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총기사고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의문점들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해병대 총기사고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파헤쳐본다.
►추가 공범 더 있을 가능성
►난사 직전 누구의 눈에도 안 띈 이유
►술 반입 후 난사 ‘충동적?’ ‘계획적?’
►총기 관리부실 및 왕따 묵인 여부
지난 4일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소초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이모 하사와 이모 상병, 박모 상병, 권모 일병이 사망하고 권모 이병과 총기를 난사한 장본인인 김모 상병이 부상을 당했다.
하나. 또 다른 공범여부
김 상병은 애초 해병대 내에서 기수열외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시 기수열외는 아니었지만 곧 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이번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수열외란 군대 내에서 없는 존재로 인식된 것을 말한다. 선임에게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후임에게도 선임 대우를 못 받는 군대 내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어진 속칭 ‘왕따’인 셈이다.
김 상병은 이런 기수열외로 인해 부대원들에게 심적으로 큰 불만을 갖고 있었고, 갓 전입 와 적응을 못하던 정 이병을 만나 그러한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며 이번 ‘작전(?)’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정 이병은 자신이 하기로 했던 수류탄 투척을 두려움 때문에 감행하지는 못했으나 김 상병의 총기난사를 방관한 점과 함께 작전을 모의한 것만으로도 공범임이 입증됐다.
하지만 이 외에도 추가 공범이 있을 확률도 제기되고 있다. 김 상병이 총기 난사를 했을 당시 내무반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으나 그를 제지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과, 사건 당일 김 상병과 정 이병의 동선이 일치하지 않고 서로의 진술도 오락가락한다는 점들이 이러한 의문점을 야기 시키고 있다.
둘. 난사 직전 상황
처음에는 김 상병이 사고당일 오전 10시에서 10시20분 사이에 총기와 탄약을 입수했고, 11시40분에서 50분 사이에 대원들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추정돼 약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총을 가진 채 있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조사 결과 김 상병이 총을 훔친 시각은 11시20분에서 11시35분 사이로 밝혀졌다. 그간 무기 탈취 시간이 오전 10시 경으로 알려지면서 탈취 후 총격까지 확인되지 않은 1시간 동안 김 상병과 정 이병의 동선을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돼 왔었다.
김 상병이 한낮에 총을 소지해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보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었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또 김 상병이 난사를 하기 전 정 이병이 김 상병을 말렸다는 설, 도리어 부추겼다는 각종 설들도 제기 되면서 이 과정에서의 자세한 상황 역시 혼선을 빚고 있다. 아직도 김 상병의 당시 행적들은 자세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셋. 술 반입과 범행 동기
김 상병은 사건 당일 오전 평소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기분에 자살 충동을 느껴 창고에서 소주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 상병은 피해자들에게 2~3발씩의 조준사격을 했다. 총기 난사를 한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전화부스, 부소초장실 입구, 내무반 등이었다.
피해를 당한 병사 중에는 평소 김 상병이 ‘죽이고 싶다’라고 말했던 후임도 포함되어 있었다. 김 상병은 이 후임의 주도로 인해 후배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최대 13발 가량을 조준 사격한 김 상병은 이번 일을 의도적으로 마음먹고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김 상병과 정 이병은 6월 초에도 ‘휴가 때 사고치고 도망가자’라는 모의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상병이 마신 술은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 외부에서 반입된 것이었다. 술 반입이 금지된 군대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술이 들어온 데 대해서 제재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관리소홀 여부와 함께 의문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김 상병이 술에 취한 채로 평소 악감정이 있던 부대원들에게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이번 사건이 김 상병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인지 술김에 저지른 만행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의문점으로 남고 있다.
넷. 총기 부실관리
김 상병은 범행에 이용된 총기를 너무나도 쉽게 빼냈다. 총기는 상황실에서 관리되고 있었는데 근무자가 교대하는 틈을 타 잠겨있지 않은 총기 보관함에서 김 상병이 쉽게 총을 훔칠 수 있었다.
또 소속부대 상근예비역들이 관행적으로 경계근무 후 전투조끼에 탄통 열쇠 2개를 넣은 채로 퇴근하는 것을 안 김 상병은 쉽게 탄약통을 훔칠 수 있었고, 탄약고는 아예 잠겨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총기관리의 허술함이 문제였던 셈.
또 김 상병이 이미 내무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급에서 이 사실을 묵인했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해병대의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사병을 그대로 방치한 채 놔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는지에 대해서도 해명이 부족하다.
이처럼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있어 앞으로의 수사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