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세태> 위기의 부부들 ‘충동 이혼’ 주의보

‘공포의 시월드’ 연휴 끝나고 남남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시월드(시댁+월드)’ ‘명절증후군’ 등 명절만 되면 결혼 이후 시댁과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성인이 새로운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점점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명절을 전후해 사이가 나빠지는 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긴 시간 귀성, 귀경길을 버텨내고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부인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남편들이 처가와의 마찰 등을 이유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명절만 되면 원수
검색어 ‘이혼’ ↑

3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추석 후에 이혼을 결심했다. 시가에 방문해 세 살배기 아들 보랴, 차례 음식 준비하랴 정신없는 A씨를 두고 남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TV시청에만 열중했다. 

심지어 음식이 맛없다며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꾹꾹 참던 A씨는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스트레스 뿐 아니라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일까지 한꺼번에 풀어낸 A씨 부부는 결국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갈라서기로 했다.


결혼 2년차인 B(33)씨도 지난 설 연휴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난 아내와 크게 싸우고 부부관계를 청산했다. 처가와 자신의 부모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아내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30대 C씨 부부 역시 명절을 어디서 보낼지를 두고 평소 자주 다퉜다. 지난해 설날을 앞두고 남편 C씨가 “당연히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자 아내는 “나도 우리집 딸인데 명절 때마다 시댁에만 간다”며 화를 냈다. 

결국 C씨는 어쩔 수 없이 남편 집에서 설을 보냈고 연휴가 끝난 후 부부는 “역시 대화가 안 된다”며 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을 했다. 
 

40대 후반의 D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처가에 들렀다가 이혼을 결심했다. 모처럼 들른 처가서 “돈을 많이 못 벌어서 부인을 고생시킨다”며 면박을 줬기 때문이다.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명절을 전후한 부부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잦다.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 친척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어떤 부부에겐 다툼의 씨앗이 된다. 

돌싱 40% 이상 “명절 영향 있다”
남성도 명절 증후군…계속 증가

명절 연휴가 지나고 나면 기혼 여성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부부끼리 다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인터넷 포탈사이트서 ‘이혼’을 검색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네이버 트렌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의 다음 주에 ‘이혼’을 키워드로 검색한 빈도가 연휴가 낀 주보다 15.5% 늘었다. 추석 연휴의 다음다음 주에는 이 빈도가 전주 대비 22.0%나 증가했다. 연휴 이후에 ‘이혼’을 검색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 트렌드는 네이버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 빈도를 보여준다. 

명절에 부부들의 명절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로 간의 인식 차이서 비롯된다. 

가부장적인 어른들은 며느리를 비롯한 여자가 각종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요즘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명절 음식 준비 등 과도한 집안일이 여성에게만 부여하니 며느리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구시대의 풍습이 답답하지만 맞벌이 여성들은 직업과 크게 상관없이 ‘며느리’라는 굴레를 쉽게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돌싱(결혼에 실패하고 다시 독신이 된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여성 10명 중 6명과 돌싱 남성 10명 중 4명 이상이 추석 같은 명절이 이혼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식 차이 비롯
이혼에 큰 영향

한 결혼정보회사가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472명(남녀 각 23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추석과 같은 명절이 전 배우자와 이혼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44.5%와 여성의 60.2%가 ‘영향이 매우 컸다’(남 9.8%, 여 20.8%)거나 ‘일부 영향을 미쳤다’(남 34.7%, 여 39.4%)와 같이 ‘명절이 이혼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한편 ‘영향이 별로 없었다’(남 39.8%, 여 28.0%) 혹은 ‘영향이 전혀 없었다’(남 15.7%, 여 11.8%)고 부정적으로 답한 비중은 남성 55.5%, 여성 39.8%였다. 

명절이 이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15.7%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설문을 실시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남편 입장에선 1년에 두 번밖에 없는 명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여성들은 평소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서 추석과 같은 명절 때 스트레스가 급증하면 평소의 감정이 폭발해 이혼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적 문제, 처가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상담을 요청하는 남성들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명절 증후군’하면 대부분 음식 준비와 친지 맞이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쌓일 주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남성들도 명절 나기가 녹녹지만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 취업포털에선 ‘남자의 명절 증후군’이라는 주제로 회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76%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남자도 힘들다”
통계 보니 가관

남자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선물 및 용돈 등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이어 장거리 운전(12%),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꽉 막힌 귀경길(11%), “결혼 안 해” “취업했니” 등 매년 반복되는 질문(9%), 명절 후 아내·여자친구·여자형제 등 잔소리(7%) 등을 선택했다. 

남자들은 ‘자신이 명절에 몇 점짜리 남편 혹은 아들인가’란 질문에 44%가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이라고 대답, 명절에 자신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했던 명절 과정은 어떤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30%가 음식 준비를 선정했다. ‘차례 준비를 한다(9%)’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추석에 가장 두려운 일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결혼 안 해? 취업했니? 등의 질문(14%), 자랑할 것이 없는 나의 처지(13%), 출근, 구직 등을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 및 부담감(12%)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연휴 이후 이혼 10% 이상 증가
평소 잘해도…쌓였던 불만 폭발 

그러나 남자들도 특별한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7%는 ‘해소방법이 딱히 없다’고 답했고 음주 가무를 즐긴다(13%), 좋은 얘기만 하고 좋은 것만 보며 좋은 것만 먹는다(12%)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답변도 8%에 달했다. 

과거에는 명절 스트레스가 여성들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남편들도 이 같은 부담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추석이 끝난 직후 접수된 가정불화 상담은 평소의 평균 40여건서 절반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직후에도 일일 평균 76건이 접수돼 평소 상담량보다 많았다. 명절이 끝나면 특이할 정도로 상담건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접수된 사례 중에는 제사 문제, 여성들의 시댁 노동, 친정 방문 여부와 관련된 불화가 많았다. 최근에는 명절날 부모를 방문하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불만, 황혼이혼에 대한 문의도 늘어났다. 
 

가정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들 또한 해마다 추석을 전후해 이혼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 거주 중인 한 변호사는 “명절 스트레스에 따른 불화와 관련한 상담 건수가 많다”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들이 명절을 기점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친척 등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후에 조용히 이혼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 이혼’은 통계로 입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이혼통계’를 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가 있던 9월과 그 다음 달인 10월의 이혼 접수 건수는 3179건서 3534건으로 늘어났다. 

2014년 10월은 3625건, 2013년 3807건, 2012년 3761건으로 각각 전달인 9월보다 7.7%, 22.5%, 10.3% 증가한 이혼소송이 접수됐다. 

평소에 잘해야…
소통·배려 필요

명절을 본래 의미대로 즐겁게 보낼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평소 배우자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명절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명절로 인해 폭발하는 계기가 되고 이기적인 현상들이 늘어나면서 이해대신 불만과 불통이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누군가의 가슴이 상처로 멍들고 평생 남으로 살아가는 선택들을 하고 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이 중요한 명절 문화에선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합의하려는 노력을 통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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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