 숨겨졌던 미담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갓(god)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착한기업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함영준 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은 재계 전반에 걸쳐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오뚜기 주식은 46만5543주로 당시 시가로 3500억원 수준이다. 현행 상속관련 법률에 따라 30억원 이상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율은 50%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만 1500억원 규모다. 국내 상속세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인데 함 회장은 이를 5년에 걸쳐 모두 납부키로 했다. 

올해 문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기업들에게 주문하면서 오뚜기의 높은 정규직 비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오뚜기의 전체 직원 3011명 가운데 정규직은 2976명으로 정규직 비율이 98.84%에 이른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마라”는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함 회장의 정규직 채용 정책이 지속된 결과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서 기업인 8명과 만나 20분간에 걸쳐 맥주잔을 기울이며 함 회장에게 “함 회장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네 화제가 됐다.

베스트 김생민

김생민은 올해 전성기를 맞았다. 인크루트는 ‘2017 유행어 설문조사’ 결과 최고의 유행어에 '스튜핏, 그뤠잇'이 1위에 올랐다. 유행어 설문조사서 응답자 15.4%가 지지한 ‘스튜핏, 그뤠잇’은 김생민이 만든 유행어다. 

<김생민 영수증>서 통장요정으로 등장해 현명한 소비에는 Great(그뤠잇), 낭비에는 Stupid(스튜핏)이라고 지칭했다. 이 후 그뤠잇·스튜핏 신드롬이 일었고 유행어의 주인공 김생민은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KBS2 <연예가중계> MBC <출발 비디오여행>과 20년, SBS <동물농장>과 17년 동안 함께한 '성실한' 방송인이었던 그는 새 예능에 연달아 캐스팅되면서 예능 기대주로 떠올랐다.

일등공신은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팟캐스트의 한 코너였던 <김생민의 영수증>은 지상파에 입성해 15분 동안 시청자들을 만나더니, 70분으로 확대된 정규방송으로 훌쩍 성장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주2회 편성됐다. 


‘다사다난’ 온갖 사건·사고 속 명암
대통령 탄핵 사태로 온나라 들썩들썩

지난 8월 파일럿으로 첫 발을 내딛은 <김생민의 영수증>도 2부 연장될 만큼 사랑을 받았다. 의뢰인의 지출내역을 보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소비에 대한 평을 내리는 콘셉트다. 

저축을 권장하는 ‘통장요정’ 김생민과 보다 의뢰인의 편에 서서 소비활동을 옹호하는 ‘소비요정’ 송은이-김숙은 대조적인 캐릭터로 아웅다웅하는 재미까지 잡았다. 

베스트 손흥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물오른 기량을 자랑하는 손흥민이 또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9일, 서울 세빛섬서 2017 KFA 시상식을 열고 손흥민에게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수여했다.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인 손흥민은 지난 5월 토트넘서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21골)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8골을 넣으며 활약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세빛섬서 열린 2017 KFA 시상식에서 손흥민을 ‘올해의 남자 선수’로 선정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수상이다. 손흥민은 EPL 스완지시티의 기성용(2011·2012·2016년)과 함께 최다 수상의 기록을 썼다.
 

올해의 남자 선수는 한국 국적으로 국내외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언론사와 KFA 전임 지도자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손흥민은 총 168점을 얻어 올해 K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동아시안컵 대회 MVP를 휩쓴 이재성(전북·131점)을 따돌렸다.

손흥민은 EPL 2016-2017시즌서 21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계의 전설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갖고 있던 역대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19골)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5일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선 프리미어리그 통산 20호골을 터뜨리며 박지성 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 골 기록도 넘어섰다.

워스트 최경환

올해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정치 인생 최악의 해가 됐다. 현재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벼랑 끝에 몰렸다. 

최 의원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장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움직였다. 새누리당 내에서 진박 감별사로 불리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다. 그런 최 의원이 이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법원이 지난 11일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체포동의안요구서에 대해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의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무렵 국정원 예산 배정 문제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여파로 국정원 특활비 축소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자, 국정원이 당시 국가 예산을 총괄하던 최 의원에게 뇌물을 건네 이를 무마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이다.검찰은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면서 체포동의안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발부했다.

워스트 우병우

‘법꾸라지’로 악명을 떨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회 부문 최악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는 지난 15일,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처음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1년1개월여 만이다. 법원은 앞서 두 차례 검찰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세 번째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의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서 ‘왕수석’으로 통했던 그는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때 대검 중수1과장으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2013년 4월 검사장 승진서 탈락하자 검찰을 떠났다가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버티기로 일관했다.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청와대의 ‘모르쇠’ 대응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 몰락에 그가 끼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워스트 탑

2017년 연예계는 유독 마약 이슈가 많았던 가운데 빅뱅의 멤버이자 배우 탑(최승현)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탑은 가수 연습생 한모씨와 대마를 피워 스캔들에도 올랐다. 

탑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한모씨와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탑은 마약 파동이 가시기도 전에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후송되면서 또 한 번 걱정을 안겼다. 탑은 1심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 받았다. 

탑은 당시 “저의 커다란 잘못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큰 실망과 물의를 일으킨 점 모든 진심을 다해 사과 드리고 싶다. 여러분 앞에 직접 나서 사죄 드리기 조차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지난 2월 입대한 탑은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악대 소속 의무경찰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복무 중이었으나 직권면직돼 의경 신분을 박탈당했으며 사회복무 요원으로 추가 근무를 하게 됐다.

워스트 강정호

스포츠계 올해의 최악은 음주운전으로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 로스터서 제외된 강정호다. 인크루트 조사결과 31.3%로 비호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피츠버그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서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3번째였던 이날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강정호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돼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 피츠버그 구단의 도움을 받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입단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방출됐다. 구단은 강정호를 데려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써 강정호를 2018시즌 메이저리그서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