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세태> 위기의 부부들 ‘충동 이혼’ 주의보

‘공포의 시월드’ 연휴 끝나고 남남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시월드(시댁+월드)’ ‘명절증후군’ 등 명절만 되면 결혼 이후 시댁과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성인이 새로운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점점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명절을 전후해 사이가 나빠지는 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긴 시간 귀성, 귀경길을 버텨내고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부인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남편들이 처가와의 마찰 등을 이유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명절만 되면 원수
검색어 ‘이혼’ ↑

3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추석 후에 이혼을 결심했다. 시가에 방문해 세 살배기 아들 보랴, 차례 음식 준비하랴 정신없는 A씨를 두고 남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TV시청에만 열중했다. 

심지어 음식이 맛없다며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꾹꾹 참던 A씨는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스트레스 뿐 아니라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일까지 한꺼번에 풀어낸 A씨 부부는 결국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갈라서기로 했다.


결혼 2년차인 B(33)씨도 지난 설 연휴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난 아내와 크게 싸우고 부부관계를 청산했다. 처가와 자신의 부모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아내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30대 C씨 부부 역시 명절을 어디서 보낼지를 두고 평소 자주 다퉜다. 지난해 설날을 앞두고 남편 C씨가 “당연히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자 아내는 “나도 우리집 딸인데 명절 때마다 시댁에만 간다”며 화를 냈다. 

결국 C씨는 어쩔 수 없이 남편 집에서 설을 보냈고 연휴가 끝난 후 부부는 “역시 대화가 안 된다”며 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을 했다. 
 

40대 후반의 D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처가에 들렀다가 이혼을 결심했다. 모처럼 들른 처가서 “돈을 많이 못 벌어서 부인을 고생시킨다”며 면박을 줬기 때문이다.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명절을 전후한 부부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잦다.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 친척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어떤 부부에겐 다툼의 씨앗이 된다. 

돌싱 40% 이상 “명절 영향 있다”
남성도 명절 증후군…계속 증가

명절 연휴가 지나고 나면 기혼 여성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부부끼리 다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인터넷 포탈사이트서 ‘이혼’을 검색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네이버 트렌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의 다음 주에 ‘이혼’을 키워드로 검색한 빈도가 연휴가 낀 주보다 15.5% 늘었다. 추석 연휴의 다음다음 주에는 이 빈도가 전주 대비 22.0%나 증가했다. 연휴 이후에 ‘이혼’을 검색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 트렌드는 네이버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 빈도를 보여준다. 

명절에 부부들의 명절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로 간의 인식 차이서 비롯된다. 

가부장적인 어른들은 며느리를 비롯한 여자가 각종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요즘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명절 음식 준비 등 과도한 집안일이 여성에게만 부여하니 며느리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구시대의 풍습이 답답하지만 맞벌이 여성들은 직업과 크게 상관없이 ‘며느리’라는 굴레를 쉽게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돌싱(결혼에 실패하고 다시 독신이 된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여성 10명 중 6명과 돌싱 남성 10명 중 4명 이상이 추석 같은 명절이 이혼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식 차이 비롯
이혼에 큰 영향

한 결혼정보회사가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472명(남녀 각 23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추석과 같은 명절이 전 배우자와 이혼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44.5%와 여성의 60.2%가 ‘영향이 매우 컸다’(남 9.8%, 여 20.8%)거나 ‘일부 영향을 미쳤다’(남 34.7%, 여 39.4%)와 같이 ‘명절이 이혼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한편 ‘영향이 별로 없었다’(남 39.8%, 여 28.0%) 혹은 ‘영향이 전혀 없었다’(남 15.7%, 여 11.8%)고 부정적으로 답한 비중은 남성 55.5%, 여성 39.8%였다. 

명절이 이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15.7%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설문을 실시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남편 입장에선 1년에 두 번밖에 없는 명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여성들은 평소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서 추석과 같은 명절 때 스트레스가 급증하면 평소의 감정이 폭발해 이혼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적 문제, 처가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상담을 요청하는 남성들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명절 증후군’하면 대부분 음식 준비와 친지 맞이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쌓일 주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남성들도 명절 나기가 녹녹지만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 취업포털에선 ‘남자의 명절 증후군’이라는 주제로 회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76%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남자도 힘들다”
통계 보니 가관

남자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선물 및 용돈 등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이어 장거리 운전(12%),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꽉 막힌 귀경길(11%), “결혼 안 해” “취업했니” 등 매년 반복되는 질문(9%), 명절 후 아내·여자친구·여자형제 등 잔소리(7%) 등을 선택했다. 

남자들은 ‘자신이 명절에 몇 점짜리 남편 혹은 아들인가’란 질문에 44%가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이라고 대답, 명절에 자신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했던 명절 과정은 어떤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30%가 음식 준비를 선정했다. ‘차례 준비를 한다(9%)’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추석에 가장 두려운 일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결혼 안 해? 취업했니? 등의 질문(14%), 자랑할 것이 없는 나의 처지(13%), 출근, 구직 등을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 및 부담감(12%)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연휴 이후 이혼 10% 이상 증가
평소 잘해도…쌓였던 불만 폭발 

그러나 남자들도 특별한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7%는 ‘해소방법이 딱히 없다’고 답했고 음주 가무를 즐긴다(13%), 좋은 얘기만 하고 좋은 것만 보며 좋은 것만 먹는다(12%)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답변도 8%에 달했다. 

과거에는 명절 스트레스가 여성들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남편들도 이 같은 부담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추석이 끝난 직후 접수된 가정불화 상담은 평소의 평균 40여건서 절반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직후에도 일일 평균 76건이 접수돼 평소 상담량보다 많았다. 명절이 끝나면 특이할 정도로 상담건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접수된 사례 중에는 제사 문제, 여성들의 시댁 노동, 친정 방문 여부와 관련된 불화가 많았다. 최근에는 명절날 부모를 방문하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불만, 황혼이혼에 대한 문의도 늘어났다. 
 

가정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들 또한 해마다 추석을 전후해 이혼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 거주 중인 한 변호사는 “명절 스트레스에 따른 불화와 관련한 상담 건수가 많다”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들이 명절을 기점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친척 등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후에 조용히 이혼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 이혼’은 통계로 입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이혼통계’를 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가 있던 9월과 그 다음 달인 10월의 이혼 접수 건수는 3179건서 3534건으로 늘어났다. 

2014년 10월은 3625건, 2013년 3807건, 2012년 3761건으로 각각 전달인 9월보다 7.7%, 22.5%, 10.3% 증가한 이혼소송이 접수됐다. 

평소에 잘해야…
소통·배려 필요

명절을 본래 의미대로 즐겁게 보낼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평소 배우자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명절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명절로 인해 폭발하는 계기가 되고 이기적인 현상들이 늘어나면서 이해대신 불만과 불통이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누군가의 가슴이 상처로 멍들고 평생 남으로 살아가는 선택들을 하고 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이 중요한 명절 문화에선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합의하려는 노력을 통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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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